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의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버려진 개들이 들개떼가 되어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유기된 개들이 인간을 역습한다는 내용의 4년 전 개봉 영화 ‘화이트 갓’을 떠올리게 한다.
릴리는 반려견 하겐과 함께 생활하는 소녀다. 어느 날 엄마의 사정으로 인해 이혼하여 따로 사는 아빠에게 잠시 맡겨지게 된 릴리, 이곳에서는 개를 키울 수가 없었다. 개로 인해 자꾸만 눈총을 주는 아빠 때문에 가출을 감행하는 릴리이지만, 현실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빠로부터 하겐을 동물보호소에 넘기든지 아니면 길바닥에 버리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할 것을 강요받게 되는 릴리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그렇지만 동물보호소에 맡겨진다는 건 곧 반려견의 죽음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이 후자를 택하게 되는 릴리, 눈물을 머금고 하겐과 헤어지는데...
릴리의 보호로부터 벗어나게 된 하겐, 길에 버려지자마자 딱한 유기견의 신세가 되고 만다. 유기견이 된다는 건 주변의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것들과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언제 보호소로 잡혀갈지 알 수 없는데다 돈벌이를 위해 시시각각 목숨을 노리는 인간들이 주변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개를 위협해오는 건 전적으로 사람들이다. 사람만 아니라면 유기견이 위협을 느낄 만한 요소는 단언컨대 없다. 개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반대로 개를 위험 속으로 내모는 것도 결국 같은 인간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하겐은 사람에 의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점차 야생 본능을 되찾게 되는 하겐이다. 유기견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결국 동물보호소다. 하겐이라고 하여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종국엔 보호소에 잡혀 들어오는 하겐이다. 동물보호소 내부에서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케이지에 갇힌 채 안락사의 차례만을 기다리는 운명이 되고 만다. 하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기견이 된 덕분에 되찾은 야생 본능은 하겐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놓았다. 영리한 하겐은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한 차례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동물보호소 탈출을 강행한 것이다.
물론 하겐 혼자만이 아니다. 보호소 내 모든 유기견들이 한꺼번에 탈출을 시도,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개들은 도심으로 흘러들어가 몰려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사람을 해치거나 주변의 것들을 부숴버린다. 이들의 출몰로 도심은 아예 마비가 돼버린다. 버려진 개들의 역습이다.
사람들에게 쉽게 길러지다가 쉽게 버려지는 동물들, 버려진 동물의 인간을 향한 역습이라는 이 섬뜩한 발상은 결코 허구 속 이야기가 아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간 욕심의 산물인 유기견은 도심을 전전하면서 들개떼로 돌변, 시시각각 우리를 위협해온다. 이는 엄연한 현실 속 이야기다.
결국 도심을 맹렬히 질주하면서 인간의 삶을 위협해오는 영화 속 수백 마리의 개떼는 현실 속 들개떼의 형상으로 변모, 어느덧 우리 인간의 과도한 욕심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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