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재구성] 인왕제색도를 차용한 특별한...인왕산뱃지
[김진덕의 등산재구성] 인왕제색도를 차용한 특별한...인왕산뱃지
  • 김진덕 칼럼니스트
    김진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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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을 검색하다가 꽤 흥미로운 인왕산 뱃지를 만났다. ​

블로거 ​Slowrock님은 이렇게 배경설명을 하고 있다.

1993년 2월 25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1.21사태로 입산이 전면 금지됐던 인왕산이 개방되었다. 그리고 93년 3월 7일 인왕산 기슭에서 인왕산개방기념등반회가 있었다.

인왕산의 유래와 역사를 곁들인 경과보고 행사를 하고, 그당시 요들송으로 유명한 김홍철씨가 알프호른도 연주하면서, 주최측에서 인왕산 개방 기념등반 뱃지를 나눠주었다.

 

아마 이 기념 등반대회를 주최한 측은 인왕산의 터줏대감인 인왕산악회이기 쉽겠다.​ 다시 보아도 이 뺏지는 기시감(旣視感)이 있고  묘하게 사람의 관심을 끈다.​

한국의 산세가 그러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등산 뺏지에서 산모양을 '실경'으로 해서 만든 뺏지는 많지 않다.​ 모양이 '그나마' 독특한 마이산이나 한라산 정도에서나 겨우  볼 수 있다.​

 ​인왕산은 산의 성격상 사실 판매용 등산기념 뺏지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기 쉽상이다. ​이런 전례없이 1993년 이렇게 딱하나 만든다는 게 인왕산의 진면목을 탁월하게 잘 표현해 냈다. ​그들은 어떻게 한국의 등산 뱃지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기법을 떠올렸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인왕산에는 바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있으니 말이다. ​​바로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 인왕제색도​ 말이다. 

​1993년 주최측은 참석자에게 기념품으로 뱃지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도안을 고민했을텐데, 그 중 누군가 이 그림을 떠올리고 기뻐하며 모두의 박수를 받았을 모습이 상상된다. 

                                                    *사진출처

정선은 ​​지금으로부터 250여년 전에 이미 이 풍경을 새로운 기법으로 표현해 냈다. 그리고 우리는  조선만의 독보적인 '진경산수화'기법이라며  그 위대함을 초등학교때부터 들었다.

​그런데도 197,80년대 한국의 등산 뺏지 디자인은 거개가 상상의 세계에서 맴돈다. 뱃지 디자이너들이 왜 겸재 정선의 다른 산그림이나 진경 스타일을 차용할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은 누구나 인수봉이 북한산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시절 뺏지에서는 인수봉의 존엄을, 설악산이라면 비선대 산장에서 우리를 압도하는 장군봉을 제대로 담은 뺏지조차 만나기 어렵다. 

이는 남측의 문제만이 아니다. 북측도 마찬가지이다.  금강산 개방 이후로 추정되는 금강산 뱃지들을 열점 넘게 소장하고 있다. 만물상, 귀면암, 삼선암 등을 담고 있는데, 그런데 아뿔사 '진경'은 커녕 '실경'에도 충실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 중 하나, 총석정을 예로 들어 보자. 겸재 정선은 인왕산만큼 금강산도 사랑했다. 좌측이 정선의 총석정 그림이고, 우측이 뱃지의 도안이다.  정선이 북측의 사상에서 보자면 적폐세력일까. 우리가 드세우는 민족예술과 예술기법이 실제계에서 이렇게 푸대접받는다는 건 영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튼 보면 볼수록 탐나는^^, 실물을 보고 싶어지는 '진경' 뺏지 한점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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