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신간서적]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 신성대 기자
  • 승인 2019.05.15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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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가기전에 읽어야 할 입문서
- 경험, 치료과정, 상담 해결이 담긴 책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일고 말했다 ㅣ 김정원 지음 ㅣ 시공사 ㅣ 정가 13.000원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일고 말했다 ㅣ 김정원 지음 ㅣ 시공사 ㅣ 정가 13.000원

"우울증 환자

이 간단한 다섯 글자를

인정하고 고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겪는 일이라 막막했다

주위에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는 현직 MBC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김정원이 자신이 느끼고 겪은 것과 생각한 것들의 과정을 차곡차곡 잘 정리해 고스란히 담아 전달하고 있다. 여전히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기 부담스런 말, 알게 되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말이 바로 ‘우울증’이란 단어다.

이 책을 읽으며 주위를 돌아보고 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주관적인 듯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듯 감성이 묻어나는 솔직한 고백이 담긴 내용에 독자 자신의 모습이 겹쳐진다. 한 중년 남성이 벼락처럼 날아든 우울증을 선고 받고 작아지는 자신을 다독이고 가족이란 울타리에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 그럼에도 여전히 주위를 의식하게 되는 어색함이 공감을 안겨준다.

우울증을 만난 저자가 쭈뼛거리며 처음 병원을 찾던 날부터 완쾌되는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같은 마음으로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뜬눈으로 뒤척이던 무수한 밤을 지나 무탈한 일상을 되찾기까지의 이야기가 주는 힘은 실로 크다. 이 한권의 책이 주는 섬세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의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그’도 아플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이 책은 평범한 중년 남성이 겪은 우울증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자 역시 우울증을 남의 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울증이 찾아왔고, 미치거나 비정상인 사람들이 가는 곳쯤으로 여겼던 정신과 문턱을 어렵사리 넘게 된다.. 우울증을 인정하고,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완치 소견을 받기까지 일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책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는 누구에게나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는 진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동안에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아픔을 마주했을 때, 당사자와 주변인으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우울증은 환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처음 정신과에 가는 날, 저자는 그 자체로 비참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우울증 진단 후 비참함은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병원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날까 도망치듯 병원 건물로 뛰어들었고, 약 봉투에 찍힌 정신과 글자를 누가 볼까 마음 졸이며 약을 삼켜야 했다. 그에게 정신과 약은 단순한 약이 아니었다. ‘정신과 환자’임을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매일 하루 세 번, 구석진 곳에서 황급히 약을 삼키는 이의 마음은 짐작조차 어렵다.

“아픈 게 죄는 아니잖아. 뒤에서 약 먹지 마. 당당하게 먹어.” 어느 날, 방 문을 홱 열어젖힌 아내의 한마디가 그를 변화시켰다. 그날 이후 회사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둔 약 봉투를 책상 위로 꺼내고, 멀리 떨어진 정수기를 찾아다니는 의미 없는 순례도 그만뒀다

우리는 ‘여전히’ 우울증을 잘 모릅니다

우리는 우울증을 모른다. 정신과를 두려워한다. 저자에게도 정신과 방문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에 놀라고, 다른 병원에선 들어본 적 없는 보험 적용 여부 질문(“일반으로 하시나요?”)에 놀라고, 약국이 아닌 병원에서 약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저자는 지난 일 년 동안 병원에서 받은 약물 치료와 상담 내용, 직접 실천하고 효과를 본 인지행동치료와 호흡 및 명상 기법, 휴직과 복직 이후의 나날, 인간관계에서 느낀 상심과 감동의 순간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이 책은 뚜껍지 않지만 내용은 입문서처럼 친절하고 내면의 고민과 혼란스러움을 솔직하고 인정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책이 주는 세밀함은 본인의 장정을 살린 기자 본연의 취재수첩처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가 되어 우울증 환자가 취해야 될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한 번 펼치면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 '우울증'에 관한 오해나 편견의 잣대를 내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 김정원은 죽기 전 책 두세 권은 쓰고 싶었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그것도 내가 직접 겪은 우울증으로 첫 책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고등학생 때 세상을 바꾸고 싶어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나 나 자신 하나 바꾸기도 힘들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영어 일간지 기자로 언론계에 비집고 들어온 후 MBN과 JTBC를 거쳐 현재 MBC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8년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너무 애쓰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연습을 매일 하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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