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인 칼럼] 멀리뛰기 위해선 도움닫기를 해야 한다.
[박홍인 칼럼] 멀리뛰기 위해선 도움닫기를 해야 한다.
  • 박홍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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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하나다. 그러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잘못된 목표라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줄 최상의 직업이 단 하나뿐이라는 가정에는 물음표를 달 필요가 있다.”
미국 상담심리학의 권위자인 존 크럼볼츠 교수의 이야기다.
하나의 기술을 연마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취미를 갖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취미를 선택했다면 내면에 그것과 어울리는 기질이 내재되어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선택된 취미는 즐길 수 있고 오래 배울 수 있다. 잘 배워 즐거우면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어쩌다 그 취미가 타인에게 인정받아 “와 괜찮은데, 이거 돈 받고 팔아도 되겠어.”라는 칭찬을 받으면 그때쯤 살짝 하나의 마음 길을 열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아직 창업을 염두에 두라는 말은 아니다. 주변의 이런 칭찬은 말뿐이기 때문이다. 내공을 충분히 검증할 시간 없이 서두르게 되면 즐거운 취미가 피곤한 일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취미가 기술이 되어 즐기는 궤도에 오르기까지 취미는 온전히 취미여야 한다.
배우는 과정에서 즐기는 과정까지의 시간은 길어도 좋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달리 보면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막연한 창업 준비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취미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창업 시 멘토가 되거나 잠재적 고객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영향력을 가진 사람도 자연스레 알게 되며 그 바닥의 룰도 알게 되니 일석삼조, 그 이상이 아닌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내 취미를 불러주는 때가 온다. 말뿐이 아닌 실제의 값이 매겨지는 때 말이다. 그때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내 기술이 그 바닥에서 통하기 시작한다는 증거로 보아도 좋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마음 한 구석에 잠재적으로 창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 봄직하다.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건 직업이나 업종이 아니라 나의 기질이다

존 크럼볼츠 교수의 이야기를 증명해줄 하나의 사례가 있다.
<엘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도시 시애틀에 있는 작은 커피집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잭과 다이앤 부부는 비행기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만났다. 다이앤은 14년의 승무원 생활 중 한 번의 지각도 없었을 만큼 자신의 일에 성실했고 만족감도 느끼며 살았다. 부부가 엘 에스프레소를 창업하게 된 것은 콘티넨탈 에어라인이 시애틀 공항에서 철수하게 되면서부터다. 회사를 따라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할까 그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들은 일을 즐겼던 만큼 시애틀이라는 도시도 사랑했다.
“우리는 승무원 생활에 만족해. 그런데 그 중 어떤 부분을 좋아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들은 비행보다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더 즐거워했음을 알게 되었다. 승객의 여행을 돕고, 누군지 모르고 무슨 일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비행기 안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과 어우러지며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일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여행객들에게 제공할 커피를 만들면서 콧노래를 부르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유일하게 콧노래를 부르던 건 커피를 만들면서였어.” 지난 14년 동안 비행기 안에서 커피를 내리던 시간들이 자신에게는 기쁨이었음을 깨달았다.
잭과 다이앤은 맛있는 한 잔의 커피가 하루를 즐겁게 만들고 활기를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여행을 위해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탄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커피는 그 이상의 것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시애틀에 남기로 결심했다. 엘 에스프레소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훗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즐비한 곳에서 꼬마 커피집도 충분히 유명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1년이 지난 후 잭과 다이앤은 “우리는 커피와 쿠키를 팔았다기보다 지역의 주민들에게 하루의 좋은 기운과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운 서비스로 지역 주민들과 호흡한 것이었다.”라고 고백한다.
레슬리 여키스와 찰스 데커가 공저한 <작은 커피집>의 이야기이다. 잭과 다이앤은 좋아하던 일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현직을 통해서 미래의 창업이 준비된 셈이다. 때가 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즐거워했던 기억을 떠올려 그 길로 갔다. 잠재적 창업자가 현직 또는 취미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자기언어’다. 내 속에 어떠한 언어들, 즉 어떤 기질이 숨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잭과 다이앤의 내면을 채우고 있는 언어는 ‘사람들과의 어우러짐’이었다. 커피는 매개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토록 사랑하던 비행기를 떠날 수 있었고, 또한 커피를 ‘판다’는 개념보다는 ‘서비스한다’는 느낌으로 엘 에스프레소를 운영했다.
취미에는 자신도 잘 모르는 자신과 통하는 기질이 녹아 있다. 그러니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취미는 하면 할수록 계속적인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긴 시간동안 나를 그리로 이끌고 들어간다. 기술이 숙성될수록 레벨이 올라가고 그것이 쌓이면 누구보다 정통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내 기질과 통해야 한다. 기질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어릴 때부터 마음에 두고 하고 싶었던 일인지 가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먼저 3년을 배워라. 때가 되면 그 바닥에서 통하는 이야기가 들릴 것이다. 그 이야기들을 빈 공책에 틈틈이 적어 두어라. 그것이 훗날 사업계획서가 된다. 그렇게 5년을 채우면 그 분야에서 통하는 법칙을 알게 되고 무언가 할 말도 생길 것이다. 그때 그것으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면 그 바닥에서 정통해질 수 있다.

 

박홍인 칼럼니스트 phi3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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