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2) 아주 차가운 쇼핑 이야기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2) 아주 차가운 쇼핑 이야기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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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네 슈퍼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퇴근길에 슈퍼에 들러서 라면도 사고, 어떤 날에는 맥주도 한 병, 그리고 저녁 먹고 산책하면서 메로나도 하나. 내가 슈퍼를 좋아하는 이유는 덜 결벽증적인 제품 진열이나, 약간 오래된 상점의 냄새, 그리고 무뚝뚝하건 과하게 친절하건, 좀 더 인간적인 사장님의 모습, 잠깐 계산하면서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도 구경하고. 그리고 대형마트보다 출입구가 짧다는 개인적인 취향도 조금 들어있다. 대형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이 걸어야하는지 알고 있는가? 1층에서 물건을 골라서 2층에서 계산해야한다는 사실은 나를 굉장히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동네 슈퍼를 좋아한다는 것을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런 슈퍼는 옛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걸지도 모른다. 편의점은 언제나가장 가깝고, 가족들과 함께 가기에는 마트가 편하고, 간혹 동네 슈퍼에서 산 과일에 곰팡이가 슬어있어도 별 말을 못하고 마는 일들이 생기고, 그리고 사는 것 자체가 꽤나 바빠지면서 점점 슈퍼는 편하게 자주 들를 수 있는 곳이 못되었다. 하지만 먹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고, 우리는 어떻게해서든 만족스럽게 한끼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서 언제나 손에 들고다니는 핸드폰으로 오늘도 어떻게 한끼를 때워볼까 고민한다.

가장 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이전 회차에서 말했던 배달앱일 것이다. 그러다가 배달음식이 질리는 시점이나 체중계에 올라가기 두려운 시점에서 나도 요리라는 걸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여느 때처럼 핸드폰을 꺼내 쇼핑을 시작한다.예전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음식 종류를 구매할 때는 냉동식품이나 상온에 보관이 가능한 레토르트, 통조림식품 위주로 샀다(그 외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바로오늘 아침에 만든 반찬이나 영양소비율이 훌륭한 다이어트 도시락, 어제 아침에 낳은 달걀, 싱싱한 유기농 채소같은 것도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오늘은 빠른 배송속도면에서배달앱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시장에 대한 이야기,배달앱보다 일찍 시작한 손바닥 안의 마트 ‘이커머스 시장’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커머스 시장은 점점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그 시장의 규모는 이제 약 100조원에 이른다.그리고 이제는 흔한 말이지만 ‘아이허브 영등포지점설’이 자주 제기될 정도로 해외직구 배송 시스템마저도 매우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독자적인 리더가 없는 각축전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취향과 선호도가 분명해서 그에 따라 적절히 시장분할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그 중에서도 신선식품 쇼핑몰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닐슨 디지털 유통 사업부 박지혁 상무는 “온라인 판매가 전체 소비재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한국처럼, 이커머스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의 온라인 구매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다른 국가의 온라인 시장이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할 수 있다”며 “여행, 패션, 도서류로 온라인 쇼핑을 시작하지만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 신뢰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구매 카테고리는 ‘뷰티.퍼스널케어’로 확장되며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식료품과 신선식품, 음식배달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바이라인네트워크 “이커머스의 미개척지, 신선식품에 ‘신선’이 빠졌다고?” 2018년 12월 6일 기사 내용]

온라인 쇼핑몰에서 미개척지였던 식료품과 신선식품의 주문이 가능한 시점은 언제부터였을까.아마도 저장,보존기술,냉장유통이 가능해진 시점부터일 것이다.신선식품만을 겨냥하여 시작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그리고 불가능해보이고 적자투성이로 보이던 이 시장을 유통업계에서도 진출하기 시작했다.상할 염려 없는 공산품만 배송하는 것은 이제 어디서나 가능하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상품’,즉 ‘신선식품’을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신세계의 쓱배송,쿠팡의 쿠팡프레시,GS리테일의 GS프레시,그리고 최근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마켓컬리,새롭게 BGF리테일에 합류하게 된 헬로네이처 등의 스타트업도 신선식품 이커머스계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앞서 말한 기업 외에도 티몬의 티몬프레시,G마켓의 지테이블도 신규 도전자들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차별화를 둔 마켓컬리
친환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헬로네이처와 아침배송을 시작하는 쓱배송 굿모닝

점점 빨라지는 물류 시스템 중에서도 ‘신선식품’을 다루는 물류 시스템은 단연 빨라야 한다.포장에 드는 부자재와 냉동냉장 물류센터 시스템을 갖추고 냉장 차량을 운영하는데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물론 ‘완벽한 콜드체인’을 구축하지 않고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아마 여기에서 최종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조금씩 달라지게 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회사들이 2조원 정도의 규모를 이루는 ‘신선식품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신선식품은 그 특성상 우리가매일매일 소비해야 하는 반복 구매 상품에 속하기 때문에 이 부문을 포기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유통업계에서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으로 계속해서 뛰어드는 한편,이커머스 시장을 잡고 있는 강자들은 오히려 배달앱으로의 진출을 선언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이미 배송앱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고 쿠팡이나 위메프, 그 외 신규 업체들이 사업 운영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충분히 가능하다.원활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등록된 업체의 수가 많아야하고,이용하는 소비자의 수도 중요한데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배송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이커머스 업체가 서비스 영역의 확장을 위해 나섰지만 배송앱 시장에서는 신규업체일 뿐이라는 것이다.어쨌거나 이렇게 다양한 업체들이 그만큼 다양한 운영시스템과 제휴서비스를 가지고 등장하게 되면, 선택권이 많아져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뜬금없지만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채알못’이다(채소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약자). 어떤 채소가 좋은지, 눈 앞에 있는 채소가 신선하다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아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항상 채소를 살 때마다 ‘어떤게 싱싱한가요? 뭐가 좋은거에요?’ 라는 말을 많이 주고 받았다. 그러면서 덤으로 한 두개씩 더 받기도 하고. 이제 이런 말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침대에 누워서 오늘의 추천 메뉴, 유기농 코너, 저탄소인증 채소모음 같은 곳에서 손가락으로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면 끝이다. 뭐 조금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그것도 배송메세지에 손가락으로 톡톡톡. 우리는 이렇게 해서 아주 차가운 상자를 배송받는다. 새벽에 도착했을 그 상자는 오후쯤 열어도 냉기가 아직 남아있다. 물건을 사는 과정도, 받은 물건도 아주 차가운 쇼핑. 신선함의 상징은 차가움이지만 어쩐지 옛날이 조금 그리워지는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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