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그래 나 은따야.
왕따? 그래 나 은따야.
  • 변신원
    변신원
  • 승인 2019.03.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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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10년 만에 만나도 20년 만에 만나도 지인을 알아본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지요. 그간 키도 얼굴모양과 옷차림새도 달라졌고 하는 일도 달라졌는데 우리는 서로 누군가 거의 알아보게 됩니다. 그 모든 게 바뀌어도 알아볼 수 있는 그것,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인 것입니다. ‘그다움’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것은 눈빛에도 숨어있고 웃음이나 손놀림 같은 것,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 같은 것에 골고루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짜 자기다움이라는 게 뭔지 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평생 자기와 함께 할 것이고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존중하고 아껴줘야지요.

얼마 전 우연히 한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체리새우, 비밀 글입니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 친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다현이라는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받지 않기 위해 클래식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철저히 숨깁니다. 진지충이라고 놀림받으며 은따를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따돌림을 당하면 친구들끼리 몰려다니고 밥을 같이 먹고 소소하게 웃고 다니는 일들이 모두 불가능해 지니까요. 그러나 자신의 취향조차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겉으로 주고받는 웃음에만 연연하는 관계가 정말 소중하기는 한 걸까요? 다현이는 은유라는 또 다른 은따 친구를 만나면서 자신이 지닌 문제를 다시 성찰해 보게 됩니다. 은유는 다섯 손가락이라는 친구모임에 연연하는 다현이에게 이렇게 말해요.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러다 보면 과제할 때 너희처럼 좋은 친구도 만나고, 봉사활동이나 마을 밥집 가면 거기서 또 멋진 친구들을 만나. 그럼 됐지 뭐.”

정말 멋진 말이지요. 아무리 친구가 좋아도 자기다움을 부정할 만큼 중요한 친구는 없어요. 친구는 나라는 나무를 비추는 햇살이자 바람이죠. 나무가 없는데 햇살과 바람만 좇으면 무슨 소용 있을까요? 왕따? 은따면 안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나라는 나무를 좋아해줄 햇빛과 바람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니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나무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자기가 어떤 나무인지 아는 그런 나무가 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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