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공주병(Midorexia)과 졸혼
중년공주병(Midorexia)과 졸혼
  • 강희남
    강희남
  • 승인 2019.01.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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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졸혼에피소드②

 

중년공주병(Midorexia)과 졸혼

 

 

실제보다 더 늙게 느끼든 젊게 느끼든지, 실제 나이와 그에 대한 느낌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인 기자 셰인 왓슨(Shane Watson)이 2016년 자신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가는 데로 따라 살고 자하는 욕망을 표출하는 중년의 세대를 지칭한 이른바 ‘중년공주병’(Midorexia)1)은, 어떤 면에서 중년세대들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존감 위기의식으로 표출된다.

칠레 디에고 포탈레스(Diego Portales)대학의 다니엘라 카라스코(Daniela Carrasco)교수에 따르면, 중년 공주병은 느닷없이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그것을 격려해주는 환경에서 나타난다고 한다.2) ‘왕자병’ ‘공주병’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들은 자신의 젊음을 다시 살아보고 싶어서 자신의 외모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런 태도는 외모를 넘어서 삶의 변화를 꾀하게 만든다.

중년공주병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나이가 삶의 향유를 멈추어야 하는 변명이 되지 않게 함으로써, 생의 후반기 삶을 좀 더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는데, 이런 현상은 사실 나이와 관련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중년공주병은 이제 나이 들어 생각조차 못했던 경험의 세계를 맛보도록 우리를 독려하면서, 일상적인 단조로운 삶에 박혀 그저 지난날을 회상하는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새로운 추억을 쌓을 것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예를 들면, 나이에 걸 맞는 것인지를 염려할 필요 없이 낮 설은 장소로 여행을 가거나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를 즐기거나 다른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찾도록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자연히 집안의 어린 세대, 자식들, 조카, 손자 손녀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최근에 생활화된 ‘디지털’ 변화를 함께 경험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부장은 “과거에 개인의 행복은 누르고 자녀와 집안, 사회적 위신을 앞세웠다면, 사회가 변화하면서 이제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황혼 이혼이 수년 전부터 증가해왔다”고 분석했다.3)  황혼이혼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아내들이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김진옥 서울가정법원 공보관은 “재판업무를 하다 보면 ‘자식들을 다 키워 놓고 이제는 나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아내가 많다”며 “과거 가부장적 관습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4)  통계청 관계자도 “고령화 추세로 고령 인구 자체가 늘었고, 은퇴 후 노후 생활의 기간도 길어지자 이혼을 통해 각자 원하는 인생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5)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굳이 스테파니 쿤츠(Stephanie Coontz)의 <진화하는 결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부부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우리 결혼하자’ 혹은 ‘우리 이혼하자’와 같은 흑과 백 그 사이에 무수한 회색이 생겨나고 있었고 6) 그 ‘무수한 회색’ 속에 ‘졸혼’이라는 개념이 태동됨은 어떤 면에서 필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00세 수명시대를 맞이해 이제 부부들은 각자 ‘결혼 밖의 삶’(Life outside the marriage)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7)

여기에서 ‘결혼 밖의 삶’이란 남편과 아내 모두 결혼 생활을 유지 하면서도 그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부부각자가 자신의 친구, 취미, 소망 그리고 개인적인 활동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의미 한다. 이는 지금까지 내조와 상호헌신적인 삶을 모범적으로 살아 온 부부에게도 똑같이 적용 된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친교의 시간을 보내고, 취미를 추구하고, 미루어 두었던 소망을 다루는 것은 개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세상은 계속 변화 하는데 종래의 부부관계 속에 자신들의 삶을 함몰 시켜 버리는 부부가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그들 부부의 부부생활에 지루함과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혼 밖의 삶’을 통해 우리는 현존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부부가 공유하는 내밀한 이야기와 배우자와 따로 시간을 보내며 얻는 ‘그/그녀’만의 생소한 스토리를 공유하다 보면 지금의 배우자가 건강하게 존재하는 존재자체에 감사를 느낄 것이며, 비례하여 결혼생활은 보다 더 윤택하고 풍성하며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 결혼에도 계약만료 기간이 필요하다.8) 결혼 역시 ‘완성’ 혹은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는 개념이 있다. 바로, 결혼을 졸업했다는 ‘졸혼’이다. 부부가 이혼은 아니지만 결혼생활을 끝마치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9)

‘졸혼’은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2004년 출간한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하는 것’을 뜻한다.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다. 졸혼은 결혼의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부부 관계는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 별거와 구별된다.10)

우리는 종종 건강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결혼생활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Carve out your own space)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퇴근 후 휴식과 긴장 해소를 위해, 남편은 맥주 한잔과 소파에서 뒹글기,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스크롤하기, 공구와 목재로 상자 만드는 과정에 대한 유튜브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 난 요가 수업 들으러 가고, 뜨거운 목욕을 하고, 그리고 나서 손에 책을 들고 저녁간식으로 치즈와 크래커를 먹는 걸 더 좋아한다.

우리는 많은 것들에 얽매여 있지만, 서로 다른 관심사와 선호 그리고 필요를 가진 다른 사람들임을 부부사이에서도 잊은 적이 없다. 이것은 우리가 부부관계에서도 자신만의 일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우리는 보통 하루에도 몇 번씩 혹은 종일 파트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또는 통화를 하면서 상호간의 관심과 일처리 혹은 스트레스도 공유 한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파트너가 유지하려는 우정, 관심과 취미의 시간을 지원하기 위해 커플은 또한 각자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자기 관리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그 자신 스스로가 모든 일에 흥미롭고 역동적이며 멋진 사람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2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어느 한 커플은, 그들의 휴가지에서도 필요시 독립적인 시간을 계획하고 실천한다.11)  휴가지의 박물관을 들러 보기를 좋아하는 그와 지역 패션시장을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오전 한낮 혹은 하루종일 각자의 흥미로운 관심사를 체험하기 위해 떨어져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약속된 저녁식사 시간에 만나, 자신들이 그날 체험한 흥미로운 사실과 관심사를 ‘재잘 거리며’ 함께 공유 한다.

사실 매일 함께 하는 부부사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배우자 각자가 자신의 개인적 관심사에 몰두하거나 개인적 휴식을 취할 시간을 가질 때, 사실은 부부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

각자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또 부부관계에 신선감을 불어 넣어 관계 개선의 효과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오는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 하는데도 도움을 받는다.12)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1) Maricela Flores, Midorexia, la nueva tendencia entre los adultos “maduros”, de10.com.mx, 12 de Agosto de 2018

2) Exploring your mind, What is Midorexia?, exploringyourmind.com, October 27, 2018

3) 김수희 기자, “이제라도 이혼 하련다”, 여성신문(1311호), 2014-10-23

4) 박민제 기자, "애들다컸으니 …"도장 찍자는 황혼의 아내들, 중앙일보, 2013.10.21

5) 김철중 기자, “새 인생 살래”… 결혼 20년차 이상 이혼 급증, donga.com, 2013-04-24

6) 박지현 기자, 결혼과 이혼 사이, 부부의 재구성, chosun.com, 2016-11-14

7) Christine Schoenwald/Editor, 7 Ways To Save A BORING Marriage Before It's Too Late, yourtango.com,

8) 박선영 기자, [36.5도] 졸혼(卒婚) 예찬, 한국일보, 2016.08.23

9) 최초희 기자,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메디칼투데이, 2017.03.05

10)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배국남의 직격탄] 졸혼, 문제 부부의 잘못된 문화인가, 이투데이, 2017-03-30

11) Relationships, 5 Ways Marriage Taught Me to Be Independent, theeverygirl.com, November 7, 2017

12) Rob Pascale and Lou Primavera Ph.D./so Happy Together, Time Together and Time Apart, psychologytoday.com, Posted Feb 17, 2017

 

*필자:「전환기사회(가정)+Study」대표, 저서로는 <졸혼을선택하는이유> <재혼후(後)가정관리>외 다수, 블로그(재혼헬프라인, ksfs.tistory.com), khn5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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