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코끼리로 길들이기
'안돼~!'코끼리로 길들이기
  • 오수정
    오수정
  • 승인 2019.03.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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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꾸 네방 어질러놓고 정리 하지 않으면

책이랑 인형이랑 다 가져다 재활용에 버려버린닷~!

방을 어질러 놓으면 안된다그~~, 친구들한테 창피하지도 않아?"

"그래, 엄마 자꾸 잔소리 하면

나도 엄마 화장대위에 어질러진 화장품 다갖다 버릴꺼야"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학년이 올라갈 수록 말대꾸

수준이 높아지는 딸아이와 아침부터 한바탕 하고

집안을 치우고 대충 점심을 때운 후 

식탁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려는데

딸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한 남푠이 전화와서

한 마디 더 보탠다.

"너무 안된다 하지마라 하는거 아닌가 잘생각해봐"

라면서 염장을 지르니 또 다툴까봐

'알겠다'면서 전화를 일단 끊었다.

남편을 남편대로 시어머니께서 어릴때부터

너무 엄격하시니 "안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없다고 질색을  하며

꼭 딸과 대화에 끼어들어서 나에게 한 마디씩  하니

아이가 내말을 안듣는 것이라고 나도 나름의 고집을 피운다.

이러다 일주일씩 다툴때도 있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더니

문득 엄마가 나를 키울때도 "안돼"라는 말이

"잘돼"라는 말보다 많았던 것같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이 월차가 있던날 딸아이와 버거킹에 갔는데

온갖 눈치를 보면서 메뉴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내탓으로 돌리며 시비를  걸어오길래 

한 달 내내 기분이 좋지못한 적도 있는데

사실 그때 딸아이와 떡볶이 가게에서도 뭘 먹고싶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또 나는 "떡볶이 먹고 싶다며 "

하며 떡볶이와 김밥, 돈가츠를 시켜서 후다닥 먹고 나왔는데

그날 저녁 남편에게는 딸아이가 대뜸 

"아빠 라면은 사먹으면 안되는거야?"라고 

묻길래 남편이 딸아이에게 먹고싶을땐 돈을 내고

사먹어도 "된다"라고 했는데

나는 또 "집에 너 좋아하는 라면 많은데 왜 돈내고

사먹어, 안돼"라고 말을 끊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직장생활과 집안일, 촉박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엄마처럼 "안돼" 엄마코끼리가

돼 가고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너무 오랜 시간 그래온것이다.

딸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11년을 "안돼"엄마코끼리가 돼

있는 나.

코끼리를 훈련시킬때 아기코끼리가 태어나자 마자

걷기 시작하면 인도의 조련사들은 아기코끼리 다리에 

쇄사슬을 묶어서 오랜동안 훈련을 시키는데

세월이 지나 다 자란 코끼리가 되어 혹독한 서커스 훈련에도

절대로 이탈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벗어날 수 있는데 장기간 족쇄에 길들여진 

코끼리는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 진것이다.

나는 어릴때 특별히 과외를 받아 본 경험도 없고

학교가 끝나고 나면 숙제를 마치고 예습과 복습만 마치면

발야구, 피구,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등을 하며

엄마와 매우* 가깝게 지낸 적이 없는 것같다.

중학교에 입학하고는 새벽별보고 학교가서 새벽별보고

집에 왔으니까 고3때까지 그러고 살았다.

요즘은 학교들이 예전 내세대들 처럼 빡신 입시 주입식

공부를 하지 않고 주로 놀이 중심의 컴퓨터와 현장 답사가 

많다.

등교에 데려다 주고 하교에 학원갔다가 친구들이랑

놀다가 저녁때가 되면 온갖 관심과 참견을 혼자 다 받으며

갑갑해 할지도 모를 딸아이 생각을 심각하게 골몰해본적도

별로 없는 것이다.

나는 형제가 4명인 집안에서 대가족이 사는 체제여서

그닥 관심을 주목시키는 존재도 아니였고

조금 내멋대로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딸은 혼자다.

그러니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텐데

스스로 결정하고 그결정에 대해 책임지고

배워나갈 여유를 주지 못했으니 나도 울 집안 어른들께

오랜 세월 길들여진 구식 사고 방식으로

21세기를 살아나갈 아이를 멋대로 재단해 온것이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길들여진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들여짐이 장시간 지속되면서 강도가 쌔지면

'고착'이 되고 '고착'은 사고와 행동의 유연성을

잃게 만든다.

더많은 공부를 해야만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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