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의 유통칼럼(3) 점점 금융화 되어가는 유통시장
권순철의 유통칼럼(3) 점점 금융화 되어가는 유통시장
  • 권순철
    권순철
  • 승인 2009.09.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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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 쪽으로 이전되는 현상 또는 이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유통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통을 인체에 비유할 때 혈관에 비유한다. 건강한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하듯 좋은 물건이 막힘이 없어야 경제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유통이라는 것은 좋은 물건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제조와는 그 출발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건이 부족한 시절에는 만들어 놓으면 자연히 판매되었고, 제조업자들이 시장의 파워를 갖고 있었지만 물건이 넘쳐나는 현재에는 시장의 파워는 자연히 유통업자에게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롯데나 신세계 같은 공룡의 등장이다. 거대화 된다는 것은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가능한 것이고 신뢰는 ‘대금의 결재를 약속한 날에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거의 동일시 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룡이 등장하면서 제조에도 변화가 일었다. 좋은 물건을 만들고 금융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이마트에 물건을 납품하기로 했다고 하자. 한 점포당 재고가 1억원 이라고 가정할 때 100개가 넘는 전 점에 물건을 납품하려면 최소 100억원이 필요한 것이다. 30개 점포일 때와 비교하여 3배 이상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유통이 거대화 되면 될수록 제조도 거대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위탁판매를 주로 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말이다.

그러면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났을까? 1980년대 금융부분의 자산과 이윤이 상대적으로 비금융부문의 자산과 이윤보다 더욱 빠르게 증가했던 시점일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은 유통을 필요로 하고 유통은 금융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현재는 법에서 금하고 있어 금융기관이 유통업체의 고객접근성을 이용하는 형태에 그치고 있으나 유통업체의 금융업 진출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4~5평 규모의 소형점포 형태로 개설되는 In-store branch의 보급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고, 인터넷 뱅킹이 축소되면 늘어나는 ATM기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편의점들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유통업자들의 광범위한 고객망과 마케팅 전략 등을 활용하여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점포 수는 늘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따른 제조업자의 금융부담은 동반 상승하지 않을까?

재래시장은 점점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고, 인터넷 쇼핑몰은 상대적인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중소업체의 차지가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픈마켓이 중소업체에게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소상공인들을 살리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 잘하고 있는 업체를 발굴하여 스타로 키우겠다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공정무역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사회는 대안유통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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