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젠더 갈등에 대한 단상
젠더와 젠더 갈등에 대한 단상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4.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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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gender)는 ‘사회적인 성’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인 성을 분리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사회적인 성이란 성 역할로써 표현되기도 합니다. 남성성, 여성성 스펙트럼으로 젠더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스펙트럼으로요.

   생물학적으로 성을 구분하는 것은 이분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남성이면 남성, 여성이면 여성, 그 중간은 없습니다. 남성 안의 다양성과 여성 안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개념입니다.

   사회적으로 성을 구분하는 것은 다차원적인 구분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얀색에서 까만색까지의 명암을 나타내는 그림처럼요. 남성성의 극단에서 여성성의 극단까지, 여성성의 극단에서 남성성의 극단까지의 다양한 단계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젠더입니다. 이 젠더 관념의 양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성을 구분할 때의 남성, 여성일 것입니다.

   생물학적인 성은 고정되어 있지만, 사회적인 성은 유동적입니다. 젠더의 관점에서 보면 성이란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는 성별(sex)과 젠더를 분리하여 표기합니다. 여기서 성별은 생물학적 성을 가리키고, 젠더는 성에 대한 개인의 자유 표현을 가리킵니다. 개인은 생물학적인 성을 타고난 다음, 자신의 성향에 따라 어떠한 성 역할을 한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생물학적 성을 중시하는 학파는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 성에 따라 특정 성 역할을 고수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사회적인 성을 받아들이는 학파는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 성에 따른 성 역할에 갇힐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젠더 갈등의 핵심에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개개인에 따라 달리 판단할 것입니다. 나는 젠더라는 관념 자체가 젠더 갈등의 중요한 부분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적 성에 따른 고착적 성 역할을 초월하자는 것이 젠더 개념입니다.

   현대의 남성과 여성은 남성성에 대한 고착적인 역할과 여성성에 대한 고착적인 역할에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피로감 이상의 일이기도 합니다. 실질적인 피해가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남성성에 대한 고착적인 역할과 여성성에 대한 고착적인 역할은 은하의 양쪽 극단에 위치한 것들과 같습니다. 그 사이가 너무 멀어서 서로가 서로를 상상하기 힘들고, 이해하기는 더 힘듭니다.

   음지에 있던 젠더 갈등이 양지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양쪽이 양쪽 자신의 고통, 울분, 설움, 통한을 호소하느라 바쁩니다. 그것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상대 쪽의 아픔은 아픔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그럴까요. 사막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고난과 북극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고난은 다릅니다.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고난은, 내가 모르는 고난은 존재하지 않는 고난일까요. 고난이 아닌 것일까요. 아니면, 내 것보다 작은 고난일까요. 내 것보다 겪기 쉬운 고난일까요.

   사막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이 사막 환경을 기준으로 북극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몰이해에 가깝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북극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이 북극 환경을 기준으로 사막에 가두어져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 또한 거의 몰이해에 가깝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 갈등 해소의 여정이 시작된다고 할 때,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걸까요.

   양쪽이 호소하는 고통 모두가 실재했습니다. 그리고 실재합니다. 그럼 이제 고통의 크기 비교를 시작해야 할까요. 그 크기 비교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보다는 실무적인 개선들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굳이 꼽아 보자면, 가장 시급한 것은 그런 일들 아닐까요.

   그런 일들을 해 나가는 과정은 너무도 다양하고 또 너무도 복잡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협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것은 기존의 통념이 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때로는 도전이 따르기도 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도전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성별과 젠더를 골고루 이해하고 존중하는 곳’에 ‘성별과 젠더를 초월해 고유하고 특별하게 존재하는 그 한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정 성별, 특정 젠더로 살기 위해 이 별에 온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이 별에 온 사람을 보는 세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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