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지혜'를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인공지능(AI) 기술
'사용자의 지혜'를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인공지능(AI) 기술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3.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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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 '그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세계의 한 부분을 견고하게 차지하고 있다.

   2016년 3월,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씨(9단)와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대국을 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확장되었다. 나도 그때 인터넷 브라우저를 들락거리며 '누가 이겼지? 누가 이겼지?' 했었다. 이세돌 씨와 알파고는 닷새에 걸쳐 총 다섯 번의 대국을 했다. 그리고 알파고가 4번, 이세돌 씨가 1번 승리하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놀라운 결과였다. 그때까지 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초창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허무할 만큼 가볍게 허물어졌다.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내로라하는 프로 바둑 기사를 4:1로 꺾다니.

   조금 걱정되었다.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 같아서.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속도보다 기술 발달 속도가 현저하게 빨라질 때, 인류는 기술에 잠식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유치한 기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주는 선물만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가할지 모를 위협 같은 것에도 깨어 있고자 했다. 기술의 사용자로서 의식적인 균형과 중심을 잡고 있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인공지능 개발 반대주의자'가 되기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럴 리가! 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됨으로 인류의 부패가 많은 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고, 특히 그 부분에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두 팔 벌려 환영하였다. 가장 가까운 예로, 뒷돈을 받을 수 없는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을 맡으면, 보다 공정한 판결이 나올 것 같았다. 진짜 죄 지은 사람이 처벌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 같았다(그렇게 된다면 진짜 좋을 텐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진정한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이 올 텐데).

   누군가 나에게 "인공지능 기술이 제일 먼저 투입되어야 할 업종,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가장 시급한 업종이 어디라고 보세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법조계와 의학계요."라고 대답했을 것이다(실제로 현재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국내 병원에서 인공지능의 진단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한다. 미국의 IBM은 인공지능 암 진단 솔루션인 '왓슨'을 보유하고 있고,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96%를 육박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전문의의 진단 정확도 수치를 상회한다). 인간으로서의 양심 부족이나 정보 부족이 타인에게 엄청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 법조계, 의학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작된 판결이나 오진을 줄이거나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좀 받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한 곳은 산적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인간을 '노동 머신'에서 해방시켜 줄 인공지능 기술 발달의 도래를 나는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자질구레한 노동에 매여 있는 대신, 인간이 자신만의 창조에 몰두할 수 있다면, 세상이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고 재미있는 곳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 발달의 수혜를 제대로 보려면, 인류는 '사용자의 지혜'를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깊이,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한 번 언급했듯, 인류는 기술에 잠식당하지 않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이점이 오는 순간을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종류와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정밀하게 구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저명한 과학자들이 수없이 경고한 '특이점(인류의 지성을 모두 합친 것보다 인공지능이 더욱 뛰어나게 되는 시점)'이 왔을 때, 인류는 어떻게 될까?

   특이점이 왔을 때, 인공지능이 개발한 기술들을 인류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개발한 새로운 자동차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당연히 인간은 인공지능이 개발한 그 자동차를 따라 만들 수도 없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러한 특이점이 2045년쯤에 올 거라고 예견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후다. 가깝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멀지도 않다.

   현재 우리 인류는 4차 산업 혁명 이후의 시대로 들어가는 문지방 위에 있다. 그리고 나는 21세기를 통틀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정신적 또는 영적으로도, 인류는 대단한 격변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는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문득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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