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9) 사랑은 왜 변할까
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9) 사랑은 왜 변할까
  • 피은경(pek0501)
    피은경(pek0501)
  • 승인 2019.01.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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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랑은 왜 변할까

남녀가 만나기 시작하면 상대방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새로운 모습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가 없다. 가령 떨어져 있는 동안에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텔레비전을 볼 땐 어떤 자세로 보는지, 잠을 잘 땐 어떤 잠옷을 입고 어떤 잠버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무슨 생각을 많이 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상의 힘을 빌려 그 여백을 채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겨나는 게 환상이다. 이때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방에 대한 환상은 아름다운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환상’이란 말은 언젠가 깨지고 말 무엇을 지칭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환상으로 생긴 사랑은 가짜일 것 같고 진짜 사랑엔 환상이 끼어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환상이 있다고 가짜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서로 상대방이 가진 환상을 깨지 않도록 아름답게 보여야 좋은 연인 관계가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사랑에도 자기 관리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늘 자기 관리를 잘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랑엔 유효 기간이 있다는 말이 생겨 난 것 같다. 특히 둘이 가까이 있게 되면 자기 관리를 하는 일이 어려운데, 바로 결혼하면 그럴 확률이 높다. 결혼으로 인해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서로에게 친숙해져서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상대방의 단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얼마나 게으른지 알게 되고, 얼마나 씻기 싫어하는지 알게 되고, 자주 방귀를 뀌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다 부부싸움을 하게 되어 연애할 때 몰랐던, 상대방의 나쁜 성질까지 알게 되면 갖고 있던 환상은 깨진 유리컵처럼 박살난다. 자연히 사랑의 달콤함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라는 책에서 강인선 저자가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내용은 참고할 만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하는 순간을 사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로 가정한다면, 2년 후 그 사랑의 강도는 반으로 준다고 한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지나면 남은 사랑의 열기는 또 반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세계 공통으로 결혼 4년째가 가장 이혼율이 높다고 한다.”

연애할 때 열렬히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가 왜 이혼하게 되는 걸까? 그 이유 중의 하나로 결혼 생활이 갖는 이런 문제점을 생각할 수 있다. 부부는 서로 편안한 가족이면서 동시에 설렘을 주는 연인이어야 하는데, 이 둘은 양립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는 예전의 좋은 화장품 냄새가 났던 여성이 아닌, 앞치마를 두른 채 김치와 된장 냄새를 풍기는 여성이다. 물론 아내의 시각에서도 남편의 모습이 변해 있긴 마찬가지다. 이제 남편은 예전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잡던 남성이 아니라 피곤에 지쳐 귀가하는 남성이다. 이런 서로에게 사랑의 속삭임은 멀어져 간다. 게다가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밤마다 우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밤잠을 설쳐야 하는 부모의 역할까지 해야 될 테니까.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고 연인 사이를 유지하는 게 사랑이 변치 않는 비결이 될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있다.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사랑하는 것은 관례적이지 않다.”(아나톨 프랑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기초로 해서만 생길 수 있다.”(스탕달) “욕망은 정의상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다.”(롤랑 바르트)

결국 남녀 사이는 공간적으로 멀리 있어야 서로에 대한 갈증이 생겨 뜨거운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늘 옆에 있어서 언제나 안을 수 있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뜨겁기 어렵다는 말이다. 보일 듯하면서 보이지 않고,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그 안타까움이 사랑을 증폭시킨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결혼에 대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 주위에는 둘의 사랑을 잘 가꾸며 사는 부부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고 스킨십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깊은 애정을 갖고 사는 부부들이 많이 있다. 다만 사랑의 감정은 변할 수 있다는 건 꼭 염두에 둘 일이다. 지금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방이 있다고 해서 영원히 그 사랑이 변치 않을 거라고 믿는 건 위험하다. 사랑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는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수많은 커플이 증명해 주고 있다 우리의 몸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자연의 모습도 변하듯이 사랑이란 감정도 변할 수 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차라리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 보면 다행스런 일이 아닐까. 이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가정해 보면 된다. 첫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서 내게 소홀히 한다면 비극이지 않은가. 둘째, 만약 자신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가슴에 큐피드의 화살을 맞고서 영원히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확률이 아예 없는 건 비극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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