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최선을 고스란히 인정하는 일
누군가의 최선을 고스란히 인정하는 일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3.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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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침 단상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한 번씩 느끼는 것이 있다. 상대의 경험담을 듣고 '더'와 '덜'을 생각하는 나. 상대에게 '에이, 그것보다는 좀 더했어야지. 지금부터 좀 더해 보는 건 어때? 아무래도 더해야 될 것 같은데.', '그것보단 덜하는 게 좋을 텐데. 좀 덜해 봐. 덜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나. 친절한 조언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상대의 최선을 가볍게 무시하려 하는 나.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소심해서) 기분 나쁘단 말은 안 해도, 불쾌감에 겨워 우물쭈물하거나 횡설수설하며 대화의 장에서 성큼 물러섰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방어 태세를 갖추거나 수동적인 공격 태세를 갖추었을 것이다. 나의 최선은 그토록 소중한 것이어서.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이기 때문에, 나는 내 안의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거나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가진 경험에 비추어 상대의 경험을 헤아리고, 공감하고, 감동하고. 거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내 관점이 언제나 내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나는 금세 고립될 것이다. 내 안에 가두어질 것이다.

   내가 인간 형태의 쿠키 틀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을 내 모양으로 도려내려 한다면, 누구도 나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 아닌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게 뭔지 알아 나가는 과정에 따른 시행착오 중에 간단하거나 사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나 자신이기를 유지하면서 상대가 상대임을 유념하는 일을 잘해 내는 데 따르는 숙제는 적지도 쉽지도 않았다. 내 것이 특별하고 소중하다면 상대의 것도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점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이해한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도리이면서 (한때는) 최상의 숙원이었다. 내 삶 안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귀하게 대하는 동시에 거기에 취하거나 매몰되지 않으려면 상당한 자제력을 길러야 했다. 나는 수많은 '내 것만'을 '내 것도'로 바꾸어 나가야 했다. '내 것만 소중해.'를 '내것도 소중하고'로, '내것만 옳아.'를 '내 것도 옳고.'로.

   상대의 삶을 진짜 이해하고 싶다면 나는 내 주관적인 관념들을 상대의 삶 속으로 함부로 끼워 넣는 일부터 그만두어야 했고, 그것은 다양한 금단 증상을 일으켰다. 뭔가를 그것 그대로, 고스란히 바라보는 일은 문자 그대로 수행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로 범벅된 판단으로 아름답던 내 생'은 지난한 수행을 거치며 '여백과 간결함과 고스란함으로 아름다운 내 생'이 되어 갔다. 그 변모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는 오늘도 내 깜냥에 맞는 수행과 고군분투하며, 내 생과 세상에 덧씌워 놓은 불필요한 관념들을 쓰레받기에 담아 넣는다. 

   무언가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갖추어져야 할 뭔가가 존재한다고 예전에는 생각했는데. 존재 자체가 발산하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알게 된 후로는 거의 모든 것으로부터 감동 받을 수 있는 생을 선물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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