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를 꼭 써야 하나요?” 하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이 물음은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물음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에는 많은 뜻이 있죠. 정독이냐 다독이냐가 될 수도 있고, 어디에서 읽을 것인가도 될 수 있고요.
많은 사람이 독서 노트라는 것을 쓰지 않죠. 책을 읽는 데만 마음을 써요.
먼저 독서 노트가 무엇일까요? 보통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생각을 적은 감상문을 독후감이라 하죠. 그런데 독서 노트는 이것과는 약간 뜻이 다른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독서 노트는 먼저 일정한 형식이 없다는 거예요. 책에 관한 정보와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간략하게 옮겨 적고, 그 부분에 관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따위를 정리하는 거라 생각해요. 독후감을 포함하는 좀 더 넓은 뜻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노트필기 한 것처럼. 다만, 독서 노트에는 책의 제목, 지은이, 출판사, 분야, 읽은 날짜, 출간일 등을 기록하는 게 좋아요. 나중에 글을 쓰거나 할 때 이용할 수 있게 말이죠.
저도 지난날에는 독서 노트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그러나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기억하질 못하죠. 업무에 사용하고 싶어서 또는 개인적인 일로 필요해서든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을 뽑아내어 사용할 일이 생겼을 때 어려움이 있어요. 책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상황이 생겨 버리죠. 물론 밑줄을 쳐 놓거나 포스트잇을 붙여 놓을 수도 있지만, 찾고 싶은 문장이 어느 책에 있었는지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에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독서 노트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손으로 직접 적었어요. 그런데 손도 아프고 막상 노트에 쓰다 보니 책 읽는 속도가 두드러지게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1년쯤 손으로 쓰다가 그만두고 노트북에 쓰고 있어요. 앞서 써놓은 1년 치 독서 노트를 노트북으로 옮기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죠.
그러나 전혀 손 노트를 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에요. 도표나 화살표 같은 도형을 이용하여 맥락을 잡거나 개념을 잡을 때는 손 노트를 써요. 이 손 노트는 따로 보관해두죠. 컴퓨터로 기록해놓은 것과 이 손 노트를 나중에 같이 보는 거죠.
노트에 직접 손으로 쓰는 것과 노트북에 저장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노트에 직접 쓸 때는 책 내용이나 생각의 흐름을 나만의 표나 각종 기호 따위로 표시해서 기록하기가 수월해요. 하지만, 노트북은 책의 내용 가운데 특별히 감동하거나 새로운 지식이 나오는 부분을 빠르게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찾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죠.
저는 특별히 어느 것이 더 좋다 좋지 않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신이 좇는 목적에 따라 독서 노트 작성 방법도 그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전 노트북이 쉽고 편하더라고요. 손도 아프지 않고요. 더 큰 까닭은 글씨를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손 노트는 도표나 관계도, 흐름도 같은 것을 정리하는 데 써요.
“왜 책을 읽어도 이른바 ‘통찰’이라는 것이 남지 않고, 정작 써먹으려고 할 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일까?” 빌 게이츠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요.
어쨌든, 책을 그냥 읽고 덮어는 두는 것보다는 손글씨로 쓰든 노트북에 저장하든 독서 노트를 쓰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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