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 칼럼] 버드나무에 담겨있는 그때 그시절 교토의 봄소식.
[김진덕 칼럼] 버드나무에 담겨있는 그때 그시절 교토의 봄소식.
  • 김진덕
    김진덕
  • 승인 2019.03.0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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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기 교토 기념품인 사진엽서 봉투를 만났다.

봉투 표지의 그림이 너무 이뻐서 한참 눈길을 둔다.

빨간색으로 교토(京都)라고 씌여있다. 뒷면에 교토시 문화과라고 되어 있는걸 보면, 이건 교토시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걸로 보인다.

교토는 어떤 도시인가. 온갖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보면 표지가 자뭇 충격적이다. 아무 설명이 없어도 교토는 '교토'라는 글자만 있으면 충분하다라는 자신감의 표현일까. 현재 한국의 그 어떤 도시가 이런 식으로 자기를 표현해 낼 엄두를 낼 수 있을지 싶다.

교토라고 빨간 글씨 좌측에 세가닥의 버드나무 가지가 있는데, 미풍도 없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연두빛 버드나무 새잎은 그렇지 않아 움직임이 한껏 느껴진다. 마치 봄을 맞아 설레어 하는 우리네 마음인양 싶다.

일제가 산에 있던 벚꽃을 도로에 식재하기 전까지만 해도, 조선의 봄은 연두빛 버드나무가 알렸다. 봄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렇게 간단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시대, 버드나무로 봄을 표현한 성냥갑을 보시려면 --> 여기를

그리고 다리의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배가 다닐 수 있도록 다리를 곡선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 후 육상교통이 강조되면서 근대의 다리는 직선형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전통 도시 교토임에도 다리(橋)형태를  '근대'로 표현한 것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을  거창한 '뜻'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받아 들이는 게 곧 '근대'가 아닐까 싶다. 시민들은 눈으로 호사를 누리려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18,9세기 대표적인 세 도시 교토, 오사카 그리고 도쿄인들의 나들이 식사 문화는 달랐다 한다.

도쿄인들은 현지의 음식점에서 식사와 술을 했고, 오사카인들은 집근처 식당에서 도시락을 사서 갖고 갔다. 그렇다면 교토인들은? 그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쌌고, 현장에서 그 도시락을 꺼내서 먹었다고 한다. '만들어진' 도시 도쿄와 상업도시 오사카 그리고 젠체(?)하는 교토를 전제하면 이해됨직도 하다.

참고로 현재에도 교토와 도쿄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때, 서있는 줄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서로 다르다고 한다.

일본은 지금도 도시락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를테면 벚꽃놀이할 경우 다들 벚나무 아래에서 도시락과 술을 마시며 하루를 즐긴다고 한다.

7,80여년 동안 바래어졌을 봉투를 조금 더 선명하게 해서 원래 색에 가깝게 해 보았다. 그때 시민들이 누렸을 봄날의 흥취가 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는 건 자연스러운 풍경 같지 않다. 식당 특히 '맛집'을 찾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그놈의 '맛집'들이란게 대체로 사람들로 붐비어 어수선하기 쉽다.

올봄에는 한번쯤 버드나무 아래 한적하게 떨어져 앉아, 번잡하지 않게 도시락을 놓고 도란거리며 천천히 술마시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낮이라면 봄물을 보며, 밤이라면 달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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