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의재구성] 이게 과연 강남 봉은사 일주문이 맞을까요?|
[김진덕의 등산의재구성] 이게 과연 강남 봉은사 일주문이 맞을까요?|
  • 등산박물관
  • 승인 2019.05.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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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강남의 명찰 봉은사를 찾았습니다. 몇시간 동안 경내에 있으면서, 점심공양으로 국수도 먹고 했습니다.

그 값을 "봉은사에서 북한산이 보일까요?"라는 의문으로 해야겠습니다.

▲ 봉은사 일주문. 1950년대 초, 종군기자이셨던 고 임인식 선생님의 사진작품. 멀리 도봉산이 보이고, 그 앞에 그리 높지 않은 또 하나의 산(아마도 현재 뚝섬 뒤편 쪽)이 있으며, 다시 그 아래 가로로 길게 이어진 선으로 하여 시각적 공간 분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긴 선이 한강으로 추정된다.

불교포커스 2007년  '봉은사 일주문을 기다리며'라는 기사에  봉은사를 소개하면서 일주문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멀리 도봉산이 보이고'라고 하길래 눈길을 주었는데, 아뿔사 도봉산이 아니다.

일주문 사이의 저 산은 강남, 잠실쪽에서 바라보이는 북한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인수봉이 마치 소뿔처럼 앞서 있고, 백운대와 만경대에 이어 주 능선이 유연하게 이어져 있다. 한편 도봉산 선인봉은 조금 더 동쪽으로 돌아앉아 있어 이쪽에서는 이채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1960년대 초 압구정 나룻배에서 저멀리 보이는 산이 똑같은 모습인데, 북한산이다. 그때는 등산이 그리 인기있는 종목이 아닌지라, 이 젊은 친구들은 그러나 저멀리 우뚝선 북한산을 서울의 산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리 큰 감동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은 2005년 이렇게 기사를 써고 있다. '최초 공개'이며 '1952년 가을 고 임인식 선생이 촬영한 것'이라고 부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진의 원 소장자부터 저 아득한 산이 도봉산으로 알고 있어서 벌어진 사단으로 보인다.

미있는 것은 봉은사는 경기고등학교가 있는 수도산 남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즉 어떤 경우에도 수도산 자락에 가리어 절대로 수도산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누구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봉은사측은 당시 왜 이 부분을 정정하려 하지 않았을까?

경기고등학교로 넘어가는 도로로 잘리기 전에 수도산 자락은 오르쪽으로 이어져 있었을 것이다. 지금 빨간 표시로 된 부분이 '진여문'이고 봉은사측에 따르면 이곳에 일주문이 있었다고 하니 더이상의 해명은 불필요할 것이다.

봉은사 위쪽에 높이 솟아 있는 봉은 배수지 공원에서는 이렇게 북한산과 도봉산이 잘 보인다.  도봉산은 좀 산세가 밋밋하다.

 

이렇게 해서 결국 봉은사가 아니라 '산'이야기를 한 셈인데,  이참에 봉은사의 '가까운' 과거를 조금 더 살표보자. 일제때부터 봉은사는 서울 근교의 유명한 위락지인 뚝섬과 함께 유명했다. 뚝섬에서 나룻배를 타고 와야 하는데, 그때 맞닥뜨린 풍경은 이러하다.

                                              *출처: 에드워드 김 사진집

195,60년대 뚝섬에서 봉은사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넓은 백사장에 미루나무가 한가롭다.

                                               *출처: 봉은사( 봉은사 간)

봉은사 일주문은 이렇다. 지금은 평토되어서 봉은사가 평평하지만 저시절은 오르막임을 알게 된다.

                                                     출처

1950년대 또다른 봉은사 일주문 사진. 제법 가팔라 보인다. 

1960년대 초 소풍으로 찾은 봉은사 모습. 대웅전이 지금과 비할 바 못된다. 계단 중간에 구멍 두개 뚫린 바위가 눈길을 끈다. 지금도 있으려나.

덧붙여 1) 일제하 배타고 15분 가면 된다는 봉은사 이야기는 --> 여기를

덧붙여 2) 1950년대 봉은사 물(?)이 좋았던 시절 이야기 한편을 보자.

1958년 12.10 동아일보 '계절의 풍속도(35)- 거리의 대화 중에서

(종로에서)

- 아무데구 지숙씨 좋으신데루 하십시오.

   우이동두 좋구 봉은사두 좋구 뭣하면 가까운 정릉도 좋구요.

몇번씩은 다 가본 터라 지리가 훤하다. 정릉은 어느집, 봉은사는 파랑대문집, 우이동은 또 어느 산장을 찾아가서 눈짓만 하면 척척 마련이 되도록 되어 있던 것이다.

- 뭐 뭔데까지 가실 것 없잖아요. 정능 같으면 가도 좋아요.....

종로에서 남자가 은밀한 의도로 드라이버할 장소로 정릉과 봉은사 그리고 우이동이 거론된다.

그렇다면 이 세군데 중에 물(?)은 어디가 좋을까. 같은 연재물 1959년 3월 5일자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난 정능은 너무 살풍경해서 좋아하지 않지만.....

-하긴 조용하긴 역시 우이동이 조용해요. 새소리두 듣구, 물소리두 듣구.

정 정릉이 살풍경해서 싫으시다면 우이동이나 봉은사 같은데루 가십시다 뭐.

정릉이 서울에서 가깝다보니 물이 더 빨리 흐려졌을 것 같다.

다시 산^^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맨 처음  1952년 찍은 멋있는 일주문은 어느 사찰의 것인지 다시 궁금해진다. 이 앵글의 라인을 따라 일주문이 들어 섰을만한 고찰이 어디에 있었을까를 되짚어가면, 답이 나옴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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