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재구성] 이건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진덕의 등산재구성] 이건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김진덕
  • 승인 2019.03.28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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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가리늦게 자전거와 만나 짧게 사귀면서 그가 들려준 자전거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1) 역사상으로 자전거 브레이크보다 차임벨(딸랑이) 중 어느것이 먼저 등장했을까.

2) 뒷바퀴 브레이크하고 차임벨 하고 어느것이 더 중요할까?

3) 그렇다면 연역적으로 보았을때 이제는 차임벨 위치는 핸들의 어느 쪽이 맞을까.

그렇다고 자전거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은 산이야기, 록클라이밍(Rockclimbing)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배웠다고', '내가 하니 익숙해졌다고' 후배에게 그 방식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게 결론이다.

몸치인데다 기계치라, 밝히기 부끄럽지만 대학 1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역시 처음으로 내 소유의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그 세월동안 자전거 붐이 얼마나 폭발했는지를 전제하면 어쩌면 주변에서 보기드문 신기한 일이겠다.

사무실을 옮겨 집에서 가까워져 자전거 타며 일본어 공부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네이버 중고카페에서 15,000원 (150,000원이 아니다)을 주었다. 딱 1주일  타니까 본전을 뽑았다.

왜 조금 더 비싼 자전거를 안샀냐고? 그돈 있으면 술사먹지 자전거 샀겠냐 가 아니고 그돈 있으면 박물관 자료 하나라도 더 샀지. 어떤 분야이건 프로(?) 컬렉터들은 아마추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그 어떤 개똥 철학이 있다.

원주인이 오랫동안 세워만 두었는지 바퀴는 이렇게 3년 가뭄에 시달린 논바닥같이 갈라져 있다. 그래도 내사랑. 매력에 빠져 한겨울 심야에도 또 미세먼지가 심해 남들이 꺼려한 탄천에 나 혼자인 날도 많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뒷바퀴가 빵꾸가 나면서 인연이 끝나버렸다. 친구는 주부를 바꾸라는데 , 아무리 싸다고 하더라도 본체보다 더 비쌀 것 아닌가 해서 그만 두었다. 

슬프게도 우리의 사귐은 너무 짧았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그래도 그동안 든 정이 있어 그냥 보낼 순 없고 이제 그가 나즉히 들려준 아래의 글을 함께 공유한다. 검색해서 안 게 아니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나. 우리만의 대화였다는 걸 양해하시라. 그리고 다들 익히 아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해하시라. 가리늦게 자전거를 탄 이가 흥분해서 하는 말이니...

자전거가 연식이 오래되다보니 브레이크가 잘 안잡혔다. 내리막에서 앞뒤 모두 잡아도 슬슬 밀릴 정도였다.  기계치라 고칠 생각도 없고 몸치라 균형을 잘 잡지도 못하고 해서 그냥 탔는데 그러다가 당황한 적이 몇번 되었다. 브레이크 잡기도 바쁜 시간에 오른손 손가락으로 딸랑딸랑 하는게 말이다.  

자전거는 달리고 싶어 한다. 타이어에 금이 갈 정도로 시들어가던 그는 나의 간택을 받고 이렇게 애쓰는 모습을 어여삐 여겨서인지 내게 들려준 건 그 어디서도 듣지 못한  200여년의 자전거 히스토리였다.

1) 자전거에는 브레이크보다 벨이 먼저였다.

백년 또는 이백년전 처음 자전거가 발명되었을 때는 브레이크가 없었어. 페달도 없었고 속도가 느렸으니 필요도 없었지. 그러다가 점점 세월이 흘렀고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었지. 어디든 있던 '워낭소리'같은 차임벨을 붙이는게 쉬웠을까? 브레이크를 발명하는 게 쉬웠을까? 

오른손잡이가 태반이라 차임벨은 당연히 오른쪽에 붙였어. 그러다가 경고를 넘어서서 속도제어를 할 필요도 생겨났지. 브레이크를 몸체에 붙이게 되었지. 뒷바퀴 브레이크는 당연히 오른쪽이어야겠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핸들 오른쪽에 차임벨과 브레이크가 함께 있게 된거야. 그러니까 너가 뒷바퀴 브레이크 밟으면서 딸랑이 하는게 어려운게 너 탓이 아니야.

이말을 듣자 나는 영국에서 자동차가 처음 생겨날 떄 브레이크가 없었다는 게 떠오르면서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동시에 벨과 브레이크를 작동 잘 못한 건 내잘못이 아니오. 내탓이 아니오.

중학교 시절 자전거로 통학하는 아이들 정말 많았는데, 그들은 자전거에 얼마나 능숙한지 작은 자갈들도 휘익 휘익 피해가면서 마치 아스팔트 길 인양 다녔다. 그시절 딸랑이는 100퍼센트 핸들의 오른쪽에 달려 있었는데 능숙했기에 이런 괴로움이 아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전거 노래 알지. 따르릉 비켜나세요.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라는. 그 시절에는 자전거가 시민에게 갑이어서 따르릉 소리만 내면 시민들이 알아서 피해야 했지. 그러나 지금은 천지가 개벽했지. 자전거 사고가 나면 자전거 책임이 더 커. 자전거의 제동의 중요성이 전면에 대두했어. 그 결과 오른손은 오로지 뒷바퀴 제동, 왼손은 딸랑이로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지.

2) 지금은 딸랑이가 어느쪽에 있어야 하는가

좌측통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정책은 좌측통행이라는 성역 아래서 가능했다. 그러다가 임계점이 왔다. 이제는 우측통행이다. 세상이 바뀌면 내 생각이 옳지 않다.

딸랑이하고 뒷바퀴 브레이크하고 어느 것이 중허냐? 뒷바퀴라고?  그렇다면 능숙한 오른손은 온전히 뒷바퀴 브레이크용으로. 왼손은 딸랑이 용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굴러온 돌아 박힌 돌을 빼낸 형국이다. 자전거의  ABC를 모른대도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이런 답이 나오게 된다.

이제 현실을 확인해보자. 놀랍게도. 현실은 나의 추리를 배반하지 않았다.

보관소에 있는 7대 중의 바이크를 검사했더니 5개가 좌측이더라. 몇군데를 더 돌아다니며 확인해 보니 최소한 6:4로 왼쪽이 높더라. 딸랑이가 원래 제조회사에서 달려서 나오는 건지 아니면 자전거방에서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후자라면 오른쪽에 다는 자전거점포 사장님들 조금 더 진지해지야 할 듯.

내가 오른쪽 딸랑이에 익숙하다 해서, 병아리같은 초심자한테나 어린 자식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달아주면 안된다는 거. 

예전에는 한번도 눈길에 띄지 않더니, 곳곳에 녹색 범벅인 자전거들이 있더라. 도대체 누가 이용하고 있는가 모르겠는데 설치 회사는 돈을 벌었겠다. 

아모튼 서울시 따릉이라는 이놈들은 모두 벨이 왼쪽에 있더라. 오른쪽에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만약에 자전거에 서투른 이용자가 따릉이와 브레이크를 함께 오른손으로 작동 하려다 사고가 나면, 책임 비율과 사고배상액이 그만큼 더 높아졌을 것이다. 기술은 무댓보가 아니라 냉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걸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현실에서 확인한 건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친 그 느낌과 얼마나 다를까. 고마워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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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건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클라이밍 이야기이다.

'내가 이렇게 배웠다고 해서', 또는 '내가 해보니 익숙하다고' 해서, 나만 믿고 있는 클라이밍 초심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면 안된다. 숙달이 중요하다고 강변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클라이밍 중에 제일 위험하다고 하는 하강을 보자.

예전에는 이렇게 하강기 아래위로 손을 배치해야 했다. 이게 당시 제일 안전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등반에 있어서 테크닉, 방식은 옹고집이 아니다. 반복 및 숙달이 아니다. 비판적 지지이다. 명징한 결과가 아니라 믿되 믿지 않는 고민의 과정이다. 한번의 성취가 옳음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이렇게 두손 모두 하강기 아래에 배치해야 한다. 뒷이야기를 풀어내자면 하루종일 신나게 해도 부족할 200년 등산의 지난한 역사가 놓여져 있다.  그러나 위의 자전거를 예를 들면 그 대강이 이해가 될거라 본다.

이상 자전거를 통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등산, 클라이밍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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