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졸업식날 프리지아를 싫어한다
악마는 졸업식날 프리지아를 싫어한다
  • 오수정
    오수정
  • 승인 2019.02.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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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처럼 겨울에 특히 입학식 졸업식에

흔히 볼 수 있는 프리지어 꽃.

흔한 졸업식 꽃다발인 프리지어조차

받지 못하고 대충 대충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마치고 사진 몇장찍고 

교정을 나와버린 고등학교 졸업식날.

누군가 내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면서

달려오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3년 내내

나와 앙숙이던 신화.

도망가고 싶었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멀뚱하게 서있으려니

"너, 왜 부모님 아무도 안왔어? 왜 혼자야?"

라며 언제나 그렇듯 나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약점을 꼬투리 잡으며 시비를 걸고 말다툼을

즐기려는 표정이다.

대학에 가고나면 다시는 안보게 될테니

그때까지만 참자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3년동안 같은 교실에서 

다투는 사이가 되었던 신화다.

나는 영어를 진짜 드럽게 못해서

담임선생님이 나때문에 반평균을 깎아먹는다고

상처를 줄정도로 영어에 잰병이었고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대학에 갈 준비를 하는

나에게 신화는 늘 '넌 신학공부 할 수 없다, 영어를 못하니까'

라며 비아냥 거리기 시작해서 싸움으로 번지고는 

하였다.

" 엄마, 아빠 두분다 바쁘셔서 내가

오시지 말라고 해서 아무도 않왔어"라고 

말대꾸를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면서

신당동 떡볶이를 사달란다.

이럴땐 정말 ... . 확 발로 한대 때려주고

싶지만 동병상련의 동정심이 순간 일어나서

여차싶으면 신당동 떡볶이를 먹다가 

떡볶이 국물을 끼얹을 요량으로 함께 신당동으로 갔다.

그날은 왠일인지 신화가 시비를 안걸고

연신 이것저것 잔뜩시켜서 먹는 일에만 집중을

하더니 다먹고 나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를 생전 처음 가는 커피전문점으로 데려가더니

라떼에 케잌을 시켜서 실컷 먹고나서는

집에 가잔다.

또 다투게 될까봐 부리나케 일어나

커다란 문구점 앞을 지나치니 

졸업 선물로 프리지아 꽃다발을 사달란다.

'그래, 지금 보면 마지막인데...'

나도 받지 못한 프리지어 꽃다발을 

앙숙이던 신화에게 사주고 집으로 와서

실컷 잠을 잘 생각으로 영화를 한편 돌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영화속 편집장인 메릴스트립이

제일 싫어하는 꽃이

프리지어라고 대사에 못을 박는다.

그렇게 나를 홀딱 바가지를 씌우고

헤어져서는 전화 한통도 하지않는

신화를 떠올리니 바로 프리지어가 떠올라서

나역시 프리지어가 싫어졌다,

'다시는 상종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훗날 세월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선교사가 되기위해 선교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신화가 먼저 선교회 선배가 돼 있었고

나는 신화의 도움으로 후원을 받고 12개국 

선교활동에 참여 할 수 있었으며

교통사고로 자칫 죽을 뻔 했을 때에도

신화가 옆에 있어서 빨리 처치를 받을 수 있어

살아남았다.

신화는 이제 권사가 되어 두 아이의 엄마로

신학선생님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나랑은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면서 

고교 졸업식 후 신당동에서 내가 사준

프리지어 꽃다발을 말려서 아주 오래토록

간직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신화는 부모님이 안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항상 다투느라

그친구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주 오랜동안 프리지어라면 이를갈듯

싫어 했지만 지금은 꽃말이 아주 아름다운

겨울 꽃이되어 누구의 입학이든 졸업이든

항상 프리지어를 일부러 찾아 구입을 하여

선물을 한다.

겨울꽃 프리지어의 꽃말은

     우정, 청순, 순수, 시작하는 사람을 향한 응원, 믿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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