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의 그녀
차 안의 그녀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5.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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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의 그녀

하루는 친구의 차를 타고 좀 먼 곳으로 갈 일이 생겼다. 

내비게이션에 경로를 설정하고 출발하자 운행을 시작한다는 음성멘트가 흘러  나왔다.
'경로를 시작하겠습니다.'
''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그냥 내가 탔으니 일부러 재미있게 해주려고 저러는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속 70km 이동식단속 구간이  있습니다.'
''아이구, 친절도 하셔라. 감사합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남의 말을 잘 안 듣습니다.''
내비게이션과 일일이 대화를 하듯 호응을 하는 것이다.
순간  이 친구 내가 타고 있다는 걸 망각한 걸까, 평상시에도 이러고 다니나 궁금해지는 것이다.
''왜그래?''
친구는 웃으면서 
''아흐 누가 나한테 이렇게 나근나근 이야기해 주겠어?''
''아~예! 심심하진 않겠어요.말 걸어주고 사냥하게 길 가르쳐주고 좋으시겠습니다.''
어이가 없어 꼬집듯 말을 던졌다.
 

실실 웃는 모습이 어찌나 철이 없어 보이던지

''좀 있으면 사랑하시겠습니다.''
''목소리만 들려주시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그건 좀 어렵겠습니다.''
''아~그러세요?''
뭐  이러고 놀면 심심하지도 않고 졸음운전방지도 되고 뭐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차안에는 또 다른 그녀가  있었다.
톨게이트를 지나자 '000원이 결제되었습니다.'라는 다른 음성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태연하게  ''차 안에 경리도 있습니다.''하고 웃는 것이다.
''아~그러세요.경리에, 비서까지 퍼펙트 하십니다.사장님!'' 
두 손을 모으고  대단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또 다른 말을 올렸다. 
''제가 '사랑합니다.고객님' 이라고 말하는 아주 예쁜 그녀를 아는데 연결해 드릴까요? 한번 해 보실래요?''
나는 놀릴 작정을  하고 콧소리와 목소리에  물기를 잔뜩 넣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고객님은 빼고 '사랑합니다.' 그거만 내비게이션에 음성 추가해넣어야겠다.'' 라고 말하며 웃는 것이다.
나는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차안의 그녀와 대화하라고 빠져주기로 했다.

그러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영화 '그녀'가 생각났다.

편지를 대필하던  작가인 남자 주인공인 인격을 가진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그리고 이혼준비중이던 아내에게 운영체제와 사랑하고 있다고  털어놓자 아내는 그가 진짜 감정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서 자신에게 맞춰주는  상대를 고르다 가짜감정을 주는 운영체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차안의 그녀들과  사랑에 빠졌다고 '그녀'의 남자주인공처럼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
그럼 난 어떤 제스처를 내보낼 수 있을까?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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