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초상권
내 아이의 초상권
  • 김미은
    김미은
  • 승인 2019.04.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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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간의 초상권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배속에서부터 12살이 되기까지 아이가 성장해온 과정을 모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왔다. 이것은 나만의 특별한 행동이 아니고 이 땅 엄마들의 비슷한 행태일 것이다. 또한 사진이나 동영상들을 핸드폰 사진첩이나 컴퓨터 파일 등에 보관하면서 가끔식은 SNS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갓난 아기시절에서 4살 까지는 싸이월드 사진첩에, 유치원과 취학 시점 즈음에는 카카오스토리에 그 이후에는 페이스북이나 다시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에 아이의 모습이 곳곳에 비쳐지곤 했다.

그렇게 사회관계망인 소셜네트웍크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적응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물 흐르듯 세월은 지나왔다. 어느덧 아이가 13살이 되었다.

어느날, 아이가 내 핸드폰으로 무엇인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과 자신의 사진들을 보게 됬다. 순간 말없이 한 숨을 길고 깊게 쉬더니, 화난듯이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한다.

“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사진을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보게 해?”

“나도 초상권이 있어”

“당장 내려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한 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무언가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법적으로 아이의 법적 대리인이다. 법적 대리인으로서 아이의 사진을 올려도 된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엄마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판단해왔다. 그저 지극히 통상적인 일이라고.

며칠 후 아이는 다시 내 핸드폰을 보더니 아직 지워지지 않은 자신의 사진이 담긴 글을 통째로 나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삭제해 버리는 게 아닌가.

내가 작성한 콘텐츠를 내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단 삭제 했다는 것에 화가 몹시 치밀어 올랐다. 순간 회오리 같은 바람이 내 머리를 스쳐가면서 잠자코 생각에 잠겼다.

‘아.. 내 아이도 나와 같은 입장이었겠구나’

자기의 동의와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이 올려졌다는 당혹스러움과 황당함에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부모와 자식간의 초상권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2016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시에 사는 대런랜달(당시 13살)은 자신의 부모에게 합의금 35만 캐나다 달러(약 3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한다. 부모는 귀여워서 올린건데 당사자는 자신의 아기때 사진들을 친구들이 보고 공유하게 될 경우,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성인이 되어서도 고용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을 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식들의 유아 시절 사진을 동의 없이 올리거나 배포하면 한화로 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곧 우리나라도 부모와 자식간의 초상권 보호를 두고 많은 논란과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날이 오지 않을까, 뉴스를 접하면서 생각해본다.

엄마니까 당연한 권리라고 스스로 단정짓고, 엄마니까 아이의 의견은 뒷전으로 두고 하라는대로 하라는 행동을 보여왔던 나, 생각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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