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했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자만했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2.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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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코 매거진 산문

   내가 무슨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마다 나를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은 근거가 불충분한 자만심이었다. 나는 아주 조금 확보된 지식이나 능력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며, 벌써 내가 그 업계의 베테랑이 된 듯 굴곤 했다. 빈 수레가 귀 따갑게 요란하였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2년이 지났을 때 나는 내 눈과 귀를 막는 오만함에 빠져, 내가 쓰지 않은 모든 글들을 모조리 낮잡아보았다. 이건 이래서 문제고, 이건 이래서 후지고, 이건 이래서 형편없고. 나는 오직 나만이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글을 쓴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완전히, 완전히 틀린 관념이었다. 완전히.

   지금 돌아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그때의 나는 그토록 맹목적으로 나만을 추앙했을까. 그 순간들을 나는 아주 오래 후회했고, 지금도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때 생각만 하면 여전히 너무 부끄러워서, 귀까지 뻘겋게 달아오른다. 

   내가 나 자신의 조그만 울타리 안에서 가짜인 전지전능함을 맛보고 살았던 세월은 내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아깝게 허비한 시간이다.

   표면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아주 치켜세우지만 내면적으로는 (혹은 무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별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 무렵, 나는 나 아닌 모든 것들을 너무 쉽게 깎아내리고 헐뜯는 나에게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예전처럼 오만방자한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으로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즈음에는 내가 가진 단점이나 약점 같은 것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었으므로, 나는 강제로라도 나의 불완전함을 직면해야 했다. 

   그렇게 '나 자신의 불완전함 받아들이기' 여정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시작은 조용했으나 그 여정의 과정은 결코 조용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전능감을 느끼는 유아적인 자아를 성숙시키는 일은 단 한 순간도 녹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뭔가가 부끄럽다는 것은 '어떤 행위가 양심에 어긋나거나 떳떳하지 못한 행위라고 여길 때' 또은 '뭔가로 인해 조심스러워지거나 수줍어질 때' 마음에서 올라오는 감정이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나에 대해 꽤 직설적인 폭로를 해 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감정은 뭔가를 감추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뭔가를 굳이 감추려는 내 마음은 나 자신의 두려움이나 양심 수준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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