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사그라들기 전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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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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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 1 – 내 마음을 울리는 책을 읽고

이제 제가 독서 노트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드리려 해요. 앞글들에서 제가 여러 책에서 나온 문장들을 옮겨 놓은 게 있어요. 저는 그렇게 독서 노트를 써요.

저는 1년마다 새로 써요. 먼저 읽을 책을 고르면 다음과 같이 맨 왼쪽에 그 책이 그 해에 몇 번째 읽은 책인지 숫자를 쓰죠. 오른쪽에는 도서명, 분야, 지은이, 출판사, 읽은 날, 출간일로 칸을 채워요. 전에는 저 자신이 매긴 평점도 기재했었어요. 그러나 평점은 저의 개인 생각이므로 필요 없다고 느껴 이제는 쓰지 않아요. 그리고 표 아래에 내용을 기재해 나가죠.

65

도서명 :

숨결이 바람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

분 야 :

에세이

지은이 :

폴 칼라니티 / 이종인 옮김

출판사 :

흐름출판

읽은날 :

`17. 6. 19 – 6. 20

출간일 :

`16. 8

이 책은 2017년도에 65번째로 읽은 책이에요. 다음은 위 표에 있는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될 때』를 읽으면서 적은 내용 가운데 일부예요.

<1부.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우리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해주는 말이 어찌나 냉정하던지. “최고가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란다. 최고인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보다 1점만 더 받으면 돼.”

☞ 내 업무를 할 때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는 문장이다. 항상 머릿속에 이 문장을 넣어 놓고 업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인 사람을 찾아 그 사람보다 1점만 더 받으면 내가 최고가 될 수 있다. 내 업무와 관련되어 누가 최고지? 그 사람보다 1점만 더 받아 보자.

수술을 결정할 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환자가 누구인지, 또 그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즉 환자의 정체성도 고려해야 한다.

☞ 내 딸은 의사가 꿈이다. 내 딸에게 이 문장을 알려주고 싶다. 나중에 의사가 되면 꼭 마음속에 새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책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2부.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나는 나 자신의 죽음과 아주 가까이 대면하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동안 제 마음에 뭔가 울림을 주거나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 문장들을 그대로 노트북에 옮겨 적죠. 손가락 표시인 ‘☞’ 다음 문장은 제 생각을 적어 놓은 것이고요. 그리고 다음 문장을 볼게요.

 

『그냥 가슴이 먹먹하다. 아내 루시가 회고한 장면 가운데 칼라니티가 병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을 묘사한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스탠퍼드를 졸업하고 다시 의사의 길을 걸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이라고 말하는 지점을 눈앞에 놓아두고 암에 걸린 주인공. 포기하거나 좌절하거나 원망하거나 신을 저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칼라니티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죽음을 앞두고, 그것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딸 케이디를 갖기로 루시와 합의하고 딸을 얻는다.

딸과 아내를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순간, 인공호흡기를 포기하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죽음을 앞두고 칼라니티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한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의미가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의 유한성. 그 유한성은 누구나 알지만, 1년, 2년, 10년, 20년의 각 유한성의 의미는 다르다.

만일 내가 내일 암 진단을 받고 1~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은이처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과 남은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책을 덮고 아무 생각 없이 눈만 감을 뿐이다.』

위 문장은 제가 이 책을 다 읽고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북 자판을 마구 두들겨 쓴 거예요. 다듬거나 한 문장이 아니에요. 그냥 느끼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 놓은 것이죠.

앞 문장은 책 속에서 저에게 울림을 주거나 생각하도록 만든 문장이고, 뒤 문장은 제가 책을 읽고 느낀 것을 써 놓은 거죠. 나중에 다시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정리해 놓은 것만 읽어봐도 다시 책을 읽은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도 지금과 비교할 수 있죠. 다시 말해 ‘저 때는 나도 꽤 감성적이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감성이 줄었나’ 하며 지난날 나와 지금 나를 비교할 수도 있죠.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을 읽고 나서는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정, 느낌, 생각 따위가 사그라들기 전에 적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제가 독서 노트를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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