[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4) 아빠차에서 오빠차가 된 현대자동차의 이야기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4) 아빠차에서 오빠차가 된 현대자동차의 이야기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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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처음 경험한 기억은 오래 가는 것 같다.가장 설렜던 순간과 함께,조금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특별함이나 두근거리는 기쁨같은 것들로 채색되어서 언제 꺼내보아도 좋은 그런 기억이 된다.그런 수많은 ‘처음’ 중 내가 어릴 적 탔던 우리집의 ‘첫 차’는유독 더 특별했다.당시에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는데,어느 새벽가까운 아침에 아버지의 방문을 맞았다.아버지는 처음보는 차를 직접 운전해서 찾아오셨고, ‘이게 우리집의 첫 차야’ 하셨다.그리고 등교를 하기 전에 30분 정도 함께 드라이브를 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남아있다.그 차는 ‘기아 캐피탈’이었다.지금 들으면 대출 회사 이름같기도 하지만.등장 당시의 슬로건은 ‘다이나믹 세단 캐피탈’로 젊은 이미지를 강조했고 스텔라나 로얄 듀크,로얄 프린스보다 강한 출력으로 인기를 끌었다.수수한 느낌의 디자인은 조금 빈약해보였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꽤 정감있는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내가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지게 된 첫 차는 현대의 엘란트라였다.아반떼의 조상님격인 이 차는 스텔라의 후속으로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준중형차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차’ 정도로 보는게 맞다고 느낀다.뭐, 외부인으로서 느끼는 평가는 이정도이지만 ‘인생 첫 차’가 주는 느낌은 그 이상이었다.비록 같은 연구실 선배의 낡은 차를 30만원에 사서 60만원을 주고 도색을 다시 했던 차였지만.만약 지금 내가 머스탱이나 그랜 토리노를 타도 그 때의 기분 이상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물론 처음의 그 느낌만큼 아껴주지는 못했다.내 성격상 깨끗하게 치우지 못한 뒷자석은 누군가를 태워야할 때마다 ‘엘란트럭’이라는 별명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곤 했다.내 차가 가진 별명 이외에도 당시 엘란트라는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하지만 엘란트라의 다음 세대인 아반떼는 (아직까지도)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현대차가 처음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만해도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그 시작을 1960년대 자동차 제조업으로 했다.당시 자동차 최강국인 미국의 포드와 기술제휴를 체결하였고 1970년대 중후반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와도 기술제휴를 맺었다.이후 독자적인 모델의 생산을 위하여 자체 개발을 시작하였으며,영국 최대 자동차 회사 브리티시 레일랜드 부사장이었던 조지 턴불을 영입하고 1974년 7월부터 1억 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연간 5만 6,000대 규모의 종합자동차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1976년 드디어 독자모델 생산으로 포니를 출시하며 이후 포니 2, 엑셀, 스텔라, 그리고 조금 익숙한 아반떼와 쏘나타 라인이 출시되었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친구와 와인과 자동차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원래는 Friends and wine improve with age.로자동차는그냥끼워넣은듯하다). 자동차도조금달리생각해보면오랫동안생산되는모델은그만큼의값어치가있는것같다.출시부터획기적인모델로기대감을모았던자동차가 1, 2세대후엉뚱하게단종되어버리는일이있는가하면, 처음 1세대출시때는다소엉성했지만세대를거듭할수록꽤놀라운발전을보여주는자동차도있다. 요즘나오는쏘나타를보고있으면그런생각이든다. 쏘나타는벌써 34년째생산되는모델로, 한국의승용차모델중가장오래되었다고한다. 그리고현대자동차의전모델가운데통산판매량 3위를기록하였다. 꽤높은숫자로‘국민차’라는별칭도가지고있는데,1980년대후반많은사람들이오래된자동차를바꾸는시점에적당한모델의제시와마케팅전략으로성공한사례라고보여진다.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출처:현대자동차,나무위키)

물론 여러가지 안전 이슈나 리콜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이다. 엔진기술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으며,또 대부분 안정지향적인 모델 위주로 출시할 때 나도 모르게‘음..’ 하는 탄식 비슷한 반응을 하곤 했다. 오히려 자금난으로 어려워서 현대그룹에 인수된 기아자동차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현재 내수시장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최근 새롭게 출시한 모델에 있어서 ‘기대이상’이라는 평들을 받고 있다.중형차 모델인 i40는 유럽에서도 꽤 인기를 얻고 있고, 해치백 모델인 벨로스터도 나름의 매니아층이 있다. 특히나 최근 출시한 펠리세이드나 넥쏘는 10개월 정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펠리세이드는 그동안 중형차에 강한면을 보였던 현대자동차에서 새롭게 선보인 SUV모델로 현재 수출용도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DN8모델은쏘나타의 8세대로,이제는 처음의 디자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선형으로 잘빠진 디자인에, 펜더나 스포일러 쉐입이 (꼭아우디를 보는 것 같긴 하지만)스타일리쉬한 느낌을 준다.크롬스트립핑 디자인도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디자인으로 보였다.외관으로 눈길을 많이 끌었지만 디자인으로만 이야기하긴 아까울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타이어부터 람보르기니와 동일한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디지털 키 기능으로 자동 입차 및 출차가 가능해 사용자의 편의성이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다.전방 및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와 같은 안전 사양도 갖추었고 눈에 띄는 파노라마 선루프 디자인과(무려)Bose스피커 내장, 음성인식 대화형 AI 서비스도 탑재했다(그리고 나는 내심 이 차가 ‘첫 차’가 될 누군가가 부러웠다).

뉴 쏘나타 모범택시 트림 광고 (출처:나무위키)

포니 1, 2, 그리고 엑셀과 스텔라, 쏘나타7세대까지는 분명 ‘아빠차’의 이미지가 강했건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2018년 이후 출시한 신차 모델들은‘오빠차’에 가까운 느낌이다. 아무래도 아빠차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역시 ‘택시전용 자동차’라는 이미지도 한몫한 것 같다. 이같은 이미지가 한 때는 긍정적으로 작용한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긍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택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무난하고 편안한 차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그만큼 흔하다는 인식을 만들고 이러한 인식은 자동차 판매에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현대자동차에서도 이를 인식했는지 앞으로 신형 쏘나타(8세대)부터는 택시로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고 한다(엄밀히 말하면 자가용 쏘나타와 영업용 쏘나타 뉴라이즈의 투트랙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아마 현대자동차에서도‘올드카’는 늘 인기인 것과 달리, ‘올드한 느낌’은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 같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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