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읽을 것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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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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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책과 자기계발서

안상헌의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안상헌 지음, 북포스)에서 지은이는 인문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문학(人文學)은 말 그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대표적 분야로 철학과 문학, 역사를 들 수 있다.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하고, 문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존재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역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활동이다. 예술, 고고학, 언어학, 신학, 음악 등도 포함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새로운 삶을 위한 문장을 얻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기계발이 외부지향이라면 인문학은 내부지향이고, 자기계발이 행동이라면 인문학은 성찰에 가깝다. 자기계발이 빙산의 드러난 부분이라면 인문학은 감춰진 대부분이다.

대체로 지은이의 생각과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자기계발서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저자의 생각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성공이나 처세, 협상 따위의 자기계발서도 지은이가 역사나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통해 새롭게 탄생시킨 하나의 인문학이라고 생각하면 틀린 것일까?

최성락 교수가 쓴 책『나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벤츠를 샀다』(최성락 지음, 아템포)를 보면 자기계발서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해 놓았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자기계발서를 경영서이며 심리학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를 자세히 적고 있다. 또한, 자기계발서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자세히 되받아치고 있다. 자기계발서가 어떤 책인지 상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자기계발서가 인문학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자기계발서가 좋은 책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문학만이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하다는 고전도 내가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 않고 몇 쪽을 보는 데 수십 분이 걸리고, 그래서 짜증만 난다면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책이다. 아니면 내 독해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무시하는 자기계발서라도 내가 그 속에서 배울 것이 있고 나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이다. 즉 쓸모가 있는 책인지 아닌지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독해력을 길러야 한다. 독해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운 책을 읽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 갓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고 글자를 배운 아이가 중고등학생들이 보는 책을 보거나 심지어 대학생들이 볼법한 책을 본다면 도움이 될까? 책은 내 수준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만약 누가 나에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모른다’이다. 누구나 태어난 가정환경, 유전적 특징, 살아온 배경, 주위 상황, 가치관, 세계관, 관심사 따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똑같은 사람은 없다. 더구나 지금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 왔는지, 독해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답을 줄 수 없다.

예를 들어 지금 공부는 하지 않고 얼굴에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부모에게 대들기 시작하는 사춘기 여자 중고등학생에게 책을 추천해준다고 하자. 보통 어른들은 사춘기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공부 안 하고 나쁜 짓 하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좋은 직업도 가질 수 없고, 후회하게 될 테니까 공부나 열심히 해.”

나도 중․고등학교 때 어른들에게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세상에 반항하는 때의 학생이다.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하란다고 할 사춘기 학생이 아니다. 이성에 눈을 뜨며 엉뚱한 짓을 해보고 싶어 하고 공부는 멀리하려는 학생에게 무슨 책을 추천하겠는가? 물론 이 학생이 책을 읽어보겠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말이다.

이런 학생에게 이순신 장군에 관한 책을 추천할 것인가? 아니면 세종대왕 같은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들어봤던 위인들의 이야기? 아니면 큰 전쟁사를 다루는 역사? 삼국지? 아니면 소크라테스의 철학? 그것도 아니라면?

난 차라리 이런 학생에게는 앞글에서도 소개했던 김수영이 쓴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 봐』를 추천하겠다. 사춘기 학생에게는 오래전 이순신 장군 이야기보다 당장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언니, 오빠, 누나, 형이 나와서 사춘기를 잘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 정년퇴직을 3, 4년 정도 앞둔 직장인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겠는가?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권했던 책을 추천하겠는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런 사람에게는 은퇴 준비나 은퇴 뒤 삶을 적은 책이 나을 것이다.

굳이 책을 권해달라고 한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이 책 저 책 그냥 읽고 싶은 것 아무거나 읽어라.”

책은 먼저 흥미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해 어려운 책을 선택했다가는 아예 책을 멀리하게 된다. 일단 아무거나 자기 흥미에 맞는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뭔가 2퍼센트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한 순간이 오게 되면 그 부족한 2퍼센트를 채우고자 나름의 방법으로 책을 고르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럼 된다고 생각한다. 달리 더 필요한 것도 없다. 부족함을 느끼고 그것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는 순간 제대로 된 출발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경우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은 더욱 커지고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도 더욱 커진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고 아깝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방끈이나 사회적 지위 또는 직장에서 자리를 생각해 어려운 책을 고르기도 한다. 1년 내내 그 한 권을 가지고 씨름할 수도 있다. 독해력이 아주 낮다면 쉬운 책부터 읽어야 한다.

무릇 그릇은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다. 지금 자신이 어느 정도 독해력을 가졌는지 솔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자만심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것을 채울 수 있다. 싹 비우고 다시 채워나가면 된다. 아직도 엄청 부족한 내가 최근 몇 해 읽어본 내 생각이다.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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