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0) 매일 내 집 앞으로 포르쉐가 배달되는건 어떤 기분일까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0) 매일 내 집 앞으로 포르쉐가 배달되는건 어떤 기분일까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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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최근 몇 차례 공식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넷플릭스에서 개봉되는 영화는 오스카상 후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넷플릭스 상영영화가 ‘TV영화’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 넷플릭스사도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극장에 갈 돈이 없거나 극장이 없는 마을에 사는 이들을 위한 접근권을 주는 것, 동시 개봉을 통해 모든 이들이 영화를 어디서든 즐기도록 하는 것, 영화제작자들에게 예술을 공유할 더 많은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일한다’라는 것이 넷플릭스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둘 다 맞는 이야기를 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독 경제가 자리잡는 계기를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닌)넷플릭스가 달리는성공 가도를 상당히 의식한 견제성 발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가 우리 생활에 깊게 침투했다는 생각을 스티븐도 한 것이겠지. 하지만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칼럼을 시작하는 첫 회에서밝힌 바가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사는 것’ 보다는 ‘이용하는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오늘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된 이 ‘구독형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구독형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 혹은‘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부르는 이 소비모델은 소비자들이 각 기업에 일정액을 선불로 지불하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로부터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이는 방식에 따라 3가지 형태가 있는데, 무제한이용형과 정기배송형,그리고 렌탈형이 있다.

‘무제한 이용형’은 우리가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의 영화, 음악 컨텐츠 제공 플랫폼들, 그리고 리디셀렉트나 밀리의 서재 같은 도서컨텐츠가 있다. 비디오 배달로 시작해서 영화제작까지 맡고 있는 넷플릭스는 이제 구독형 서비스의 최강자가 되었고 이에 영향받아 기존의 스트리밍만을 제공하던 플랫폼들도 점점 바뀌고 있다.

유튜브의 경우, 월 요금제에 따라 광고를 삭제한 ‘유튜브 레드’, 프리미엄 버전을 제시했다(기존에 유튜브가 화면을 종료하면 스트리밍이 정지되는 기본 보전을 보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그리고 ‘정기배송형’은 말그대로 정기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이다.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음료부터 시작해서 식재료는 기본이며 화장품, 꽃, 그리고 갓 로스팅한 원두까지 매주, 매월 같은 날짜에 배달되는 것이다.

가끔 면도기를 사두는 걸 깜박했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하지만 더이상 거슬리는 수염을 애써 모른체하고 출근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4주마다 여분의 면도날이 포함된 쉐이빙박스가 정기적으로 배송될테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급하게 편의점이나 마트에 갈 필요가 없을 것만 같다.마지막으로‘렌탈형’은 매월 일정액을 내고 필요한 물건을 이용하는 서비스인데,이를 통해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했던 공기청정기나 정수기를 주로 이용해왔던 것이다.주로 내구성이 높은 고가의 상품이나 사치품이 많고 이제는 가구나 그림, 그리고 자동차까지 이용가능하다. 저마다 필요한 이유는 다르겠지만 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보다 소액으로 나눠서 매월 이용료를 내며 정말 좋은 상품인지 경험해보는 것도 꽤 합리적인 소비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월 2,000달러를 내고 포르쉐를 바꿔가면서 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자동차 업계는 월 구독료를 받고 고급 차종을 마음껏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원하는 차로 바꿔가며 탄다는 점에서 같은 차종을 일정 기간 임대하는 리스와는 다르다. 볼보(Volvo)는 올해 봄부터 월 600달러에, 캐딜락(Cadillac)은 지난해부터 월 1800달러에 이러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포르쉐(Porche)는 2000달러부터 시작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며 벤츠(Mercedes-Benz)와 BMW도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고객들은 선택한 상품의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서 날짜와 장소만 선택하면 된다. 해당 회사의 직원은 집 앞으로 차를 가져다 주고 중간에 차를 바꿔주기도 하며 유지보수도 알아서 해준다.

포르쉐의 ‘포르쉐 패스포트(PorchePassport)’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나 ‘현대셀렉션’ 같은 월 구독형 상품을 출시하였고쏘카에서도 ‘쏘카패스’라고 하는 상품으로 할인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또 본인이 소속한 네이처모빌리티에서도 월정액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찜카 셰어링). 이와 같이 차량공유 플랫폼에서도 월정액을 내고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데 유사한 사례가 미국에도 있다. 미국의 차량호출업체인 리프트(Lyft)가도입한 월정액 요금제인데, 기존의 기본 비용과 함께 거리당 추가요금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일정금액을 낸 후 횟수로 차감되는 요금체계를 제시한 것이다. 리프트(Lyft)는 이를 통해 구독형 서비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프트의 ‘라이드패스’와네이처모빌리티의‘찜카셰어링’
리프트의 ‘라이드패스’와네이처모빌리티의‘찜카셰어링’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의 정통성이나 영화를 규정하는 프레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영화는대중예술이다.즉, 대중이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생명력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독형 서비스가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전통을 가진 기업들도 구독형 서비스를 준비, 혹은 실행단계에 있다.

심지어 무비패스(Moviepass)같은 기업은 적자를 감안하고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고, 애플(Apple)도 서비스회사로의 진화를 위해 3가지나 되는 구독형 서비스를 내놓았다. 구독형 서비스의 가장 큰 핵심은 지속적인 고객확보와 수익창출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객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취향이나 불편을 먼저 인식해야한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까,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이를테면 이런 고민들을 항상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구독경제, 구독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때마다 스티븐처럼 기존의 시장을 보호하고 정통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편리한 서비스가 나왔는데 전통이나 규칙, 기존 시장의 보호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결국은 더 많은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앞으로의 공유경제, 구독경제를 넘어서 미래의 경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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