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19) 배려심
〔칼럼〕(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19) 배려심
  • 피은경(pek0501)
    피은경(pek0501)
  • 승인 2019.03.2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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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배려심

누가 들으면 과장이 심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내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말하려고 한다. 어느 날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져 몸에 큰 병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가 없어서 현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에 운전기사에게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물었다. 운전기사는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그러고는 버스 요금을 말해 주었다. 운전기사의 활기찬 목소리에는 친절함이 담겨 있었다. 난 그때 병원에 가는 길이어서 마음이 어두웠다. 그런데 운전기사의 그 인사말에 마음이 밝아짐을 느꼈다. 그 한마디에 기분이 확 바뀐 나 자신에게 놀랐고 작은 친절의 위력에도 놀랐다.

만약 그때 운전기사가 요금을 묻는 나에게 버스 요금도 모르냐고 짜증 섞인 말로 불친절하게 대했다면 어땠을까? 근심이 가득해서 어두웠던 내 마음은 더 어두워져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 운전기사가 참 고마웠다. 친절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에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길을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내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을 보고 혹시 나를 도와주기 위해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친절한 사람을 만날 때면 천사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

누구에겐가 천사의 역할을 해 본다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닐까. 때로는 사랑을 받는 일보다 사랑을 주는 일이 더 즐겁듯이, 선물을 받는 것보다 선물을 주는 것이 더 즐겁듯이, 천사를 만나는 일보다 직접 천사가 되어 보는 일이 더 즐거운 일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자기 기분에 빠져서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인간은 선악이 공존하는 존재다. 아무리 선행을 많이 베푸는 사람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엔 이기심이 있으며, 아무리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엔 이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잔인하게 강도질을 벌인 남자가 자기 애인에게는 착한 남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건 없다. 남을 괴롭히며 사는 사람도 자신의 어머니 앞에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알고 보면 착하다, 라는 말이 있으리라.

그래서 좋은 사람의 기준을 생각할 때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나누기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과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맞을 것 같다. 알고 보면 다 착한 사람들인데 타인을 얼마나 배려하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타인에 대해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식당에서 자기네 애들이 떠들어도 주의를 주지 않는 사람,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다.

오히려 먼 타인보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산다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상처 받을 말을 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우리가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며 산다면 우리의 불행이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불행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꼭 기억해야 할 점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의 출발은 ‘자신이 부족함이 많은 존재’라는 걸 자각하는 것에서부터일 것이다. 자신이 부족함이 많으니 상대도 부족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다음 명언들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진 마음으로 대한다. 왜냐하면 어진 마음 자체가 자신에게 따스한 체온이 되기 때문이다.(파스칼)” “남을 때린 자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 남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것이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플라톤)” “가장 큰 쾌락은 남을 즐겁게 해 주는 일이다.(라 브뤼예르)”

갑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이다. 어떤 이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사람이 ‘갑’의 위치에 있을 때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배려심이 있는 사람인지 배려심이 없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누구든 항상 ‘갑’일 수는 없다. ‘갑’이 ‘을’이 될 수도 있고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모 회사의 사장은 회사에서 ‘갑’이지만 자식이 교칙을 위반하여 퇴학을 당할지 모를 위기에 처하면 학교 선생님 앞에서 ‘을’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회사에서 ‘을’이었던 사람이 백화점에 가면 ‘갑’의 대접을 받기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누군가로 인해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다면 누구나 속상할 것이다. 자신부터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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