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훈 칼럼] (5) 우리가 누군가의 팬(fan)으로 살아가는 이유
[한재훈 칼럼] (5) 우리가 누군가의 팬(fan)으로 살아가는 이유
  • 한재훈
  • 승인 2019.03.2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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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발전하면서 몇 십년 전, 어느 순간부터 ‘팬(fan)’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선 선풍기(fan)라는 단어를 뜻하는 건 아니다. 사전에서는 ‘팬’이라는 단어의 뜻을 “운동 경기나 선수, 연극, 영화, 가요나 인기 연예인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 풀이하고 있다.

‘사람 인(人)’자는 사람 두 명이 서로에 기대어 있는 걸 형상화해서 만든 글자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여럿이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의 본성은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하기에, 살면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면서 동시에 ‘기적 같은 것’일 것이다.

인간은 의도하지 않아도 항상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지하고 싶어하며, 그렇기에 항상 의지할 대상을 찾게 된다.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팬(fan)’이라는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계가 성립된다면 과장을 좀 보태서 ‘누군가의 팬’인 사람은 ‘동경하는 대상’에서 세상을 살아갈 가치와 원동력을 찾고, ‘동경을 받는 대상’은 누군가에게는 자신도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느냐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누군가의 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을 거라고”. 하물며 우리는 어머니, 아버지의 영원한 팬이기도 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가수의 팬일수도 있고, 친구의 팬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삶 속에서 누군가의 팬으로 살지 않았던 순간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이 그 사람의 팬인지 여부는 그 사람과 사이가 좋냐, 나쁘냐 혹은 그 사람과 내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가 아닌 내가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응원하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우러러 보거나 자신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동경이나 부러움 같은 감정을 품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팬’의 관계라 할 수 있지만, 나보다 뛰어나지 않더라도, 혹은 나랑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팬’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경우는 많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 저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팬일지도 모른다. 바라는 대가 없이 단지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 관계에서 느끼는 안정감이나 행복감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원동력이 되고는 하는 것이다.

하나 덧붙이면 필자는 요 근래 박예진 치어리더님의 팬이다. SNS에 이 분의 사진을 올리는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요즘 흔히 말하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 할 수도 있겠다. 아마 내가 동경하는 대상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겠지만, 팬으로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경우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드문 일인지 알기에.

당신은 오늘 누군가의 팬인가. 당신이 오늘 누군가의 팬으로 존재하듯이, 오늘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당신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빛나게 하는 것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누군가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우리도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지자.

한재훈 (칼럼니스트)

- 루나글로벌스타(연예, 영화 전문지) 창업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전공

- 저서 <흔적을 따라서>, <나의 추억과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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