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연탄이 안타깝다
식어가는 연탄이 안타깝다
  • 김봉건
    김봉건
  • 승인 2019.02.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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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42mm, 몸무게 3.6kg, 몸통에는 총 22개의 구멍이 나있는 녀석, 과연 누구일까? 바로 연탄이다.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따스한 온기 그 자체일 연탄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어언 100년이나 됐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에서 국내에 첫 도입되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난방의 80%가량을 차지하던 국민연료가 다름 아닌 연탄이다. 어느덧 사양산업으로 추락해버린 연탄은 근근이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기는 하나 근래 가격마저 크게 오르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연탄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건 지난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공해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정책을 쏟아냈다. 공해의 주범으로 지목된 연탄 사용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기름보일러가 늘어나고 아파트 건설 붐과 함께 도시가스가 주 연료로 쓰이면서 연탄은 빠르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전국적으로 500개 가까이 되던 연탄공장은 어느덧 50개 아래로 줄었다. 연탄은 현재 소외계층과 화훼단지, 연탄구이 음식점 등의 상업용 수요를 통해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루에 서울에서 생산되는 연탄 수량은 오늘날 연탄 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과거 하루 천만 장이 생산됐었으나 근래에는 공장 두 곳에서 고작 20만 장이 생산된다고 한다.

ⓒpixabay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와중이다. 화석연료보조금 폐지로 2015년 이후 해마다 20%씩 가격이 껑충껑충 뛰고 있는 것이다. 2015년 373.5원이었던 연탄 가격은 2018년 639원으로 올랐으며, 여기에 배달료까지 더해지면 장당 800~900원이나 된다.

하지만 연탄을 찾는 곳은 여전히 많다. 저소득층과 산골 등에 사는 약 14만 가구에는 아직 연탄을 통한 따스한 온기가 필요하다.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여타의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장이나 공장, 식당 등 자영업자들도 값싼 연탄을 많이 찾곤 한다.

연탄은 이웃사랑을 전하는 매개체 역할도 톡톡히 한다. 연탄 기부와 배달 봉사를 통해서다. 높은 지대에 사는 소외계층에게 연탄은 그림의 떡일 경우가 허다하다. 배달 비용 때문이다. 이를테면 연탄 한 장의 가격이 500원이라면 배달비용은 1천 원이 붙는 식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니 없는 형편에 이를 이용하기가 만만찮다. 다행히 각종 단체나 기업체로부터 소외계층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연탄 배달 봉사 활동 및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연탄은 그 따스한 온기마냥 어느덧 봉사하는 기쁨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매개가 되게 해준다.

한때 영광의 국민연료로 추앙받던 연탄, 어느덧 공해산업이자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연탄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이들에게는 온기를 불어넣어주어 힘을 북돋게 한다. 농장과 식당 등 현장에서는 삶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때로는 이웃사랑을 전하는 매개가 되어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렇듯 연탄 한 장에 담긴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크다. 연탄의 온기가 식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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