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한국인과 한인 혼동하면 안된다
미국서 한국인과 한인 혼동하면 안된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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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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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칼럼> 김용 총장은 한국인(韓國人)이 아니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의 한(韓)은 한반도 고대사회의 부족국가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의 삼한(三韓)에서 따왔다는 게 정설, 그러나 馬韓·辰韓·弁韓에서 고유명사는 馬·辰·弁이고 韓은 중국 주나라 때 나라는 아니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제후국을 지칭하던 보통명사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韓’은 우물 난간 한(榦)과 같은 글자로서 황토를 다져 우물의 난간이나 담을 쌓을 때 곁에 대는 나무를 뜻했던 바, 국경[囗] 안의 입[口] 즉 백성을 창[戈]을 들고 지킨다는 의미의 나라 국(國)보다는 아래 단위다. 그런 한(韓) 앞에 큰 대(大)자를 붙인 ‘大韓’이야말로 한반도 사람들의 열등감의 표출이라고 하겠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기 이전의 ‘조선’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북쪽 사람들은 ‘韓’을 국호로 인정하지 않거니와 외국인들 역시 한반도 사람들이 제 아무리 ‘대한민국’을 부르짖어도 ‘Korea’라고 부른다. 삼한은 물론 고구려·백제·신라 또한 부족국가 내지는 중국의 속국 정도로 간주하는 반면 자주독립국가 체제를 갖췄던 ‘고려(高麗)’만 인정(?)하겠다는 태도다.
 
한국인(韓國人)과 한인(韓人)의 쓰임새 또한 다르다. 한국인은 법적으로 국적이 한국인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 한인은 뿌리는 한국인이지만 법적으로는 타국민인 사람에 국한하여 사용하는 게 옳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곳 미국으로 이민 와서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이 ‘한국계 미국인’ 즉 ‘코리안 아메리칸(Korean-American)’으로 불리듯이 지난 3월 240년 역사의 다트머스대를 이끌 제17대 총장으로 선출된 김용(미국 이름 Jim Yong Kim) 또한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또는 ‘미국 국적의 한인’으로 불리는 게 옳다.
 
어제 뉴햄프셔 하노버의 다트머스대 캠퍼스에서 김용 총장 취임식이 성대하게 열린 가운데 ‘한국인’들이 더 호들갑을 떨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김 총장 취임식장 입장 때 한인 학생 농악대가 풍물놀이를 벌인 것이야 젊은이들의 치기로 간주한다지만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이 ‘아이비리그 첫 한국인 총장’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을 뽑아 대서특필한 것도 낯간지럽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한민국의 국민과 정부를 대표해 김 총장의 취임을 축하한다”는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에는 한국인들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김 총장은 이제 ‘한국인’이 아니라 ‘코리안 아메리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다트머스대 총장에 취임한 게 아니라 5살 때 이민 와서 브라운대학과 하버드 의대를 거쳐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재직해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맡는 등 인류 질병 퇴치를 위해 헌신해온 훌륭한 학자로서 취임했다는 것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
김 총장이 백인 토박이들의 텃세가 센 대학 다트머스 총장 지명을 받았을 때 김 총장을 중국계로 착각한 이 대학 신문 ‘GGMM’(Generic Good Morning Message) 소속 한 백인 학생이 익명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1천여명에게 “다트머스는 미국이지 ‘판다 가든 라이스 빌리지 레스토랑(Panda Garden Rice Village Restaurant, 중국음식점에 대한 비하)’이 아니다”라는 인종차별적인 이메일을 발송하여 다트머스대 캠퍼스가 발칵 뒤집어진 사실을 벌써 망각한 채 ‘한국인 총장’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고 있음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같이 공존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다민족 사회에서 인종주의적 또는 국가주의적 우월감을 표출하는 것처럼 멍청한 짓도 없다.
이날 취임식에서 외삼촌인 전 헌 박사가 취임식 기도를 하고 여동생 김지혜가 축가를 부르는 등 김 총장 가족이 ‘가족의 경사’를 자축하기는 했지만 본국 언론들의 개별적인 인터뷰를 정중하게 사양한 것도 ‘韓’이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커가는 김 총장에게 누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임은 두말하면 잔소리, 김 총장이 같은 한국계여서 가슴 뿌듯한 긍지가 느껴지더라도 다트머스대 학생들이나 미국인들에게 “김용은 한국인”이라고 떠들어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열등감 많은 ‘대한민국’의 티를 내는 것 같아 외국인들 보기 창피하다.
 
< 뉴욕거주 언론인>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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