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한복속 고쟁이 돈주머니의 세뱃돈
할머니의 한복속 고쟁이 돈주머니의 세뱃돈
  • 오수정
    오수정
  • 승인 2019.02.10 0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들만 좋아하셨던 할머니의 사랑표현법

다수의 사람들이 명절이라도

친가보다는 외가를 기억하시는 

경향이 있는듯 하다.

그런데 나는 친가와 외가 

양가의 조모께 유독 귀여움을

받지 못하였는데 이유는 

'아들'이 아니였기 때문이고

내 아래로 남동생이 태어났기때문에

더더욱 나는 할머니라는 명칭이

그렇게 다정하지 않았더랬다.

나의 친할머니께서는 거의 

명륜동 고모님 댁에서 머무르시곤

하였는데 늘 옥색한복 아니면 미색한복에

머리는 옛날분 그대로 비녀를 꼽고 계셨다.

나역시 친할머니의 그모습도 별로라고, 촌스럽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초등생시절 명륜동 고모집에 겨울방학이라

놀러갔다가 남동생만 간식을 챙겨주시는

친할머니에게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나만 먼저 아버지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친할머니는 항상 나를 '놈새'라고 부르셨고

원래 이름을 놔두고 욕같이 부르는 그소리가

어린마음에도 정말 싫었지만 나중에 나이를 

먹고 알게된 사연인즉슨... .

나를 '놈새'라고 부르면 내아래로 남동생이 

태어날거라고 어느 무속인이 말했기 때문에

내이름이 외계인 이름이 되었던 것.

여하간 명륜동 고모집 사건 뒤로

명륜동에 절대로 가지 않았고

친할머니를 설날 잠깐 세배를 드리는 것으로 

할머니에 대한 일반적인 애정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던

설날 다음날 친할머니께서 나를 부르셔서 

죽도록 싫어하는 명륜동 한옥집엘 어머니와

함께 갔더랬다.

할머니는 달달달달 드르륵 드르륵

손잡이 달린 시커먼 미싱앞에 앉으셔서

한복을 만드시고 계셨고

어머니와 나는 한 참 그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아야 했는데 

어머니께서 잠깐 나가신 사이 

미싱을 멈추신 할머니께서 한복치마

안쪽 고쟁이 부근에서 부스럭~~

무언가를 꺼내시고는 내게 '이리와 보라'

하시면서 내손에 잘 접혀진 파란색 지폐를

쥐어주시며 예쁘게 지어진 색동저고리와 

분홍 한복 치마를 선물로 주셨다.

영 납득이 가질 않았지만 어쨌든 

횡재한 나는 친할머니께서 손수 지어주신

한복을 입고 세뱃돈까지 챙긴 친척 중

유일한 손녀가 되어 기쁜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후 친할머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뵌 적이 없다.

친할머니께서는 대전으로 혼자 사시겠다며

내려가셨는데 대전집에 한 번도 내가 가족들을

따라 나선적이 없기때문이다.

이제는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한복과

그 한복 고쟁이에서 잘 접힌 네모 반듯한 

만원짜리 지폐한장의 기억은 나에게 그다지 친근하게

다가오는 의미가 되질 못하고 냉냉한 기운만 돈다.

친할머니의 한복속 고쟁이 바지에는

주머니가 있었는데 그게 유일한 친할머니의

지갑이었다고 한다.

젊은나이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머슴살이 하시던 분들을 모두 

내보내신 후 험한 집안일을 혼자 감당해 

내셨다던 '몸빼바지 할머니'가 별명이셨던

친할머니.

그래서 더 한복에 집착을 하시고

아들에 집착을 더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설연휴가 지나고 북적대는

삼성동 코엑스몰의 싱가미싱들이

쭈~~욱 전시된 것을 보니

문득 친할머니 생각이 났다.

조금만 나이를 먹고 철이 들었었다면

친할머니와 가까워 질 수 있었을까?

파이낸스투데이는 칼럼니스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하는 전문적인 정보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는 '전문가 칼럼'을 서비스합니다. 전문가 칼럼은 세상의 모든 영역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들로 구성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칼럼입니다. 칼럼 송고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gold@fntoday.co.kr 로 문의해 주세요.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최기식 변호사 (前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차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