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 heyju
  • 승인 2019.04.15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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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일요일이다. 도서관 까페나 갈까.

가끔 책 냄새가 생각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무라카미 라디오’를 들고 여전히 우리 동네 도서관 까페로 향했다.

무라카미 라디오는 약 50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앞 부분을 먼저 펼쳐봤다.

 

[영양가가 높은 음악]

하루키는 이런 저런 어려운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작가이다. 영양가가 높은 음악 편에서 특히 그의 필체가 잘 나타난다. 하루키는 명연주자들을 찾아서 성공시키는 과정을 그린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을 보며

피곤함에 잠에 이끌려 맥락 없는 꿈들을 꾼다. 꿈속에서 몽환적으로 들린 음악은 영화 속 쿠바음악. 영화가 끝나고 나서 비록 영화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파김치처럼 지쳐 있던 몸이 다시 회복되었다며, 영양가가 높은 음악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흔히 나에게서 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이렇게 담백한 필체로, 솔직하게, 꾸밈없이 어렵지 않게 쓴 하루키. 읽는 내내 역시 하루키 작가다. 다시 큰 공감을 얻는다.

 

[양복 이야기]

하루키는 이탈리아에서 레스토랑 갈때 주로 즐겨 입던 쌓인 양복을 보며,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체면과 외모, 품격을 중시하던 이탈리아에서는 애써 따라갔던 행동들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청바지를 입는 자신을 보면서 말이다.

​마음 먹고도 금방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간다. ‘달라져야 해’ 라고 마음먹으면 거북이가 뒷걸음만 쳐서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듯 다시 제자리로 오고, 반대로 ‘별로 달라지지 않아도 돼’ 생각하면 이상하게 사람은 달라져 간다는 이야기를 툭 던진다.

 

 

[리스토란테의 밤]

리스토란테의 밤 편 에서는 좀 멋부린 라스토란테(이탈리아 요리 전문의 레스토랑) 옆 테이블에서 보여진 남녀 커플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럴싸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호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페로몬의 향기가 그윽할 그때, 남자의 파스타 먹는 큰 소리 “츠르릅, 츠르릅” 에 페로몬 이고 뭐고 운산무소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남녀 커플의 운명을 궁금케 하는 유쾌한 일상이야기다.

 

 

[네코야마 씨는 어디로 가는가?]

과거에 쥐를 잡는 전문적인 고양이의 위상이 사라지고 점점 애완용으로 살아가는 고양이 네코야마씨. 하루키는 어떤 사안을 비유하면서 ‘고양이에게 손 내밀기를 가르치는 것만큼 어려운 일’ 이라고 했다.

​이 후 “아뇨, 우리 고양이는 손 내밀 줄 압니다” 라는 메일을 상당히 많이 받으면서 느낀 일화를 다룬다.

“고양이 여러분, 이 혹독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구조를 다시 보고, 철저한 의식 변혁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위원 같은 고양이가 말하자 “바보들, 손 내밀기? 흥 나는 개가 아니야. 웃기지마!” 라고 위세 좋게 말하는 고양이가 역시 좋다는 하루키는 어떤 위상이 사라져 가는 아쉬움과 동시에 어떠한 잃어가는 정신을 붙들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오블래디 오블라다]

비틀즈와 동시대를 살아간 하루키 인생의 백뮤직이 되어버린 비틀즈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우연히 한 상점에서 비틀즈의 “오블래디 오블라”를 연주하는 샌드위치 맨을 봤다.

​듣는 내내 뫼비우스 띠 같은 미로에 빠져 출구 없는 느낌을 받는다. 그 연주는 음악의 전개부가 없이 같은 부분 예컨대 A부분만 되풀이해서 연주하는게 아닌가.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기왕 할 바에라면 전개부까지 제대로 해 주길 바라는 약간의 짜증스러운 맘을 내비친다.

​그러면서 삶에 있어서도 전개부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역시 녹초가 되고 피로감은 의외로 오래 간다고, 그러나 비틀즈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마무리 한다.

(비틀즈의 음악 '오블래디 오블라다' 음악 듣기)

http://blog.naver.com/perfect1000/221513422270

 

[파스타라도 삶아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막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화이다. 로마시내는 운전사에게 스릴과 혼란과 흥분과 두통, 비뚤어진 큰 기쁨을 준다.

​어느 날 하루키의 지인 이탈리아인이 운전하다가 서툰 운전을 하며 탈탈 달려가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시뇰라, 운전 같은 거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나 삶아” 하고 이탈리아인 특유의 손짓을 하며 소리친다.

​하루키는 생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하는 아주머니를 동정하며 파스타 이야기를 이어간다.

​여기에 내가 덧붙이자면, 왜 ‘파스타나’ 라는 표현일까? 파스타나 라니... 파스타가 이탈리아에서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자 soul 푸드이자 타국에서는 이탈리아 로망을 불러 일으키는 음식이다. ‘파스타나’ 가 아니라 ‘파스타좀’ 으로 한 글짜만 바꾸면 거친 아탈리아 운전자가 덜 미울 텐데..

​하루키의 파스타 예찬은 아래와 같다.

이탈리아 파스타는 진정 맛이 있다. 국경을 넘기만 하면 파스타가 갑자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어진다. 이탈리아로 돌아오면 ‘오, 이탈리아는 파스타가 맛있구나’ 생각건대, 그런 ‘새삼 절감하는’ 하나하나가 우리 인생의 골격을 형성해 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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