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지난 아기가 감기로 인해 며칠 동안이나 아펐다.
잠도 안자고 계속 칭얼대서 제대로 눕혀놓을 수도 없었다.
잘 먹지도 않고, 소화도 못 시키고 해서 병원을 다녀왔다.
열도 내렸고, 이제 잠만 자면 되는데 도대체 눕혀 놓기만 하면 우는 것이다.
혼자 육아에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다.
친정엄마는 너무 멀리 있었고, 시어머니가 가까이 계시지만 장사하느라 바쁘고,
또 허리도 아프셔서 아이를 돌봐줄 수도 없었다.
아이가 계속 알 수도 없는 이유로 보채고,
달래다 달래다 너무 지쳐버린 나는 아이와 같이 울었다.
말이 통해야 뭘 어찌 해 볼 것 아니냐고, 이제 열도 떨어졌고, 잠을 좀 자면 좋으련만
왜 이리 보채기만 하는지,
나도 좀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하소연을 했다.
엄마, 참 힘들어 못해 먹겠다. 그러니 그만 좀 보채고 잘래?
알아들을 리가 없다. 그래도 알아 들었으면 좋겠다 아주 간절히
두 다리를 쭉 뻗고 아이와 같이 엉엉 울었다.
나도 좀 울어보자.
아이가 어떤가 걱정이 되어 찾아온 시어머니는 아기가 깰까봐
소리 안내려고 조용히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셨다.
솔직히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자 마자 난 더 서럽게 울었다.
시어머니는 '애 키우는 게 낳아 놓는다고 ,그냥 키워지는 줄 알았더냐.' 어미 등골 뽑아 먹는다는 말이 괜한 말 같더냐.' 하시며 아이를 포대기로 업으셨다.
허리가 아픈 줄 아는데 너무 기진맥진이라 아무 움직임도 보일 수 없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아이를 업고 그 위에 가벼운 옷으로 덮고 밖으로 나가시며
'내가 애 재워 가지고 올테니 눈 좀 붙이라'고 했다.
그땐 정말 그대로 뻗어 잘 것 같았다. 감기 걸린 애를 왜 데리고 나가느냐 말 한마디 할 기운도 없었던 나는 그냥 이불도 안덮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얼마를 잤는지 눈을 떠보니 세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아이와 어머니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나가보니
어머니는 아이를 업고 시조같은 자장가를 부르며 몸을 흔들흔들 흔들고 계셨다.
내가 본 가장 뭉클한 시어머니의 뒷모습이었다.
울컥 가슴 한 켠이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저렇게 세 시간을 아이를 업고 계셨던 것이다. 아이는 등에서 잠이 들었는지 세상고요했다.
아이가 잠이 들었는데 바로 들어와 눕히지 않았느냐고 묻자 어머니는 이녀석도 제대로 못자서 칭얼댄 것이라고 했다.
방에 눕혀 놓으면 또 깨어나 칭얼댈 것이라고,
밖이 좋은가보니 여기서 푹 채워야 지도 개운해서 칭칭대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리고 너 어쩔래, 이 녀석이 코에 바람이 든 것 같다. 버릇이 잘못 든게야.
코에 바람이 들어가야 잠을 잘 모양이야.
시어머니의 말씀이 맞았다. 이 아이는 꼭 바깥바람을 쐬야 잠을 자는 아이였다.
꼭 업고나가 잠이 들어야 방에 눕힐 수 있는 아이였다.
허리가 아픈데도 며느리가 울고 있는 게 안쓰러워 아이를 몇 시간씩 등에 업고
밖에 나가 재우던 어머니의 뒷모습은 그 이후로도 홀로 힘들 내 육아를 분담해주고,
내 아이를 같이 키워주신 분이었다. 허리에 파스를 붙이면서도 말이다.
그 뒷모습은 처음으로 시어머니를 향한 나의 따뜻한 첫걸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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