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신사의 품격을 지닌 당신에게..
[모스크바의 신사] 신사의 품격을 지닌 당신에게..
  • DONJIRIHANG
    DONJIRIHANG
  • 승인 2019.02.15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17년 발생한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는 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이듬해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는 처형당하고 1922년 소비에트 연방이 들어서게 된다.

'모스크바의 신사'의 주인공인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이 혼돈의 시기

백작이라는 이유로 1922년 6월 21일 내무 인민위원회 소속 긴급 위원회에 출두하여

재판을 받게 된다.

법정에서

.

.

로스토프 :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비신스키 : 시작하기 전에, 난 이처럼 장식 단추가 많이 달린 재킷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소.

로스토프 : 고맙습니다.

비신스키 : 칭찬으로 한 말은 아니오.

로스토프 : 그렇다면 난 명예를 위해 결투를 신청하겠습니다.

[웃음]

.

.

비신스키 : 직업은?

로스토프 : 직업을 갖는 것은 신사의 일이 아닙니다.

비신스키 : 좋아요. 그럼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죠?

로스토프 : 식사와 토론. 독서와 사색. 일상적인 잡다한 일들.

비신스키 : 시도 쓰죠?

로스토프 : 나는 깃펜으로 펜싱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신스키 : [작은 책을 들고] 당신이 1913년에 발표된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

           라는 이 긴 시를 쓴 사람인가요?

로스토프 : 내가 썼다고들 하더군요.

.

.

비신스키 : ...나는 당신이 투쟁을 준비할 의도로 돌아온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혁명에 찬성하는 쪽일까, 반대하는 쪽일까 궁금해하고 있소.

로스토프 : 그 점에 관해서라면, 내 투쟁의 시기는 이미 지난 것 같군요.

비신스키 : 그럼 왜 귀국한 거요?

로스토프 : 러시아의 기후가 그리웠습니다.

.

.

이그나토프 : ...당신은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그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다음 사건.

이렇게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그가 수년간 머물렀던 메트로폴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같은 호텔의 6층 하인용 다락방으로 거쳐가 옮겨지고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종신연금형을 선고 받는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양장본이다.

제법 무거운 책을 집어 들고 첫 부분에 법정에서 백작이 하는 위트있는 대답과

메트로폴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30여년이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9살 소녀 니나와의 만남

그녀의 딸이자 백작의 삶의 의미인 소피야와의 삶과 여정

반전과 동기를 주는 친구 미시카

주방장 에밀과 지배인 안드레이와의 깊은 우정

러시아의 혼란함을 타고 넘는 여배우 안나 우르바노바와의 사랑

그리고 32년이 되는 그 날 이루어질 정점의 사건들로

모든 특혜를 회수당한 그가

어떻게 그 좁은 공간에서 모험을 즐기고 새로운 만남을 갖고 우정을 쌓아

가는지를 재미, 긴장감, 애잔함으로 잘 보여주고

어떻게 신사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 나가는지를

우아함과 낭만, 위트와 재치를 적절히 배합하여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보여 주듯 이야기 해준다.

백작은 자신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절제력을 발휘하여

니나의 딸 소피야에게 부모로서의 충고 두 가지를 간단명료하게 제한하여 말한다.

첫째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

이라는 몽테뉴의 격언이었다.

이 두가 조언을 읽었을 때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충고라기보다는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 자신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말하는 것 같았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두 줄로 요약해 보라고 한다면

백작의 친구 미시카가 자신의 유배지 시베리아로 떠나기 전 뒤돌아서서

“그 옛날 너에게 평생 메트로폴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이 선고되었을 때,

네가 러시아 최고 행운아가 되리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라고 한 말이다.

이제 10살이 된 아들에게

“아들아, 너도 조금 더 크면 이 책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어봐,

이 신사와 같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라며 만족감을 표현하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신사의 품격을 지닌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 주었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