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장
비밀보장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3.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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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알고 있어
 
조용히 커피한잔을 마시고 싶었다. 집이 아닌 커피향이 자욱히 내려앉은 커피솦에서 은은하게 흘려나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몇 페이지 남지 않은 책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테이블이 몇 개 준비되어 있지 않은 동네 커피솦이지만 소박하게 꾸민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주어 가끔 들리는 곳이다.
 
전자책에 집중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이 느낌이 너무 좋다. 5천원의 투자로 느끼는 사소한 즐거움이다. 
그런데 뒤에 앉은 손님들의 목소리가 컸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렸다. 작은 동네 커피솦이라 협소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손님들의 목소리의 볼륨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만 알고 있으라고 말한 건데, 왜 소문이 났어?"
지금 목소리가 큰 것이 아니라 화가 나 있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친한 친구이기에 비밀을 공유했다.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야 돼.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이런 것이다. 하지만 그 비밀은 이미 소문이 날 정도로 퍼져 있는 것이고, 그걸 친구에게 말한 사람은 지금 그 친구에게 비밀로 말한 게 왜 흘려나온거냐구 따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여자들에게 참 많이 있는 일이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친분을 과시하고 믿음과 신뢰를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걸 너에게 말했다는 건 내가 널 아주 가깝게 생각하고 있고, 널 믿는다는 것으로 신뢰를 구축하려 한다. 
 
또 자신이 깊은 치부를 드러낸다는 건 아주 가깝다고 생각하고 믿음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신뢰의 책임은 언제나 뒷전이다. 그 친구는 또 다른 절친에게 믿음의 서약을 걸듯 '너만 알고 있어, 꼭 너만 알고 있어야 돼?'라고 도장찍고 꽝꽝 
하고 비밀을 공유한다. 
그렇게 비밀은 믿음을 싣고 옮겨가고, 또 옮겨가 불이 붙게 된다. 그리고 그 소문은 첨 진실에 많은 추문을 달고 돌아다닌다. 
누군가가 나에게 믿음을 갖고 비밀을 말한 것이라면 마음에 담아둘 수 없다면 첨부터 듣지 말아야 한다. 
 
입이 근질거려 못 참는 성격이라면 처음부터 귀를 막아버리고 그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비밀을 지켜줄 수 없는 우정이라면 신뢰가 구축될 수 없는 관계이고, 그런 친구라면 자신을 내 놓는 일에 신중해야 할 것이고, 아니면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저 사람은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자신의 입을 원망해야 한다. 지켜주어야 할 비밀을 입으로 가볍게 털어버린 것이 아니라 신뢰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한 명의 친구를 사귀는 데 소비한 많은 노력과 시간은 가볍게 입에서 나간 말로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 
우리가 신뢰를 구축하고 싶은 관계를 만든다는 건  비밀보장을 담보로 말하는 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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