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 수 없었던 시간 "각자의 삶의 발끝을 가만히 성찰할 때 인생의 길은 보인다"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시간 "각자의 삶의 발끝을 가만히 성찰할 때 인생의 길은 보인다"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19.02.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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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가 '극단 무천'의 김아라가 5년 만에 또 다시 돌아온 무언극

- 말없이 등장하여 260여 인간군상으로 변신하는 20여명의 배우들

 

김아라 연출의 연극 '우리가 알수 없었던 시간은' 2월20일(수)부터 24일(일)까지 총 5회 공연을 서강대학교 메리홀 무대에 20여명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사진 / 극단 무천 제공
김아라 연출의 연극 '우리가 알수 없었던 시간은' 2월20일(수)부터 24일(일)까지 총 5회 공연을 서강대학교 메리홀 무대에 20여명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평일 저녁 8시, 토일 오후 4시 공연. 사진 / 극단 무천 제공

대사가 없기로 유명한 파격연극의 대명사인 <관객모독>과 영화 <베를린천사의 시> 원작자인 오스트리아작가 <페터 한트케 Peter Handke>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Die Stunde, da wir nichts voneinander wußten(1992)>을 일본의 전설적인 작가 오타쇼고(1939-2007)의 침묵극 4부작 <물의 정거장><바람의 정거장 ><모래의 정거장> <흙의 정거장>을 연출한 전방위 연출가 극단무천의 김아라가 5년 만에 또 다시 침묵극으로 돌아왔다. 연극은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회 공연을 서강대학교 메리홀 무대에 올린다.

말과 글의 홍수의 시대에 무언의 무기를 들고 배우들이 무대에 묵묵히 섰다. 내가 알 수 없다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이 아니듯 내가 바라보지 않는다고 인생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려오고 바스락거리고 타닥거리는 배우들이 내딛는 발바닥 소리만 무대의 시간을 깨운다. 광장벤치에 주인처럼 전지적 시선으로 세상의 고독과 외로움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침묵의 낯빛을 한 남루한 거지만이 요란한 굉음소리에 광장의 중심을 벗어나지 않는다.

뒤척이듯 삐걱거리는 관객들의 의자소리가 신경 쓰일 만큼 조용한 무대를 숨을 죽여가며 보는 무언극은 내면의 긴장감을 더욱 저울질하게 만든다. 가끔은 괴성을 지르거나 빠른 몸놀림으로 광장을 내달린다. 무력함에 짓눌린 걸음을 겨우 옮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에 현실과 비현실 혹은 환영을 통하여 세상의 고독과 소외, 불통과 대립된 인간 군상들의 혼란스런 움직임이 오히려 더 질서정연해 보인다.

여러 시선들이 퍼진 곳곳에 사랑을 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신경질적이고 도망치고 뒤쫓고 춤을 추고 싸우고 화해한다. 누구는 쓰레기를 버리고 누구는 쓰레기를 줍는 회복의 시간 속에 서로 지나치면서도 알아보지 못한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 현시대를 투영하는 듯하다. 무언극이 주는 매력은 과연 무엇이고 나를 되돌리며 성찰하는 지점은 어디인가를 발견해 보는 연극. 관록의 베테랑 배우 정동환, 권성덕이 중심을 잡아주고 20여 명의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꾸미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전방위 연출가 김아라 연출의 맵시있고 뭉클한 인생을 담고 있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시간> 은 흥미롭고 담백한 무언극이다. 부디 끝나기 전에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그 광장을 지나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광장의 노숙자의 시선으로 다룬다. 시선은 굴절되지 않는다 다만 서로에게 향할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되어있다. 각자의 삶의 발끝을 가만히 성찰 할 때 인생의 길은 보인다. 사진 / 파이낸스 투데이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그 광장을 지나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광장의 노숙자의 시선으로 다룬다. 시선은 굴절되지 않는다 다만 서로에게 향할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되어있다. 각자의 삶의 발끝을 가만히 성찰 할 때 더불어 함께하는 인생의 길이 보인다. 사진 / 파이낸스 투데이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은 그 광장을 지나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광장의 노숙자의 시선으로 다룬다. 바로 그 한 사람의 시선에 비치는 현실과 비현실 혹은 꿈을 통하여 이 세상의 고독과 소외, 불통과 대립된 양상을 나열한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노숙자가 인간이 되고 싶으나 결정하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천사였음을 알게 되는 것은 연극의 종결 부분이다. 이러한 반전이 이루어지며 이 연극은 이 사회가 처한 현실을 비극적으로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을 대변한다.

언어가 없는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전방위적으로 시청각 기능을 일깨우는 비언어총체극이다. 우리 현대사의 질곡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암시하며 우리 현실에서의 대립과 소외, 불통과 고독을 무언으로 그리는 연극이다. 극장은 광장으로 변하고 새벽부터 밤까지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말없이 등장하여 260여 인간군상으로 변신하는 20여 명의 배우들, 인간들의 숫자 이상으로 등장하는 옷과 오브제, 음향의 세계, 또한 움직임의 이미지들이 총체적으로 등장한다.

이미 정거장 시리즈로 무대 위 존재가능한 다양한 미학을 제시한 연출가 김아라는 텅 빈 광장을 주인공으로 시간과 공간, 움직임과 시선, 걷기의 세기, 느림과 찰나 등 시공간을 마치 위에서 4차원적으로 내려다보듯 연출하고 여기에 빛과 영상 음악 등의 시청각의 모든 감각적인 장치를 구사하여 한편의 비언어총체극를 만들어내었다.

관록의 배우 정동환이 2019년 선택한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은 그 광장을 지나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광장의 노숙자의 시선으로 다룬다. 시선은 굴절되지 않는다. 다만 서로에게 향할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되어있다. 각자의 삶의 발끝을 가만히 성찰 할 때 인생의 길은 보인다. ‘햄릿을 비롯해 연극 TV 영화에서 왕 역할만 도맡아해 온 배우 정동환이 무대 위에서 주인공인 헐벗은 노숙자역할을 맡았고 노장중의 노장 권성덕 배우 역시 이번 작품을 함께한다. 이 외에 배우 정혜승, 김선화, 박상종, 박호빈, 손경숙 ,장재승, 김기민, 최우성, 허연정, 최홍준, 문혜주, 김은미, 이현주, 박상은, 김미르, 신혜진 등이 출연한다.

 

신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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