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의 성공 비결은 처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재혼의 성공 비결은 처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 강희남
    강희남
  • 승인 2019.03.10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재혼이야기⑧

[칼럼]재혼이야기

재혼의 성공 비결은 처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외상(外傷)후 성장’이라는 말은 1990년대에 심리학자 리차드 테데스키와 로렌스 캘훈이 이혼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트라우마(trauma)와 힘든 일을 겪은 뒤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다. 트라우마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 중 최고 70%가 긍정적인 심리적 성장을 경험했다고 그들의 연구는 밝혔다.1)

‘외상후 성장’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하며, 삶을 더 감사하게 여기게 되는 것,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는 것, 더 만족스러운 대인 관계, 개인적 힘의 자각 등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트라우마 경험은 흔히 감정 이입과 이타성을 증가시키며,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는 동기가 된다고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로 나의 신성, 즉 최상의 나 자신을 깨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기회를 영혼이 경보를 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경보는 엄청난 불행의 한가운데에서 울린다. 이혼도 그런 불행 중 하나이다. 이혼이 주는 위기감은 내면세계를 탐험하고 그 속에서 빛과 어둠을 총체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일종의 기회이다.2)

하지만 이혼이 오명이 아니더라도 과거를 반복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No one wants to repeat the past, even if divorce isn’t a stigma)3) 사람들은 이혼 후 그 이혼과정을 통해 얻은 교혼, 즉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그래서 실패한 파괴 패턴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4)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의문스러운 패턴이 여전히 작용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재정적인 불안정 때문에 결혼이 파탄난 사람들은, 재정적인 안정의 약속을 제공하는 새로운 파트너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어떤 부부들은 성적충족, 정서적 유대감(커뮤니케이션)부족, 시부모와의 문제 등등으로 현재의 결혼을 떠난다. 배우자 사이에 이런 저런 문제로 다투고 이로 인해 결혼을 떠났기 때문에, ‘그’ 혹은 ‘그녀’는 지난 실패한 결혼요인의 동일한 문제로 다시 논쟁하지 않아도 될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운명은 이런 틈사이로 우리들에게 또 다른 트릭을 구사한다. 새로운 결혼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현재의 배우자가 지난 배우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다르다’는 의미는 바로 새로운 파트너가 지난 배우자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는 있었지만, 반대로 지난 배우자가 갖고 있던 장점을 현재의 배우자가 갖고 있지 않거나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5)  특정조건에 함몰되어 상대방 전체를 관찰하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를 ‘조건맹신의 함정’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의 통계이지만 미국의 경우 첫 결혼의 50%, 두 번째 결혼의 67%, 세 번째 결혼의 73%가 이혼으로 끝나는6)  현상에 대해 필자는 바로 이 ‘조건맹신의 함정’ 또는 트릭이 그 원인임을 지명하고 싶다.

우리는 재혼의 이런 드라마틱한 문제까지도 인식하면서 재혼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이혼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삶이 한층 성숙해 져 있음을 느낀다.

KBS 2TV ‘여유만만’에서는 재혼한 스타들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7)  이혼이라는 아픔을 툴툴 털고 사랑을 찾아 나서는 스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재혼한 금**, 2006년 11월 결혼한 김** 이**, 2007년 2살 연상 사업가와 재혼한 이**은 또 한 번 찾아온 사랑의 결실을 맺은 경우다. 이**과 홍** 역시 재혼커플이다. 이**는 2번의 결혼 실패 후 3번째 결혼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탤런트 김** 역시 이혼 후 극비 결혼식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김** 역시 동료의 소개로 만난 대학교수와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다. 김**과 전** 역시 재혼을 통해 구성된 대표적인 연상연하 닭살 커플이다. 남자 스타들 역시 재혼으로 인해 더욱 성숙해진다. 김**는 지난 2005년 5월, 김**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김**는 결혼발표 기자회견 당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설** 역시 지난 5월 송**와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문제는 재혼의 성공 비결은 처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결혼은 "평생의 결합이었던 것이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유지되는 헌신"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혼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을 적절히 수용하여 표현한 결혼에 대한 정의이다.

외형적 규모면에서도 결혼시장에서 재혼의 비중이 단순한 소규모서비스업에서 재혼산업시장 이라고 할 정도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8)  <결혼ㆍ이혼ㆍ재혼의 경제학>이라는 말이 나온다.9)

실제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강남 소재 어느 토털 뷰티숍 끌로에를 살짝 엿보자. 재혼신부 40대 여성 김모씨가 뷰티 숍 한구석에서 딸과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다.

>딸: “엄마 오늘 참 예쁘다”

>엄마:"너도 빨리 머리 만져야지", "너도 이뻐, 엄마의 재혼을 축하 해줘서 고마워"

딸은 엄마가 이쁘다고 말했고, 자신도 엄마와 함께 머리를 만지고 가벼운 화장을 하느라 들

떠 있었다. 김모씨는 그날 강남의 한 결혼식장에서 재혼식을 올렸다. 끌로에의 한 관계자는 “재혼 여성이 자기 딸이나 아들과 함께 와 머리손질과 메이크업을 함께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만큼 개방적이 됐다”고 밝혔다. 역사학자 스테파니 쿤츠(Stephanie Coontz)는 재혼이 과거에 비해 오늘날 가장 흔한 가정의 모습이 되었다고 정리한다.10)

경기도 용인 백령사가 1천200㎡ 규모의 야외 예식장을 갖추고 재혼 전문 예식장을 개장 했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재혼 전문 예식장을 운영하기 위해서이다.11)  이처럼 재혼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첫 징표는 우리주변에서 등장한 재혼 전문 결혼식장의 탄생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성공을 반신반의했지만, 이내 수요 증가로 올해 중 두 곳에 문을 더 열 예정이다. 결혼풍속이 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덩달아 호텔도 재혼 특수를 누리고 있고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점 때문에 전문 컨설팅 시장도 확대 중이다.

재혼에 임하는 수요층들은 이번엔 제대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예식 문화의 흐름도 바꾸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하객을 불러 모았던 '양적모임'에서 '질적' 변화로 내실을 꾀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 초혼과 달리 재혼의 교제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만남의 대화 내용으로 메꾼다.

2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한 이모(30ㆍ여ㆍ외국계 은행원)씨는 최근 결혼정보회사 재혼 팀을 통해 만난, 역시 이혼남인 회사원 최모(34)씨와 열애(熱愛)에 빠졌다. 이씨는 이혼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 일곱 번 만에 최씨를 만났다. 최씨에게 이씨는 서른 두번째 소개받은 여성이었다.12)

>이씨는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족사항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전 남편과 시댁 문제로 파경(破鏡)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씨는 예쁘장한 외모를 따졌다. 두 사람 모두 마음에 꼭 맞는 상대자를 찾기 위해 까다롭게 고르고 골랐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못한 결혼을 너는 두 번이나 하게 돼서 부럽다”는 말을 종종 듣는 재혼커플이 된 것이다. 이들은 얼마 전 커플링을 맞추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나려고 헤어짐이 있었나 보다”고 생각하며 재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얘기를 나누었다. 잠자리에 관해서도 서로의 타입(?)을 체크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씨는 “부끄러울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없다”면서 “서로에게 솔직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고 더 재미있고 즐거운 만남 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13)  이처럼 요즘 당당한 재혼이 늘고 있다. 한때 지인에게 물어가며 비밀스레 배우자를 찾던 모습도, 볼품없는 연회장에 부모, 친척만 함께했던 조촐한 결혼식 풍경도 모두 옛말. ‘실패는 한 번이면 족하다’는 이들의 모습은 당당하면서도 깐깐하다.14)

삶의 경험도, 경제적 여유도 갖췄다는 ‘재혼족’의 자신감. 그에 맞게 성격, 재산, 직업 등 반려자를 선택하는 데도 초혼 못지않게, 오히려 더 많은 공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재혼이여, 당당하게 어깨를 펴라.’ 고, 심지어 재혼 할 때는 전남편가족에게도 알린다.

지난봄에 결혼한 모대학 학사지도 교수 김모씨와 이모씨. 둘 다 37세로 동갑이자 재혼이다. 이씨와 김씨는 성격차로 전 배우자와 각각 8년, 2년 전에 헤어졌다. 둘은 지난겨울, 재혼 사이트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 대학 동문회관에서 열린 재혼식에 둘은 손잡고 들어갔다. 재혼이라고 해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김씨의 초등학교 2학년 딸, 이씨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 5학년 딸도 참석했다. 결혼식에서는 어머니, 큰누나, 작은누나… 일일이 가족 소개도 했다. 친구들을 모아 따로 피로연도 열고 집들이도 성대하게 했다.

과거와는 달리 서로의 흠결보다, 성향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들 양육문제 때문에 전 배우자와 연락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아 졌다. 그래서 이씨는 전 남편 가족에게도 재혼 사실을 알렸다. 이씨는 전 시어머니로 부터 이메일로 “잘살라”고 답장을 받았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사랑의 신화를 암시하게 하는 내용의 글이 재혼시장에 나선 우리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15)

"신(神)은 말이다. 언제까지 행복하게 맺어질 남녀 한 쌍의 이름을 적은 한 장의 종이에 나란히 기입한다. 그런데 장난기 있는 다른 신이 그 종이를 둘로 찢어 두 사람을 뿔뿔이 나누어 흩뿌리거든. 그러니까 여자나 남자나 진짜 자기의 반려자를 쉽게 만날 수가 없는 거지. 하지만 반드시 어딘가에 그 사람은 있을 꺼야, 세계의 어딘가에"

오늘도 재혼시장에 신참자 들이 진입하고 있다. 언젠가는 행복하게 맺어질 한 쌍의 이름을 적은 자신들의 나머지 종이 한 장을 찾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랑은 우리가 두려움과 한계를 뛰어넘어, 소박하지만 대단히 감동적인 걸음 - 다른 누군가와 삶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 - 을 내딛을 것을 요구 한다.16)

데이비드 메슨의 말처럼 세상에 불행한 결혼이란 없고, 단지 두 사람이 미숙하고 서투르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17) 재혼은 이런 미숙함과 서투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을 일구어 나가는 희망의 새 여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출차 및 인용, 참고문헌]

 

1) Carolyn Gregoire, 힘든 시기를 겪는 것에는 놀라운 혜택이 있다, The Huffington Post, 2016년 01월 06일

2) 데비포드, 혼자 걷다, 추미란 옮김, 민음인(2010), p.12-13

3) By Gina McGalliard, Are Most Second and Third Marriages Likely to Fail?, nextavenue.org, June 12, 2013

4) By Mary Jane Fine, [Second Chances] The myth that divorced couples are doomed to repeat their mistakes is just that - a myth, nydailynews.com, Jan 07, 2001

5) By Reuven P. Bulka, Secrets to a Successful Second Marriage, chabad.org

6) By Mary Jane Fine, 위의 글

7) 뉴스엔 이언혁 기자, 아픔 털고 사랑 찾은 재혼스타들은 누구?, 2009-08-11

8) 허인정 기자 외, 편모․편부․독신 '가족 재구성'…재혼산업 100억대 성장, 조선일보, 2005.06.17

9)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한해 60조원...독신자 670만 시대…결혼ㆍ이혼ㆍ재혼의 경제학, 2013-04-05

10) By Evergreen Communications Office, Remarriage Is-and Is Not-What It Used To Be, evergreen.edu, June 5, 2015

11) 김태현 기자, 용인 백령사/재혼 전문 예식장 개장, bbs(불교방송). 2008-08-18

12) 손정미 기자 외, "당당하고 ‘부티’나게 再婚 시장 급팽창", 조선일보, 2006.03.21

13) [기획취재] 재혼부부, "전남편에게도 알리고 결혼식”, 조선일보, 2001.07.03

14) 김상수 기자, 꼼꼼하게 밝게 자신 있게… 돌싱족 사랑은 더 뜨겁다, heraldm.com, 2009. 6. 9

15) N.치나츠, 날씨가 좋은날 찾아가겠어요. 정성호역, 현일사(1991), p.200

16) 재니스R리바인& 하워드J.마크먼, 바보들은 왜 사랑에 빠질까, 김라합 역, 해냄(2002), p.184

17) 낸시v.밸트, 완전한 결혼, 박재규 옮김. 성하출판(1993), p.34

 

 

*필자: 「전환기사회(가정)+Study」대표, <졸혼을선택하는이유> <재혼후(後)가정관리>외 다수, 나의서재(도서목록 bookk.co.kr/khn52), khn52@daum.net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