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술 그리고...
머리카락, 술 그리고...
  • 억수로빠른 거북이
  • 승인 2019.05.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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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거는...

머리카락, 술 그리고....

  이번 미션을 보니 얼핏 난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벌써 십년을 훌쩍 넘어 버려서인 아님 아버지 생전에 나와의 사이가 살갑고 다정다감하지 않아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흐릿해져 간다. 외형적인 특징들은 기억이 나지만 아버지의 성격이나 아버지를 특징지어 말로 설명하기에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호인이라는 것, 술만 안 드시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것이 그 당시 동네 어른들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였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많이 마시고, 힘이 좋으셨고, 숙명처럼 지고 다녔던 지게를 잘 만드셨고, 머리숱이 많으셨고, 자전거나 경운기등의 일체의 기계와는 친하지 않은 분이셨다는 것 등이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빽빽한(?)아님 풍성한(?) 아무튼 머리숱이 많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탈모가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는지 가족들 중에서도 유독 빽빽할 정도로 머리카락이 많으셨다. 위로 형님들에게만 할아버지의 유전 형질이 전해 졌는지 탈모증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나는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이어 받았는지 머리숱도 많고 억센 편이다. 미용실에 가면 듣게 되는 한결 같은 이야기가 머리숱이 많아서 좋으시겠다는 것과 머리카락이 억세서 가위질이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덕분에 자고 일어나면 하늘로 제 멋대로 뻗혀 있는 머리카락 덕분에 아침에 매일 머리를 감아야지만 바깥에를 나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술이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술에 대해서 적으려니 가슴이 갑갑해진다. 다 그렇겠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술에 취한 가장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 이야기는 뭐 특별할 게 없는 것 같고, 딱 그 수준이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니다. 덕분에 고생하신 어머니를 보면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만 유전인자는 나의 의지보다 힘이 강했던가 보다. 지금은 많이 줄였다지만 외로움을 핑계로, 실연을 핑계로, 또 치사하고 더러운(?) 세상을 탓하면서 마신 술이 어휴…….(생각해보니 반갑고 즐거워서 마신 술도 꽤 되는구나)

  형님들이 명절에 모처럼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조금 과해진다 싶으면 ‘술 마시는 느그 아버지 때문에 고생한 나를 봐서라도 느그가 술을 그래 마시마 안 된다. 적당히 마시거래이’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앞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아서인지 어머니께서 내가 술을 즐기지 않는 걸로 알고 계신다. 아님 알고 계시지만 모른 척 하시는 것일 수도 있고..

  세 번째는 기계에 대한 거부감(?) 거리감(?)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기계에 대한 선천적인 두려움이랄까, 아무튼 기계에 대한 선천적인 알레르기 반응이라면 쉽게 이해가 되시려나.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는 면사무소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셨는데 그 거리가 십리 길이었다. 십리 길을 매일 걸어서 출퇴근 하신 것이다. 허리가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매일 걸어서 출퇴근 하시는 모습에 옆에서 자전거라도 타고 다니라 하셨지만 아버지는 끝내 걸어서 출퇴근 하는 걸 고집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전거를 타기위해 몇 번 연습을 하시다가 맘대로 되지 않자 자전거 타는 걸 포기 하시고는 걸어 다니는 걸 고집하신 것이다. 오히려 그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술이 취한체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다가 사고라도 나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버지 성격에 자전거 때문에 술을 포기하실 리는 없으셨을 테고...

  나중에 그 일을 그만두시고 농사를 지으실 때 도시로 이사 가는 옆집의 경운기를 인수받으시고는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만 둔 것도 기억이 난다. 아마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버지께서 경운기를 운전하신 게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대신해서 경운기를 내가 몰게 되었지만…….

  물론 스마트 폰과 컴퓨터를 사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운전도 한다. 군에서 전역하던 해에 운전면허를 따고 몇 년간 장롱면허로 있다가 일 때문에 시작한 운전이 십여 년을 훨씬 지났고 다행히 아직 큰 사고 없이(접촉사고 한번) 운전을 하고 있지만 운전을 하는 것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다. 업무와 관련된 일이거나, 시골 본가에 갔다 오는 일 외에는 거의 운전을 잘 하지 않는다. 퇴근 후 약속이 있으면 버스나 택시 등을 이용하고, 혼자서는 드라이브라는 걸 한 번도 가본 기억이 없는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자동차와는 친하지 않은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도 아마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특질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는 자기 자신을 닮은 모습 때문에 아들을 좋아하고, 또 자기 자신을 닮은 모습 때문에 아들을 싫어한다는데 아마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아들에게서 확인하는 게 싫어서 이기 때문이라. 나 또한 아버지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나에게서 확인하게 될 때는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렇게 태어난 걸…….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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