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9) 작은 돌 하나에서 시작된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9) 작은 돌 하나에서 시작된 공유경제(Sharing economy)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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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BBC에서 제작한 LIFE시리즈 중 하나로, 내가 본 에피소드는 유인원의 생활이나 특성을 다룬 내용이었다.침팬지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돌’을 가지는 것이었다. 코코넛껍질을 깨야할 때 유용하게 쓰일 돌을 각자 하나씩 꼭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본 장면은 한 침팬지가 자신이 쓰던 돌이 없어서 다른 침팬지에게 빌리는 장면이었다. (정말 놀랍게도)그 침팬지가 정중한 눈빛을 보내며 손을 내밀자 다른 침팬지는 코코넛 다듬기를 멈추고 자신의 돌을 내주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흔히 그런 것처럼. 어쩌면 인류는 그런식으로 작은 돌멩이를 주고받는 것부터 발전해왔는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고, 자신만의 것을 소유하고, 그리고 그것을 가능한 범위에서 공유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가능한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어졌다.지구 반대편에 있는 집이나 자동차를쉽게 공유하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말은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인 로런스 레시그(Lawrence Lessig)에 의해서 발표된 후로, 비교적 쓰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개념 자체는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쓰여왔다. 어떤 개념이든 그에 딱맞는 이름이 생기면 더 자주 쓰이게 되는 것 같은데공유경제도 그런사례 중 하나인 것 같다.가끔은 이 단어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2008년에 생긴 이 명칭은 그때부터 부지런히 쓰이게 됐는데 마침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시기와 비슷하다.

공유경제라고 말하면 보통 최근에 생긴 자동차나 주거공간, 사무실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위주로 생각할 수 있는데,그것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우리 생활을 차지하고 있었다.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는 중고거래로,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리고 중고거래 플랫폼이 생겨난 이래로, 우리는 이제 더이상 필요없어진 물건을 ‘잊혀진 물건 창고’에 처박아두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적당한 사례를 받고 넘겨주거나 빌려주는게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플랫폼이 생기기 전까지 빌리거나 넘겨받는 일은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 가족이나 가족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받아야 했다.개 중, 운이 좋다면 ‘발이 넓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일이 더 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운이나 인맥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다.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가서 훑어보자. 공유경제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도서관’으로, 인류의 문화에서 지식을 나누는 훌륭한 공유경제 플랫폼이자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비즈니스모델로 말할 수 있다.반면, 최근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공유경제라고 알고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앞서 말한자동차나 거주공간에 대한 공유플랫폼일 것이다.

도서관은 오랜시간 동안 출판사나 서점들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이루어왔으나 다른 공유경제분야도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우버’가 등장하면서 승차공유,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자동차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왔고 자동차제조업체를 압박할 정도로 크기가 커졌다. 또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도 전통있는 호텔이나 기존의 숙박업계를 위협할정도라고 하니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향상 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거공간과 사무실의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위워크

기존의 제조시장과 경쟁하며 성장하는 공유분야가 있는가하면, 제조업체의 든든한 고객이 되어주는 공유분야도 있다. 에어컨이나 정수기, 공기청정기, 복사기나 사무용품은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와 결합하여 기존 제조업체와 함께 가는 분야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기존의 시장과 상관없이 독특한 장을 형성하는 분야도 있다. 특히 일본에는 여러가지 공유분야가 있는데‘옷상렌트서비스’가 유명하다. ‘옷상’는 아저씨를 뜻하는 일본어인 오지상에서 변형된 말로 30-40대 성인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며 ‘옷상렌트’는 하객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이름이다. 또 ‘렌털독’이라는 반려동물 공유서비스도 있는데,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로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고가의 시계나 옷, 명품가방을 렌트해주는 업체도 있고(포닷워치,클로젯셰어 등) 개인이 소유한 주차장 공유를 중개하는 앱(아킷파)도 등장했다고 한다.

[KOTRA 해외시장뉴스, 일본, 공유경제 붐 가운데 성공비즈니스 모델, 2018-09-26]

이러한 공유경제 분야의 흐름을 보면 BtoC형태에서 점점 CtoC형태가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에서 직접 렌트하는 물건을 제공하는것 보다 개인간 거래를 보증하고 연결해주는 형태가 이용자 뿐 아니라 제공자까지 소비자로 끌어올 수 있어 기업에게는 이전보다 훨씬 이득일 것이다.

기업만이 이득인가? 소비자도 더 많은 옵션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믿을 수 있는가’부터 ‘저렴한가’,때로는‘빠르게 수령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기준에서 중고제품을 활용하는 것이나 일정기간 빌리는 것이 어떤 소비자에게는 더 중요하고 이득인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서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는 모빌리티 공유보다는 자동차렌트, 리스라는 단어들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속한 ‘네이처모빌리티’에서는 기본적으로 공유경제개념을 핵심으로 그보다 폭넓게, 다양한 이동수단의 공유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에 있고현재‘찜카’라는 브랜드로는 다수의 렌트카 업체가 제공하는 가격비교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렌트카도 공유경제의 한 모습이다).이 외에도 당장 필요하지만 구입하는 것은 꺼려지는 라스트마일 이동수단이나 상용차 공유도 런칭할 계획에 있다. 현재 논란의 소용돌이를 지나 폭풍을 맞고 있는 승차공유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처모빌리티, 렌트카 가격비교 플랫폼 찜카, 1인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인간은 유인원처럼 나무와 돌을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청동기를 썼다. 그러다가 철기를 만들어서 공유했다. 그러다가 ‘자신만의 돌’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누군가는 공유경제는 결코 경제분야에서 주류가 될 수 없고 순수 제조업을 압박하는 악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공유경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많은 분야에서 우리의 삶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가능하게될 분야까지도 사람들의 삶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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