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재구성](15) 사인본 산서 시리즈2 - 한국의 고산 등반가들
[김진덕의 등산재구성](15) 사인본 산서 시리즈2 - 한국의 고산 등반가들
  • 김진덕 칼럼니스트
    김진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9 2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사인본 산서 시리즈2 로 고산등반가들을 모아보았다.

고산등반가인지 아닌지 나눈 기준은 지극히 자의적인 것으로,  젊은 시절 고산등반을 꿈꾸고 불태웠던 '청춘의 등반'으로 한정했다.

 

'집념의 마나슬루'.

지금과 달리 10년전까지만 해도 산서는 값이 헐했던 터라, 이 책은 제법 샀다. 사인본 2권 말고는 한때 같이 록클라이밍을 했던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넘어갔다.

김정섭.

우로 뻗치는 글씨체에서 그 어떤 집념과 결기가 느껴진다.

날짜를 적지 않았다. 그 시절 마나슬루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염두에 두면, 아마 출판될 당시가 아닐까 싶다.

박인식의 백두대간.

내가 산서 컬렉팅이라는 늪에 빠지게 된 데에는 여러 계기가 있는데, 박인식의 '사람과 산'은 외국 산서에서 국내 산서로 방향을 턴하게 된 결정적인 책이다. 박인식의 책은 수십여권 샀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서 제본까지 했다. 역시 그시절 함께 등반했던 친구들에 책장에 그 책들 한두권씩 꽂혀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산' 사인본은 아직까지 갖고 있지 않아 너무 아쉽다.

술자리에서 한 것일까. 필체에서 느슨함과 자유로움이 한껏 느껴진다.

'대륙에서 사라지다'

이 책에서 '침묵 속의 교감'이라는 뜻의 인도어 '다르샨'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록클라이밍의 그 어떤 미묘함을 드러내는 좋은 단어라 이후 인터넷 아이디로 쓰고 있다.

정정현이라.

세상 재미있는게, 그가 누구인지 지난 주말에야 알게 되었다.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을 읽은 척 하는 방법이 있다. 저자의 이름과 약력 정도는 기억해 두는 거 말이다.

작년 10월 그가 낸 '산의 향기'를 구입했더랬다. 그런데도 이 책 저자 이름이 뇌에 입력되지 않더니. 지난 주말 도서관에서 월간 산 1월호를 읽는데, 저자와의 인터뷰에 '정정현'이라는 이름이 비로소 또렷해졌다. 

저자 약력을 보니, 시인 신경림과 '민요 기행'을, 최완수 관장과 '명찰(名刹) 순례'를,  윤제학 전(前) 불교신문』 편집장과 '자연과 사람 사이, 절', '절, 바람이 지은 집'을 함께 엮었다. 그가 낸 책 4권 모두를 갖고 있는데도 몰랐다니. 이제사 시절인연이 되었나 보다.

1070년대 대박을 터뜨린 '고교얄개'.  고교 얄개의 등산 버젼라고 할 주영의 '얄개바위' 역시 산악계에 호평을 받았다. 기존의 산서들이 대체로 산에는 '무언가'가 있다라며 엄숙한데, 이 책은 유쾌발랄하고 미국의 요세미티 클라이머들의 히피스러움이 가득하다.

동대문 장비점 거리의 유명 장비점 '디딤돌'의 서병수 사장에게 졸라서 선물로 받았다.

지금은 명성이 많이 퇴색되었지만, 국가대표 산악인이었던 허영호의 '탐험가 허영호'

글씨체가 시원하다.

2009년 우연히 만나서 사인을 청했다. 허영호라는 필체는 1998년이나 2009년이나 똑같다.

이름 위의 에베레스트 산세와 Everest라는 글씨체가 멋있다. 그는 한국 최초로 동계 에베레스트를 그것도 북에서 남으로 종주를 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재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니,  에베레스트 도안은 그의 것이 맞겠다.

1977년 에베레스트 초등당시 1차 공격팀이었던 박상열의 '아 사카르마타의 여신이여'

8000m대에서 그가 보여준 초인적은 등반과 휴머니짐은 지금도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77한국에베레스트 원정대 부대장'이라는 직함까지 적혀 있는 건 무언가 할 말이 있어서일까.

산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문학사상지의 장편 문학상을 수상한 신영철의 에델바이스.

2006년 나는 막 한국산서회에 가입했었고, 그때 저자와의 대화시간에 받은 사인.

'참 좋은 인연입니다.' 

당시 삼각지에서 열린 모임의 회식이 2차, 3차로 넘어가면서 마지막은 포장마차로 이어졌다. 강원대학교 산악부 출신의 유재형과 신영철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만 남게 되었다. 한참 취기가 올랐을 때 청하여 받은 두번째 사인은 이렇게 완전히 달라진다.

산들산들 바람을 맞으며 그때 나눈 뜨거운 이야기가 엊그제 같고 그리워진다. 강원대학교 팡원정대를 이끌면서 겪은 슬픔과 다시 오르겠다는 투지에 불타올라 있던 유재형은 이듬해인 2007년 결국 팡 봉 등정에 성공한다.

권경업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대표하는 시집 '산정노숙'

김사인은 아마 시인이자 교수인 김사인을 말할 것이다.

2017년 황금피켈상이 끝나고 신영철 권경업 그리고 산서회 선배 2명과 함께 자리를 함께 한적이 있다. 그때 고전적인 알피니즘을 주야장창 주창하던 그의 모습이 선하다. 그날 만남을 계기로 저자 사인본 3권을 받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아직 찾지 못했다.

에베레스트 등반과 극적인 하산을 담은 곽정혜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다.

그가 스토리 펀딩으로 쓴 책 '선택'

재작년 산서회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 받은 사인본. '그대 앞의 수많은 에베레스트들을 향하여,,, 신념과 열정으로 나아가길!'

사인을 받을때, 내 이름이 아니라 아이들 이름을 넣는 이유는 그들에게 선물로 주려 함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인본들을 쭈욱 올리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이름일 경우하고 아이들 이름일 경우 사인의 글 내용이 달라진다는 거 말이다.

성인인 내 이름으로 부탁할 경우 '무덤덤한' 글이 돌아오기 쉽다. 위의 여러 예와 마찬가지로 곽정혜도 아마 '고맙습니다' 류로 쓰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러나 어린 아해에게 들려줄 좋은 글을 써달라고 하면, 이렇게 '근사한' 글이 된다는 거. 산에 대한 에스프리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다는 것을 말이다.

산악계 안밖에서 사인을 받으려는 분들에게 혹시라도 도움이 될 팁이 아닐까 싶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