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재구성] 일본어 산서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김진덕의 등산재구성] 일본어 산서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 김진덕 칼럼니스트
    김진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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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는 만만한 'の' 하나만 알면서도 일본의 산책들을 줄기차게 샀다. 박스에 들어간 건 볼 수 없고, 책장에 꽂혀 있는 건 어쩌다 제목과 이름을 대강 상상하곤 했다.

요즘 일본어가 제법 읽히면서 일본의 산서에 관해 재미있는 몇가지를 알게 되었다.

유메마쿠라 바쿠의 "신들의 봉우리" 원작 소설과 다니구치 지로가 그린  동명의 만화는 전세계 수십여개국에 번역소개된 말그대로 대작이다.  이 산악 소설을  뜻있는 이들과 함께 일본어 원서로 읽는 게 로망이다. 

소설의 주인공의 롤모델은  삼전 승(森田勝 모리타 마사루라고  하는데, 그의 책이 오래전부터 책장에 꽂혀 있더라니.

'늑대는 돌아오지 않고'(狼は帰らず. 알피니스트 모리다 마사루의 삶과 죽음)(1980). 위키피디아에 가 보니 이외에도 많은 책들이 있는 걸 보면 특별한 인물인 듯 하다.

모리타 마사루의 실제 모습과 만화중의 모습.  위키피디아에 가면 독특한 그의 등반 역정이 잘 나와 있다. 한국에서는 그와 비교할 산악계 인물이 없는 것 같다.

하루재 클럽에서 펴낸 명작 '일본여성등산사'에는 일본을 수놓은 수많은 여성 등산가들이 있다.  그 중에 '다나카 스미에'가 있는데, 그가 쓴 책으로  '꽃의 100명산'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생긴 책이 사진집 사이에 꽂혀 있다는 거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산악사에 기록될 유명인인줄은 몰랐다.

백개의 명산을 '꽃'으로 접근하여 이런 식으로 씌여져 있다. 한국의 백두대간 산행기는 많은데 한결같이 동선을 중심으로 사실과 신변잡기류의 감상 위주로 적혀 있다. 이런 컨셉으로 시도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를테면 노고단은 원추리로, 덕유산은 주목으로 식으로 말이다.

참고로 역시 일본인 요시다 도시오가 쓴 '히말라야 식물대도감'이라는 역작이 있다. 정가가 8만원이라 소장하고 있는 산악인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제목이 이쁜 하루재 출판사에서 펴낸 '꽃의 계곡'은 하루재 북클럽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는 두명의 산악인이 등장한다.

산악계에서 유명한 '빙벽'의 소설가 닛타 지로의 '알래스카 이야기'를 그는 원서로 읽었다.

사람들은 '빙벽 또는 아름다운 동행'의 추천을 산악인이 아닌 학자 신영복이 해서 조금은 의아해 한 이들이 있을텐데, 그는 '빙벽' 뿐 아니라 '알래스카 이야기'까지 읽었다니 할말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신영복은 혼다 가쓰이치(본다 승일)의 평론집도 읽었다.

혼다 가쓰이치는 일본을 대표하는 저널리스트로 세계 곳곳의 오지와 전쟁터를 르뽀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교토대 산악부 출신이기도 하다.

 혼다 가쓰이찌의 유명한 '산을 생각한다'도 그동안 아무 말없이 책장에 꽂혀 있었다.

'산을 생각한다'는 한국의 문호 이병주선생의 산행에세이집 제목이기도 하다.

북한산 입구에는 이병주 시비가 있다. 이 문장의 출처가 바로 '산을 생각한다'이다. 이병주는 어느 신문의 기사에서 '일본 백명산'의 저자인 후카다 규야의 책도 탐독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걸 보면 제목이 혼다 가츠이치와 같은 건 우연일까 아닐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이 외에도 몇몇 한일간 같은 제목의 산서를 보시려면 -->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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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가츠이치는 1932년생으로 교토대 산악부 출신이다. 1953년 에베레스트 초등이 이루어지고 1956년 일본은 마나슬루를 세계 초등한다.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진' 일본 산악계, 그 중에 교토 산악부는 어떻게 했을까?

교토대 산악부의 선배들은 낙담하고 북알프스에서 하이킹이나 하며 놀자고 한다. 그때 혼다는 단호하게, 6,7000m의 산들도 가득하고, 북알프스의 산들도 계절을 달리하면 '험준'해진다며 반발을 한다. 당시 산악부 지도교수는 금서금사(今西錦司 이마니시 킨지)였는데, 그는 1935년 교토대 동계 백두산 초등을 그래서 교토대에는 새롭게 탐험부가 세워지면서 등반의 기치는 더욱더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히말라야 14좌 남녀 초등 이후 한국산악계는 등로주의, 알파인 스타일이라는 말을 전파시킨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다. 어떤 형식의 원정이건 원정을 떠나는 팀이 얼마나 될까 싶다. 1956년 교토대의 이마니시 킨지같은 큰어른이나 혼다 가츠이치와 같은 패기 있는 풋내기가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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