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 칼럼] 제주도, 유채꽃은 언제부터 피었을까요?
[김진덕 칼럼] 제주도, 유채꽃은 언제부터 피었을까요?
  • 김진덕
    김진덕
  • 승인 2019.02.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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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는 아마 유채꽃이 만발하고 있을텐데요. 제주도를 상징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바로 유채꽃이니까요. 아니 제주의 대표적 이미지가 이른봄 노란 꽃이 만발한 모습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부터 유채꽃이 제주도에 피기 시작했을까요? 궁금해 하자면 그게 또 궁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구글에서 제주도 꽃으로 검색하면 바로 '노란색 일색'입니다. 대충 조선 시대 때부터 제주도에 만발했겠지라고 할지 모르겠는데요.

유채꽃을 검색해보니, 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전래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고요. 두산백과에서는  '한국에서는 1962년부터 유료작물(油料作物)로서 본격적으로 재배하였다.'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나비박사로 유명한 석주명은 해방되기전 2년동안(1943.4월 - 1945.5) 제주도에서 연구활동을 했는데요. '석주명 평전'(이병철, 그물코)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같이 근무하던 토평리 출신 김남운(서귀포시 토평동 거주)을 일본 교토대학에 보내어 유채와 겨자씨를 1~2홉씩 가져오게 해서 시험 재배했다. 오늘날  제주도의 봄철을 상징하는 유채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에 의하면,  제주도의 '앙상한' '잿빛' 봄 풍경을 노랗게 물들인 장본인은 바로 석주명이고, 그것도 1944년 (아니면 1945년)이라는 걸 짐작하게 합니다.

석주명은 일본 남단의 규수의 가고시마 농림학교 출신인데요. 짐작으로는 제주도에 근무하면서  제주도의 황량한 봄 풍광을 아쉬워하다,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그때 그곳을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억측을 해보자면, 그러니까 우리가 즐기는 제주도의 유채꽃은....벚꽃과 함께 왜색(!?)문화인 셈이죠...

                                                             사진출처

오늘날 우리는 제주도라는 말을 들을 때 곧바로 연상하는 것은 한여름 해수욕장이나 한겨울 눈덮인 한라산이 아니라 노란 유채꽃 일색입니다. 그 중심에 석주명 선생이 있다니, 한번쯤 그의 이름을 기억함으로써 감사를 표할 일입니다.

사실, 유채꽃 축제는 제주 뿐만이 아니라 서울의 한강변과  창녕 부산 태백산 양산 구리 등 전국 각지에서 벌여집니다. 

이 외에도 진안에서는 '배넘실 마을 유채꽃길', 평택시에서도 어울림 오성강변 유채꽃 축제가 열립니다.

 

유채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럽에서도 기름을 짤 목적으로도 유채꽃을 많이 심나 봅니다. 운남성의 유채꽃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죠.  운남성 유채밭으로 검색하지면 엄청나게 눈호사를 누릴 수 있습니다.

 

TV가 없던 시절 한국인들에게 봄의 전령은 이원수의 '나의 살던 고향'에서처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이지만, 요즘에는 유채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유채꽃의 시작에는 이런 연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이제 조선시대, 특히 일제 시대 때의 여러 문헌을 통해 이게 사실인지 고증할 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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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제 때 유채꽃이 제주도에 심어졌다는 가정하에 그렇다면 '그들은'  왜 유채꽃을 심었을까요?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약간은 낭패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막 연두빛이 오르는 삼방산과 노란 유채꽃의 콜라보레이션. 예술입니다. 노란색이 없었을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갑자기 암울해집니다.

산방산 저 너머에 흰 설산, 한라산이 있습니다. 유채꽃과 한라산은 마치 천년의 약속같습니다. 한쌍의 아름다운 커플같습니다.

제주의 한 렌트카 회사가 제주도로 유혹하는 한라산과 4월의 유채꽃입니다. 유채꽃이 없었더라면 제주도의 봄은 어쩔 뻔 했을까요.  

그런데 어쩔꺼나. 무심히 보셨겠지만, 이 사진은 한라산이 아닙니다. 일본의 후지산입니다. 많은 분들이 속았을 겁니다. 구글에서 유채꽃과 후지산(アブラナの花  富士山)으로 검색하면,

일본인들의 집요한(?) 미의식이 후지산을 그냥 가만히 두었을까요? 하얀 벚꽃뿐 아니라 노란 유채꽃하고도 너무 잘 어울립니다.

노란 유채꽃과 흰 후지산을 함께 놓고 보는 것은 일본인들이 즐기는 한 포인트입니다. 석주명이 아니라 하더라도 제주도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유채꽃을 심었을 겁니다.

일제때 제주도에 일본인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한라산과 함께 유채꽃을 보는 건 두고온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마치 서울과 경향각지에 일본인들이 벚꽃을 도심에 심고 즐기는 것처럼 말이죠. 벚꽃은 조선시대에도 있었지만, 시내 거리에 식재해서 꽃을 감상하는 건 그때부터 시작된 풍습이죠.

우리가 즐기는 제주도의 유채꽃은 아니 전국 곳곳의 유채꽃 축제의 시작은....그러니까, 잔인하게 말하자면 벚꽃과 함께 '그놈의' 왜색(!?)문화인 셈이죠.

하지만 이 사실을 우리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으니 유채꽃을 볼 때만큼은 찬란하게 펼쳐지는 봄의 향연을 '순수'한 시선으로 즐기게 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알지 못해' 다행이고 감사를. 설령 이제부터 알았다 하더라도 유채꽃의 아름다움에 어찌 거부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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