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 칼럼] 미니 골프의 아련한 추억을 아시는지요?
[김진덕 칼럼] 미니 골프의 아련한 추억을 아시는지요?
  • 김진덕
    김진덕
  • 승인 2019.02.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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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60년대 대구의 동촌 유원지 모습이다. 줄지어 버드나무 드리워진 강둑 저만치 보트 놀이로 사랑이 싹트거나 애정이 영글고 있다. 오늘 등산박물관에서 주목을 하는 부분은 파란색 부분이다. 발굴하다만 구석기 유물같은  이것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오늘날 '미니 골프'라는 말에 그 어떤 애뜻함도 갖기 어렵겠다. 그러나 한때 유원지마다 있어 서민들도 골프채를 손에 쥐어 보았다는 사실은 시나브로 잊어버렸다. 그 연원을 찾아 일제 때까지 올라가 본다.

"구례향토문화의 길잡이 '문승이'"는 지리산권문화연구원에서 2014년 펴낸 책으로, 특별한 인생궤적을 그린 구례출신 문승이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다. 책에는 그가 서울로 유학해서 중앙고보 2학년인 1937년 여행 관련해서 다소 '놀라울' 회고가 있다.

문승이:  2학년때 원산 해수욕장에 간다고 그랬는디,  나하고 인촌선생 자제 상호라는 친구하고 또하난 누군지 기억이 잘 안나. 베이비 골프에 미쳤어. 그래가지고 저녁밥만 먹으면 인자 베이비 골프를 쳐   

문승이와 인촌 김성수의 5남인 상오(김상오의 오기) 그리고 또다른 제법 살만한 친구들은 매일 저녁 비싼 돈을 주고 원산 시내에 가서 베이비 골프장을 쳤다. 저녁밥만 먹으면 매일 도박과도 흡사한 오락으로 추정되는 베이비 골프를 즐겼다.
 

홍 :  베이비 골프요?

문승이:  그러니까 인자 골프는 골픈디, 아주 규모가 장난 같은 요런데다 코스를 만들어 하거든요. 

원산 시내에 베이비 골프장이 있는데, 밥을 먹고 9시에 점호시간이여. 그러니까 세시간의 여유가 있어요. 거기가 4km 되거든. 셋이 뛰어가. 뛰어가... 

왜 골프를 쳤냐 그러면 거기가면 대차륜 큰게 있는데 아마 직경 5m 이상이 될 거이오. 딱 치면 싹 돌아가거든. 참 통쾌해요. 거기에 미쳐가지고 치러 갔어, 한 열흘

베이비 골프는 '규모가 쪼맨하여 장난같이 만들어진' 것으로 골프공과 골프채로 구멍에 빨리 넣으면 이긴다는 점에서 골프와 유사한 게임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조선 인민들이 이용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게 논바닥에 허접하게 구멍 파서 만들어진게 아닌 걸로 보이니 말이다.

공이 홀에 들어가면 직경 5m나 되는  '대차륜'이 싹 돌아가는게, 그 통쾌한 맛에 미쳐서 그들은 장장 열흘씩이나 내내 그곳에 갔다고 회상하고 있다. 대차륜은 아마 수직으로 또는 수평으로 도는 회전 바퀴를 말하는 것 같다.

당시 명문이었던 중앙고보생들이 한 열흘간씩이나 원산 해수욕장에 놀러가고 귀경에는 한여름 필수 피서지였던 석왕사까지 들렀다니, 조선인들 중 '가진자'들에게 그 낭만이란... 똑같이 부자집 자제이면서도 헬조선에서 허우적거린다는 대치동의 고딩들에겐  차라리 그 시절이 어떻게 느껴질까도 싶다.

문승이가 다닌 구례 초등학교는 놀라지 마시라. 6학년때 노고단에까지 오른다.  이윽고  중앙고보 4학년때는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당시 명문고보에서는 수학여행으로 금강산, 만주 그리고 일본으로 떠났다. 대구사범학교를 나온 박정희는 3학년때에는 금강산, 4학년때는 만주로 그리고 5학년때에는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참고로 여기서 원산 시내라고 하는 건, 일본인들의 도시를 말한다. 원산은 밤이 되면 불꺼진 암흑지대가 되는 조선인들의 구 시가지와 일본인들에 의해 조성되어 시즌이면 불야성을 이룬 신 시가지로 나뉜다. 문승이 일행이 갔던 원산 시내는 당연히 신시가지를 말한다. 그곳은 서울의 혼마치, 본정통(충무로)에서처럼 일본어가 통용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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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이가 '베이비 골프'라고 기억한 게임은 해방 후 대체로 '미니 골프' 또는 '간이 골프'로 불렸다.

1956년 영화 '서울의 휴일 Holiday in Seoul' 중 한장면이다. 덕수궁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세명의 신사와 한명의 미인이 맥주내기 골프를 치자고 일어선다. 서울 한복판 숲속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거, 아무나 알지 못하리라.

시멘트로 바닥을 다듬고 시멘트로 테두리를 한 다음 크고작은 돌들로 장식을 했다.

1959년  9월 인천의 유명한 유원지인 작약도에서의 한 풍경으로 군대 휴양지로 보인다. 9번 홀에서 웃음 가득한 청년장교의 모습이 보인다.

송림 사이에 방갈로들이 있고, 탁자 사이에 다소 군대스러운 골프장의 모습이 보인다. 맥주 한잔 하기 딱 좋은 곳이겠다. 이들은 이듬해 1960년 4.19 혁명과 5.16쿠데타의 파고를 미쳐 몰랐으리라.

그리고 1970년경 만들어진 관촉사 기념 관광사진첩 중의 한 장면. 사진 하단에 있는 설명은 이렇다.

골프장: 관촉사 입구 울창한 숲속에 위치한 골프장은 탐승객들의 여독을 풀어주는 가장 인기 좋은 관촉사 유일의 오락 시설 중의 하나이다.

이제 결론을 맺자.

1960년대라고 하는 동촌 유원지에는 그러니까 그 이전 버드나무 사이 그늘에 최소한 9홀 정도의 미니 골프장이 있었다. 지금모래에 반쯤 파묻힌 게 바로 그 흔적이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이 1950년대 후반 서울에서 고급 레포츠였던 골프가  1960년대 지방 대구의 유원지에 훼손되어 있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미니 골프장 사업보다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트장 신 사업이 더 수익이 좋아서일 수도 있겠고, 또는 이것이 일제때 조성되어 있었던 유원지 문화의 '유물'- 요즘 유식한 말로 하는 근대문화유산일 가능성도 없지 않겠다.

아모튼 우리는  아래 1971년 동아일보 기사를 '해석'할 수 있다.

1971년 한여름 '바다에의 초대'라며 인천 서포리 해수욕장에 있던 '각종 위락 시설'로 탁구장과 함께 거론하는 골프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상 B급 자료들로 구성해본 B급^^ 역사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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