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훈 칼럼] (3) 세상은 ‘홀로’, 인생은 ‘함께’ 살아가는 것
[한재훈 칼럼] (3) 세상은 ‘홀로’, 인생은 ‘함께’ 살아가는 것
  • 한재훈
    한재훈
  • 승인 2019.03.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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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 터미널에는 지하 쇼핑 상가와 쇼핑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다. 작년 12월, 영화 ‘모어 댄 블루’가 한국에서 개봉할 때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 쇼핑 상가를 걸으면서 ‘모어 댄 블루’ 포스터와 화면 광고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대만 영화가 대만 시내에서 광고되고 있는 게 뭐 신기한건가 싶겠지만 대만 특유의 로맨스 영화들을 재밌게 봤던 나로서는, 그리고는 ‘청설(진의함 주연)’을 되게 재밌게 봤던 나에게는 진의함과 류이호 주연의 ‘모어 댄 블루’가 기다려졌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대만과 일본을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로 꼽고는 한다. 여행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고, 공유하고 있는 문화도 여럿 때문일 터. 국내에서 개봉했던 대만 로맨스 영화들은 그간 우리나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같은 언어권이나 문화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만 로맨스 영화는 캐릭터들과 감성으로 한국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모어 댄 블루’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모어 댄 블루'는 지난 11월 30일 대만에서 개봉해 개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2018년 대만 영화 최고 오프닝을 기록한 작품으로,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결말이나 구성 자체가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모어 댄 블루’는 부족한 구성력을 감성으로 채우고자 하는데, 작품성을 떠나서 그냥 돈이 아깝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혼자인 ‘케이(류이호)’와 ‘크림(진의함)’은 서로에게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연인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서로에게 케이, 크림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둘은 그 누구보다 서로가 소중한 존재였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단지 서로에게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을 뿐.

어느 날, 아버지와 같은 병인 백혈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 케이는 크림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케이는 크림이 행복하길 바라고, 그러한 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크림은 결혼상대로 케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덜어주려고 떠나는 것이라니,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생각은 틀렸다. 여자 주인공 크림에게 케이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고,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하나뿐인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런 사람을 살면서 한 번 이상은 만나는 것처럼.

물론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경우도 있지만, 사랑해서 떠난다는 그런 바보 같은 핑계로 소중한 사람을 놓쳐서는 안 되지 않을까. 10년을 넘게 같이 산 둘이라서, 그래서 더욱 소중했던 사람이었던 만큼 곁에 있어주는 게 최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둘은 이러한 선택지에 다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른 것 없이도 단지 ‘함께’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은 더 빛이 날 수도,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구성 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때 늦게나마 보고 온 내가 영화를 본 후 생각했던 것은 “영화를 보러 오길 잘했다”였다. 그만큼 영화가 전하고자 한 울림이나 감성 하나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온 게 벌써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 때의 여운이 기억나는 듯하다. 당신의 매마른 감성에 한 줄기 물방울을 떨어뜨려 보고 싶다면 영화 ‘모어 댄 블루’를 보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다.

한재훈 (칼럼니스트)

 - 루나글로벌스타(연예, 영화 전문지) 창업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전공

- 저서 <흔적을 따라서>, <나의 추억과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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