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왜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는가?
영국은 왜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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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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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말 유럽 재정위기를 기점으로 영국에서는 EU 내에서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분담금과
이민자 수용 등 지나치게 높은 의무를 진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그러자 영국 보수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보수당은 2015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이민자들이 영국민들을 외지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하기 시작했고,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브렉시트(Brexit)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캐머론 총리는 당시 브렉시트 부결을 자신했었기에, 이를 통해 당내 탈퇴파를 잠재우고
극우 정당으로 쏠리던 표심을 돌려놓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2016년 6월 23일 실제 국민투표 결과, 예상과는 달리
찬성 51.9% 반대 48.1%라는 근소 차로 브렉시트가 결정되어 버렸다.
결국 캐머론 총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고,
테레사 메이(Theresa May)가 총리로 부임했다.
2017년 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동시에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EU는 탈퇴하지만 일정한 분담금을 내면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는
‘노르웨이 모델’ 같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가 아니라,
자율적 입법·사법권, 독자적 이민·국경 통제권, FTA 체결권 등을 갖고
완전한 분리를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영국 의회에서 EU 합의안에 대한 최종 비준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바로 북아일랜드 때문이다.
영국의 지도를 들여다보면 아일랜드 섬이 영국 본토 서쪽에 있다.
그런데 아일랜드 섬이 둘로 나뉘어져 있다.
섬의 북부인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이다.
그리고 그 남쪽은 독립국인 ‘아일랜드공화국’이다.
북아일랜드는 벨파스트 협정이 있던 1998년 아일랜드로부터
독립해 영국의 일부가 됐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국제법상 서로 다른 나라이지만 그 국경에는 세관도 검문소도 없다.
연간 1억여 명의 인구와 7,200만 대의 차량이 어떤 통과 절차도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
그러다 보니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마치 한 나라인 것처럼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그런데 브렉시트가 실시되면 원칙적으로 양측은 각각 국경에 세관과 검문소를 설치하여
인력과 상품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
아일랜드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여전히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북아일랜드는 비회원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양측은 각각 국경에 세관, 검문소 등을 설치해서 인력과 상품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국경(invisible border)’이 ‘하드 보더(Hard Border:통행과 통관을 엄격히 규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아일랜드 섬의 경제적 통합성이 해체될 경우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재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10석)은 지금처럼 아일랜드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하면서
영연방에 남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 입장에서는 북아일랜드가 사실상 EU의 경제권역으로 남으면
관세 및 규제 측면에서 영국 본토와의 사이에 새로운 국경선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영국으로서는 영토 문제와 국가 경제적 통합성을 위협받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메이 총리는 이 같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백스톱(backstop)’이라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브렉시트 협정문에 삽입했다.
 ‘백스톱’은 포수의 뒤쪽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철조망을 말한다.
협정문의 핵심은 새로운 무역협정이 2020년말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북아일랜드는 물론 영국 본토 역시 EU 관세동맹에 계속 머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브렉시트 백스톱이 가동되면 EU의 동의 없이 영국 스스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영원히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메이 총리에게 영국을
EU의 제후국(vassalage)으로 만들 작정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어떤 합의나 보장도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로 내몰릴 수 있다.
이혼으로 치면 이혼할 때 재산분할 등 어떠한 합의도 없이 그냥 헤어지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은 다른 개별 국가들과 일일이 무역협정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제조업이 빈약한 영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영국의 몇 안 되는 제조업들도 스스로 망하지 않으려면
유로존으로 이전을 해야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영국의 일자리는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브렉시트 엑소더스'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비유럽계 기업의 유럽 진출 창구로 군림하던
런던의 지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럽 본부를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파리와 프랑크푸르트로 옮겼다.
웰스파고도 파리와 더블린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노무라 역시 파리로 이동한다는 방침이다.
브렉시트 여파로 금융업에서만 1만~2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노딜 브렉시트 시 GDP가 8% 이상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30% 이상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여기에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실업률 상승도 덧붙였다.
올해 1월 중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퇴짜를 맞자 노동당은 기회를 노려
정부 불신임안을 제시했지만 정부 불신임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2 국민투표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당파적인 대립을 떠나서 제2 국민투표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메이 총리를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제2 국민투표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영국 의회에 메이 총리의 온건 노선을 지지해줄 세력이 많은 것도 아니다.
2017년 브렉시트 지지 세력 확보를 위한 조기 총선은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잃으면서 악수로 작용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의회가 강경파, 온건파, 그리고 EU 잔류를 원하는
반대파로 나뉘어 '카오스' 그 자체라고 묘사했다.

EU는 영국에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이 유리한 조건에서 EU를 탈퇴할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등 회원국 추가 이탈로 인한
연합 붕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은 ‘체리 피킹’(cherry picking·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향후 사태의 향방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영국과 EU간 추가 협상 또는 브렉시트 연기, 2차 국민투표 실시, 노딜(No Deal) 브렉시트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영국의 EU 탈퇴 시도 때문이다.
영국은 EU 탈퇴의 이유로 표면적으로 난민 문제와 분담금 문제 등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요인도 작동하고 있다.

바로 영국의 ‘고립주의’인데, 영국은 역사적으로 유럽을 등지지 않으면서도
유럽에 완전히 속하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유럽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 보고 싶어해왔다.
그러한 속내가 이번 브렉시트 의사결정에서도 반영된 것이다.
과거 영국왕 헨리 8세가 캐서린 왕비와 이혼한 후 궁녀 앤 블린과 결혼하는 과정에서
유럽 카톨릭과 결별했던 일이라든가,
유럽공동체(EC) 참여 후에 얼마되지 않아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던 일 등 영국은 언제나 유럽과 함께 할까 말까를 고민해왔다.
브렉시트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스스로 유럽과 함께 할까 말까를 고민하다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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