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재구성] 1955년 어느 대학생의 경주 수학여행기를 읽어봅니다.
[김진덕의 등산재구성] 1955년 어느 대학생의 경주 수학여행기를 읽어봅니다.
  • 김진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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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이어 1954년에도 문교부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이틀이 걸리는 수학여행은 금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55년이 되면서 슬슬 바뀐다. 아래는 편지로 씌여진 어느 대학생의 1955년 경주 수학여행기를 원문과 함께 감상해 본다.

경주는 일제때에도 이름높아 경주군수의 일의 반은 일본과 경성에서 온 vip 접대라고 할 정도였다. 6.25 전쟁 중에도 미군들의 휴양지 그리고 관광지로 첫손에 꼽힐 정도로 그나마 시설이 '완비'되었다. 따라서 전후 수학여행지로 '경주'가 우선인 건 당연하다고 보겠다.

아버님 전상서

그간도 주님의 은혜중 평안하시다는 말씀 듣고 대단히 기뻤습니다. 저는 9일(수) 저녁 서울역을 출발하여 그 다음날 새벽 대구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로 경주 불국사까지 가서 그날 저녁 신라호텔에 유숙하였습니다. 

불국사 가는 도중 태종무열왕비, 계림, 첨성대, 안압지, 석빙고 등 신라시대의 유명한 고적들을 답사하였습니다. 11일 새벽 4시경 일어나서 해돋이와 석굴암을 구경하였습니다. 석굴암이야말로 20세기 기계문명이 최고조로 발전한 시대일지언정 흉내도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ㅁ 신라호텔은 불국사 경내에 있던 여관이고, 보통은 양실이 있는 불국사 철도 호텔을 이용했다.

ㅁ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해가 아니라 달맞이를 좋아했다. 일제 때부터 특히 토함산, 석굴암에서의 일출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적 불가사리 운운하는 석굴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석굴암 법정에 서다 - 신화와 환상에 가려진 석굴암의 맨얼굴을 찾아서"(성낙주 불광출판사)를 보면 좋겠다.

12일 불국사역을 출발하여 오후 6시 부산에 도착하였습니다. 피난생활하던 부산시내와는 여러가지 다른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야간 열차로 서울까지 무사히 왔습니다. 요즈음에는 정상적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진 많이 찍었으며 친구들간의 우정도 더 두터워졌음과 동시에 교수들과도 좀 더 가깝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습니다. 

로저스 박사(Dr.Rogers)에게도 아버지 말씀대로 편지하겠습니다. 지난 학기 성적은 한과목 외에는 전부 나왔는데, 한과목 성적이 발표되는 즉시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현구(顯亀) 상서. 1955년 11월 19일(토) 하오 7시

ㅁ 피난생활하던 부산과 1955년 당시의 부산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쉽긴 하다. 그러나 아마도 그새 그 고통도 벌써 '추억'으로 자리잡았을 것 같다.

ㅁ 수학여행의 부수 효과로 교수 그리고 친구들간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것이리라. 

ㅁ 당시 명승지에서 찍은 사진들은 드물지 않다. 그렇지만 사이즈도 작은데다 인증사진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해 자료성이 뛰어난 사진들은 사실 별로 없다.

금번 경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적주문 5000환(미국서적). 교통비 1000. 이발비 300. 목욕비 300. 임의비 1000. 하순교통비 2000 외국우표 1000  총 10600환

ㅁ 미국원서의 값이 이발비나 목욕비보다 훨씬 비싸지만, 한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아쉽다.

1956년 동아일보에 의하면, '기쁠 때는 시골집에서 어머님의 편지와 송금을 받았을 때다. 그때는 그동안 지난 경과보고를 밤을 새워가며 정성스러이 써서 다음날로 상세를 드리고는...'라고 적혀있다.

그당시에는 이렇게 경비에 대해 상세 보고를 편지로 알리고 다시 송금을 받았나 보다. 지금이야   '묻지마' 문자메세지와 '올라잇' 온라인 송금이 대세이겠지.

1955년만 해도 격전지였던 설악산은 아직 지뢰밭인데다 교통도 불편하여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학여행지로 경주로 표쏠림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1960년이 되기 전에 슬슬 수학여행지로 외설악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이상, 지금은 보기 어려운 1950년대 경주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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