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재구성] 김원모를 찾아서....
[김진덕의 등산재구성] 김원모를 찾아서....
  • 김진덕 칼럼니스트
    김진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0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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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악계 최초로 1975년  '산악소사전'이라는 책을 쓴 김원모를 오늘날 알기는 어렵다. 김원모는 우산(又山) 손경석 선생님의 뒤를 이어 등산을 학(學)으로 접근한 희유한 분이다. 아래는 몇권의 책을 통하여 어느 후학이 그의 자취를 찾아간 궤적이다.

                                *사진출처 및 더 읽으시려면

1975년 한국산악회는 '야심차게' 문고판 산악서적 7권을 세상에 선보인다. 문고판이지만 야심차게라고 표현해도 좋은 건 이 이전에 출판한 책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1권은 당시 한국산악회 회장이자 명망가였던 노산 이은상의 "노산 산행기'이고, 3권으로는 김원모의 '산악소사전'이 자리를 점하고 있다. 

김원모는 해방후 최초로 등산학의 기본인 등산용어의 재정립을 통해 일본산악계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모색했다. 그로부터 다시 45년이 흘렀고, 이 책은 오늘날 등산학의 징검다리로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김원모를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다.

한국에서 등산학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선보인 건 1962년 손경석 선생님의 '등산백과' 출간이다. 이 책은 이후 한국 산악인들에게 지남차가 되어 강동 600리에 그늘을 드리웠다. 그리고 2012년 문학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출간 5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그 얼마나 아름다운 현장인가.

                               *사진출처 

손경석 선생님은 감사의 말씀에서 출간 당시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책의 오류를 잡아 준 몇몇 엘리트 신진 등산가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뒤이어 역시 준수한 노신사가 일어나 답으로 한말씀을 했다.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부러울정도로 말을 잘했다는 기억이 난다. 그가 김원모이다. 

책에는 저자가 어떤 인물인지 일언반구도 없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그가 서울의 명문고 출신이고 서울대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또 실마리가 된다.

서울대 교수산악회 가 있다. 초대회장인 정치학과 최명교수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부터 활동했고 내처 "인더스 강을 따라 히말라야까지"(2006)라는 책까지 내게 된다. 이렇게 교수들 중심으로 산행이 이어지고 책까지 내는 건 송복, 정현종 교수들이 주동한 연세대 교수 모임이 펴낸 "북한산 솔바람"도 있다. 

산행기의 완성도는 사실 교수라고 해서 뛰어난 성취가 있지는 않다. 교수들에게 산은 '오롯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산 솔바람"은 오늘날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좀 불편한 구석도 없지 않다. 하여간 여기서 최명교수를 알게 된다. 

2014년 그는 '술의 노래'를 낸다. 책은 애주가인 그가 여행, 등산 그리고 인물 편으로 나누어 살뜰하게 술을 마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참 재미있고, 도중도중 질투날 정도로 부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책에는 서울대 영문과 천승걸 교수도 등장한다. 야생화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교수산악회에서 본격적으로 친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오래전부터 나는 형의 고등학교 친구인 김원모金元模군과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형에 대한 김군의 존경은 나의 그것보다 더해서, 아니 연전에 김 군의 초대로 우리 셋이서 역삼동의 '제주탑동'이란 생선집에서 양주를 마신 일도 기억이 납니다.....

라는 구절을 발견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김원모는 바로 산악소산의 김원모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50주년 기념식에서 만났을 때 연배도 그러하고 고등학교 대학교도 그런 듯 하고. 1940년생이면 1962년 "등산백과" 초판이 나왔을때 20대 초반이 되겠다.

공교롭게 며칠 전 저녁(2011년 8월 29일) 김원모 군과 다시 한잔 했습니다.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원모 군은 얼마전 신사동 '충무상회'에서 우리가 또 한차레 마신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나와 법대 동기인 정정일 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모 군이 그 자리에서 자주 읽던 비장의 책인 로렌스의 "차라레이 부인의 사랑"을 형에게 보여 주었다는 것입니다. 형이 대충 이곳저곳을 보고는 이것은 무삭제판이라고 권위있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형의 말이 무엇인지 짐작되지 않으나 그 판정에 흡족했다는 원모 군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정사 장면만 몇군데 읽고 무삭제본이라고 했을 것인데..."라고 일성을 발했답니다. 형의 친구인 원모 군은 순진합니다...

라고 김원모와의 재미있는 일화를 다시 언급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천승걸과 최명은 1940년 즈음의 대학동기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원모도 마찬가지가 되겠다. 혹시해서 최명이 공편한 "6 25와 나  서울법대 58학번들의 회고담 "(2010)를 꺼집어 보았다.

이 책은 열살 무렵에 6.25를 겪은 서울대 법대생들의 6.25체험기이다. 6.25에 대한 그들의 인상은 이후 한국 현대사에도 깊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허나 그런 건 나의 몫이 아니고, 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다 있나 싶은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도 김원모가 등장한다. 글맛도 좋고, 내용도 좋다. 저자 소개란에 의하면 그는 정계나 관계가 아니라 재계로 진출했는데, 50주년 기념식에서의 느낌도 딱 그러했다.  나는 그 김원모가 이 김원모라고 짐작을 한다. 아니라면? 내가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김어준식의 표현을 빌자면, '아니면 말고'

한국산악계에 등산학을 '본격적'으로 한 이를 꼽으라면 열손가락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 1970년대 중반 열악했던 시절에 산악소사전을 펴낸 김원모 선생이 계신다. 몇몇 책을 통해 설렁설렁 가볍게 터치하면서 후학으로서 깊은 감사를 표하고자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산은 산 안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덧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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