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멈춰서 나를 보다.
사랑으로 멈춰서 나를 보다.
  • 없을무
    없을무
  • 승인 2019.02.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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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싫증난 염세남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절망의 굴로 입성했을 때 빛의 여신이 찾아와...

동굴밖으로 탈출시켜 준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

서울살이 버텨볼라고 온갖 일 다해가며 하루를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쉼없이 달려가 보니....심신이 다 고장나서 너덜 거리고 있었다.

서울의 환타지는 달콤했지만 먹어보니 신기루였다.

염증..지침...염세..부정...다 때려치우고 고향이나 갈까?

사랑이 사치이고 버겁기만 하고...울고 싶어도 웃는 내모습은

폭파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생일이라고 며칠 동안 흥얼 거리며~~나 챙겨주겠다는 여자친구..

부담스런 내 마음 몰라주는 야속한 이였다.

당시' 해변의 카프카'에 홀릭하여 하루키세상에 심취했었다.

인터파크에서 일부러 하루키MD를 골라 생일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와이프가 내게 준 생일 이벤트...에 울컥하며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뽀뽀도 끝나기 전에 데려간 곳이...강남의 비싼 일류급 호텔..

리츠칼튼 호텔이었다.강남에서 3년 있었지만 한번도 넘보지 못한 그곳.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그 기분을 내게 선물로 준다.

신논현을 아래로 내려다 보는데..내가 일했던 곳이 희미해진다.

부의 기분이 이런걸까?

세번째 이벤트는 인왕산 성곽길이었다.

서울에 왔으니 왕의 기운을 느껴보라며 인왕산으로 끌고 간다.

가방에 조지아 2캔을 담고 걷기 좋은 그 길을 흥얼 거리며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서 내가 경험했던 서울살이를 하나씩 하나씩 비워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겨나갈때마다 아팠던 서울의 기억이 모래가 되어...

바지끝단락으로 스윽 쏟아내려간다.

인왕산 꼭대기에서 본 서울의 모습...산 아래 집일뿐..사람도 차도 지위도 돈도

보이지 않는다.그저 내가 고집 부리며 쥐려 했던 신기루였을뿐...돈에 치여

소중한 내 사랑을 보지 못한 생각에 한 없이 미안해지고 부끄러워진다.

비로소 자유를 얻게된다...사랑을 통해 덧없던 나를 버릴 수 있었다.

사랑으로 인해 잠시 멈춰 숨 고르기를 해본다.

마지막 사진은 전여자친구이자 현재 와이프의 그 당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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