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를 보고
영화 '동주'를 보고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2.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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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3.1절을 기념하여 미루어 미루던 영화 <동주>를 보았습니다.

흥행에 밀려 꼭 무언가에 의해 자극 받아야만 보게 되는 것에 부끄럽지만, 그래서 덜 부끄럽기로 하고 보기로 한 영화입니다.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피지도 못하고 남의 나라 형무소에서 쓸쓸히 죽어간 시인 윤동주를 담아 낸 스토리로 그는 시인이 되는 게 슬픈 천명이라고 말합니다.

문학을 사랑하여 시인이 되는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했겠지요. 영화에는 어려서 같이 자란 사촌 송몽규라는 존재가 보여집니다. 그의 사촌이자 벗이자 라이벌 같은 존재입니다.

평생을 같이 한 친구인 송몽규는 동주와는 달리 독립운동에 거침없이 나서는 행동파였습니다. 그로 인해 윤동주는 많은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그가 책상에 앉아 시를 적는 것이 그에 비해 부끄럽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표는 같습니다. 가는 방향이 다를 뿐이지요. "동주는 시를 써라, 난 총을 들게." 그러나 동주는 그런 몽규가 자신을 자꾸 도망치게 만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칼을 들든, 총을 들든, 펜을 들든, 나름 일제 강점기의 암흑한 삶에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일제의 강압에 밀려 창씨개명을 하면서도 동주는 부끄러워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는 참회록에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언어도 이름도 허락되지 않는 암울한 시기에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해도 그는 부끄러워 했습니다. 친구들이 죽어가는 데 너무 쉽게 씌어지는 시에도 그는 부끄러워 했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말씀처럼  '부끄러운 걸 알면 부끄러운 게 아냐.부끄러운 걸 모르는게 부끄러운 것이지.'

그는 일본의 검열로 살아서 시집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천명같다고 말하던 시인으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일본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으로 죽어 갔습니다. 27살의 나이로 한 줌의 재가 되어 부모의 품에 안겼습니다.

죽고 나서야 1948년에 그의 시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다 되도록 우리에게 사랑받는 시인으로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그의 <서시>를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르고 매일같이 별을 달을 바람을 읊었습니다.

그의 서시가,영화가 더 애달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토록 시인으로 살아보지 못하고 죽은 윤동주의 삶이 전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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