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 질투하는 이유
〔칼럼〕(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 질투하는 이유
  • 피은경(pek0501)
    피은경(pek0501)
  • 승인 2019.02.1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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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질투하는 이유

남녀 사이에서 질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흔한 일이다.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이 다른 이성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으며 웃으면 질투를 느끼고, 상대방이 다른 이성에게 조금만 친절해도 질투를 느낀다. 부부 사이에서도 질투가 생기는 일이 있다. 아내는 길 지나가는 여자를 유심히 쳐다보는 남편에게 질투를 느끼고, 남편은 어느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아내에게 질투를 느낀다. 이럴 때 질투는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리고 또 무엇을 확인하게 해 줄까?

질투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준다. “질투심의 심리적 배경에는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김형경 작가의 에세이 <사람풍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평범한 여자는 항상 남편을 질투하지만 미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와일드)라는 말도 바로 ‘자신감 없음’이 질투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뜻한다.

질투심을 잘 나타낸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가 있다. 오셀로는 용감한 장군이긴 하지만 젊지도 않고 ‘얼굴이 검고 입술이 두툼한’ 추남이다. 그런 그가 권세가의 딸인 젊고 아름다운 데스데모나와 결혼한다. 이야고는 자신이 원하던 부관의 자리를 오셀로가 캐시오에게 주자 그것에 앙심을 품고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를 파멸시키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을 꾸민다. 그리하여 오셀로는 이야고에게 속아, 자신이 아내에게 준 손수건을 캐시오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거 삼아 아내의 부정을 확신하며 아내를 목 졸라 죽인다. 뒤늦게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이 아내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자살하고 만다.

여기서 오셀로가 질투심을 갖게 된 이유에도 ‘자신감 없음’이 한몫하고 있다. 오셀로는 중년의 추남이고, 데스데모나는 젊은 미녀였던 것. 만약 그 반대로 오셀로가 젊은 미남이고, 데스데모나가 나이 든 추녀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게 질투를 없애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하겠다.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겠다.

결국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자신감과 확신은 혼자서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불안>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와 비슷한 시각은 일찍이 미국의 사회학자 쿨리에게서도 볼 수 있다. 쿨리에 따르면 우리의 자아개념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눈을 통해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단 둘의 관계인 남녀 사이에 있어서는 더욱, 상대방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있음’ 또는 ‘자신감 없음’은 상대방에게 달렸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해도, 또 아무리 평소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설령 약점이 없다고 해도 자신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질투는 누구에게나 사라지기 어려운 감정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중요한 점은 남녀 사이에서 약간의 질투는 상대방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것이므로 괜찮지만, 만약 질투가 지나쳐서 상대방을 피곤하게 한다면 둘의 관계는 나빠진다는 점이다. ‘오셀로’처럼 질투가 이성의 작동을 멈추게 하여 큰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질투를 경계하는 다음의 명언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질투는 사랑을 계속해서 살린다는 구실 아래 사랑을 죽이는 용이다.”(H. 엘리스) “질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 가운데 하나지만 부도덕과 불행의 가시를 품고 있다.”(쇼펜하우어)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한 쪽이 강자라면 한 쪽은 약자가 된다. 예를 들면 연인 관계에서 전화를 많이 거는 쪽이나 만나자는 말을 많이 하는 쪽이 약자가 된다. 질투의 측면에서 보면 질투를 많이 하는 쪽이 덜 질투하는 쪽보다 약자가 된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만약 남녀 사이에서 자신에게 질투심이 생겼다면 무조건 상대방에게 질투심을 표출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질투를 한다는 것은 첫째, 자신의 ‘자신감 없음’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것이고, 둘째, 자신이 약자임을 시인하는 것이며, 셋째, 그것으로 인해 둘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질투할 시간에 차라리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더 좋아할까?’ 하는 것을 연구하는 게 더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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