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불
도깨비 불
  • 바라보기
    바라보기
  • 승인 2019.03.31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런게 음모 일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기회에 내 유년을 소환 하고자 한다.

 나의 유년은 해안을 바라보며 형성된 옛 삼별초군이 머물렀던 성(城)안 마을에서다.

 백여호가 넘는 다른 성받이의 사람들이 길길이 모여사는 어촌마을, 농사와 바닷일로 사철 일에 지칠만도한, 지금도 옛성터가 남아 있어 문화재 보존지구로 책정이 되어 있는 역사의 귀중한 자료를 갖고 있는 마을이다.

 그러니까 우리 마을은 성안과 성밖으로 나뉘어 볼 수 있겠는데 삼별초군이 기는 과정이니 바다(제주도) 를 등지고 성을 쌓았다면 성밖은 농지요. 배후지는 바다인샘이다.

 이쯤되면 내가 어디사는 누군지 까지도 벌써 알아 차릴수 있겠다 ㅎㅎㅎ

 성으로 치면 북문이라 해서 북문재가 있는데 그곳이 마을에서는 가장 윗쪽에 위치하며 성의 안과 밖이 다 조망되며 외부인이 처음 들어오는 통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개활지(지금은 논과밭이 됨) 를 사이에 두고 여몽 연합군과 대치한 삼별초 마지막 군사들의 날선 눈빛이 선연하다.

 어린시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 북문재에서 바라보는 북쪽의 들과 산은 건너 대숲의 바람 소리가 섞이는지 스산하다. 그시절 먹을게 많지 않던 배고프던 시절이다. 저녁이 되면 형들과 누나들은 밤 서리를 자주 하곤 했다. 물론 북문을 넘어 다른 마을까지 진출해서 형들은 닭서리며 심한경우는 돼지서리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누나들은 밭에가서 고구마나 배추를 서리해와 삶아 먹거나 저녁 배추쌈을 해서 먹기도 했다.  

 어느날 친구들 몇이 형과 누나들의 닭서리며 배추쌈등의 이야기를 하다 우리도 해보자는 결론을 가지고 모였다. 드디어 칠흑같이 어두운 저녁 숨소리마저 죽이며 북문을 향했다.

 그날 따라 더 어두운 것같고 동네도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철진형네 작은방이 우리들의 거점이다. 철진이는 우리보다 나이가 3살이나 위인데 학교를 우리와 같이 다니며 우리들의 대장이고 형들과의 통로이다. 물론 이 처음의 일을 주도하는 이도 철진형이다. 형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학교 친구였었다. 지금생각하면 철진 형의 옛날 이야기는 귀를 쫑긋하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었고 가장노릇을 하는지라 저녁에 우리가 모이는 장소로는 거칠것이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형들과 누나들도 그방을 자주 이용하곤해서 우리차지가 어려운 때도 있었다.

 그날, 형들과 누나들이 어른들이 재사차 집을 비운 명숙이 누나 집으로 간 바로 그날, 형들이 어디론가 떠났을 시간 드디어 철진 형의 지도를 받은 우리 친구 넷이서 출발을 했다. 그 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쯤으로 기억한다. 아마 삼별초 군의 여명군 탐색조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방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신발을 찾기도 힘든 어둠속을 허둥댓던 것이다.

 잔뜩 긴장을 하고 웃동네를 지나 북문에 닿았다. 벌써부터 바람소리가 차다. 목표는 겨울배추다.

 제법 추운 날씨인데도 추운것도 모르고 벌써 서리를 하는마냥 떨린다. 담을넘는 도선생이 몸을 담에 기대고 집안을 기웃거리듯 조심스럽게 북분 밖으로 향하는 순간 자리러 질듯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불빛!  퍼런 불빛! 반딧불보다 푸르고 큰 불빛이 건너편 산밑 대나무 숲 아래 우리의 목표가 있는 배추밭 쪽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치 내게로 치닿는 몽고군의 화살처럼 와 박히는 것이다.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아랫마을 철진형네까지 뒷도 안보고 뛰어 왔다. 기환이는 넘어져서 바지가 헤어지고 무릎이 찍혀서 피가 흐르고 일석이는 고무신이 벗겨져 신발 한짝만 한 손에 들고 오는 나는 집에서 가져온 후레쉬를 버리고 오는 참극!  아마 이친구들이 이런 일만 없었다면 달리기를 못하는 나는 맨 뒤에서 주저앉고 말았을지 모른다. 내일 일이 두려운 것도 잠시 한숨을 고르는 듯한 방안 분위사이로 두런두런 형들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서리를 갓다 온듯 배추 폭이가 손에들려 있었다. 이 형들은 우리 마을 형들중 이중대라고 해야 할까. 중학교 1학년 뻘 되는 형들과 6학년 형들이다. 약속이나 한 듯 철진형이 칼을 내주고 된장과 밥 바구리를 내려 놓은 것이다. 이 모든것은 방안에서 이루어 졌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수저를 주며 같이 먹자고 한다.  밤중에 서리해온 배추로 쌈을 해 먹어보기는 처음인데 조금전의 수치는 간데없다. 그날 형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그날의 그 도깨비 불은 인(人)불이 아니였을까? 음모의 정채를 밝히진 못했다. 아니 밝힐 수 없었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